연기경력 합치면 196세…연극 '노인의 꿈'서 할머니 '춘애' 역 맡아
김영옥, 9년 만 연극 "잘 할 수 있을지 고민…마지막 작품이라 생각"
김용림 "좋은 작품 만나서 올해 행복한 해"…7년 만에 연극 무대 서
손숙 "'황반변성'으로 잘 안보여… 무대 오르기 위해 대본 녹음해 암기"
공연은 3월 22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U+스테이지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연기 경력 도합 196년. 베테랑 배우 김영옥(88)·김용림(85)·손숙(81)이 특별한 꿈을 갖고 있는 할머니를 연기한다. 세 배우는 지난 9일 막을 올린 연극 '노인의 꿈'에 할머니 '춘애' 역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노인의 꿈'은 본인 영정을 직접 그리는 것이 꿈인 81세 할머니 '춘애'가 미술학원 원장 '봄희'를 찾아가 그림을 가르쳐 달라고 하며 맺어진 인연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알아가는 내용이다. 백원달 작가의 동명 웹툰이 원작으로, 윤희경 작가가 각색했다.
13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 U+스테이지에서 열린 '노인의 꿈' 기자간담회에서 김영옥은 "'노인의 꿈'은 정극이면서 텔레비전에서 볼 수 없는 따뜻함을 담고 있어 (다른 연극에 비해) 남다르다"고 했다.
9년 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한 김영옥은 "처음에는 많이 겁이 났고, 잘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 망설였지만 작품이 너무 좋아 시작했다"고 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마지막 작품'이라 생각하며 붙들고 있다. (출연 배우들이) 모두 열정을 갖고 시작해서 끝까지 잘해서 관객의 마음에 꽉 차는 연극 보여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7년 만에 연극에 출연한 김용림도 오랜 만의 무대 제안에 망설였다고 한다. 그는 "성격상 두가지 일을 못 해 드라마, 영화 등에 출연하며 연극 출연 기회가 자연스레 줄어들었다"며 무대에 오르지 못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나이도 있고 해서 (작품 제안 당시) 망설이고 겁도 났지만 작품을 보면서 '정말 안하면 안되겠다'는 욕심이 생겼다"며 "7년 만에 좋은 작품 만나서 정말 금년이야 말로 행복한 해"라고 말했다.
김용림은 작품을 통해 젊은 세대에 희망을 꾸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그는 "요즘 젊은이가 꿈을 찾지 못하고, 삶의 목적이나 희망에 고민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 안타깝다"며 "할머니도 꿈을 이루기 위해서 열심히 사니까 조금이라도 젊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작품을 맡게됐다"고 했다.
세 배우 중 막내인 손숙은 연극을 위해 특별한 노력을 펼쳤다. 황반변성을 앓고 있어 글씨를 읽는 데 어려움을 겪는 손숙은 제작사 대표가 녹음한 대본을 듣고 대사를 암기했다. 매일 2시간씩 녹음을 들었고, 이런 노력에 출연 배우 중 가장 먼저 대본을 숙지했다.
손숙은 "연극배우가 글씨를 못 보는 것은 너무 슬픈 일"이라면서도 "무대에 오르기 위해서는 해야 한다"며 무대를 향한 열정을 보였다.
세 배우는 같은 역을 연기하는 만큼 서로를 견제하지 않을까. 이들은 라이벌 의식이 있지만 한 작품에 함께 출연하는 기쁨과 설렘이 크다고 했다.
김용림은 "배우에게 라이벌 의식은 기본"이라면서도 "이 연극에서는 서로서로 너무 사랑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우선시된다"고 했다. 김영옥은 라이벌 의식에 대한 생각에 공감하면서도 "세 사람마다 다른 재미가 있기 때문에 각각의 공연을 다 봤으면 한다"고 했다.
김영옥은 이날 저녁 무대에 오르는 김용림을 위해 황진단을 주기도 해 끈끈한 동료애를 보였다.
춘애에게 그림을 가르쳐주는 미술학원 원장 '봄희' 역은 하희라·이일화·신은정이 캐스팅됐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하희라와 신은정은 입을 모아 "세 배우와 함께 연기는 영광"이라고 했다.
하희라는 "30년 후에도 선생님들처럼 멋지게 공연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기대를 많이 했다"며 "함께 무대에 설 수 있어 너무나 소중한 추억"이라고 했다.
신은정은 "작품이 따뜻하고 감동적이라 연습하며 많은 눈물을 흘렸다"며 "지금도 선생님의 말씀만 들어도 울컥한다 했다. 김용림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말을 이어가는 신은정의 모습을 보며 옆에서 조용히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끝으로 특별한 꿈을 꾸는 춘애 역을 연기하는 배우들도 본인의 꿈을 공유했다.
손숙은 "꿈이 있는 춘애를 보며 꿈이 없는 스스로를 반성했다"면서 "작은 역이라도 무대에 섰으면 좋겠다. 건강할 때까지 이 일을 하고 싶다 했다. 김용림도 "연극이란 무대가 꿈이다. 나이가 들어도 무대에서 여러 배우와 함께 연극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자 보람이다"고 했다.
공연은 3월 22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U+스테이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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