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부·공화당서도 역효과 우려 나와
'사이버 공격·정권 제재' 등 추가 보고
[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반정부 시위 상황 격화에 대한 미국의 개입 방식을 고심하고 있다.
군사적 개입 가능성을 수차례 언급하며 이란에 고강도 압박을 가하고 있으나, 미군을 실제로 전개할 경우 오히려 이란 정권 강화를 돕는 역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 시간) 대통령전용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들(이란 정권)의 지도자들이 정당한지 모르겠다. 그들은 폭력으로 통치하는 것 같다"며 "군이 이를 검토하고 있으며, 매우 강력한 선택지들을 살펴본 뒤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어제(10일) 이란이 협상을 하자고 전화했다"며 "미국에게 계속 두드려맞는 데 지친 것 같다. 이란은 우리와 협상하고 싶어한다"고 말해 대화의 여지도 열어뒀다.
◆민주 "CIA 주도 이란 정권전복, 하메네이 집권으로 이어져"
미국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미국이 성급하게 군사력을 전개할 경우 오히려 이란 정권의 세 결집을 초래해 사태를 악화시킬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이 시리아 내전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아사드 정권에 대한 경제 제재만 가함으로써 반군의 자체적 정권 교체를 이끌어낸 것처럼, 간접적 압박을 통한 장기전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마크 워너 상원 정보위원회 민주당 간사(버지니아)는 "이란에 대한 최근 군사 개입 사례는 정권을 전복시킨 1953년 중앙정보국(CIA) 주도 쿠데타인데, 대다수 역사가들은 그것이 1970년대 아야톨라(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부상으로 이어졌다고 말한다"고 우려했다.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 팀 케인 민주당 상원의원(버지니아)은 CBS에 "미국의 군사 행동은 이란 정권에 '우리나라를 망치는 것은 미국'이라고 말할 명분을 주는 엄청난 실수가 될 것"이라며 "지금 이란인들은 정권에 나라를 망친 책임을 정당하게 묻고 있다"고 했다.
공화당에서도 랜드 폴 상원의원(켄터키)이 "폭격을 하면 그 나라 국민은 자국 국기를 중심으로 단결하는 경향이 있다"며 같은 의견을 냈다. 그는 "최선의 방법은 그들을 격려하고 '미국은 자유 선거를 보장하는 정부만을 인정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도 '군사적 공격이 오히려 이란 국민들을 정부 편으로 결집시키거나 이란이 자체적 군사력으로 보복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표출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아직 트럼프 대통령 의중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가운데, 군사적 공격이 아닌 직간접적 압박이 대안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그는 10일 군의 대(對)이란 군사적 공격 방안을 보고받았으나 별다른 방침을 내비치지 않았다. 그는 같은 날 이란 측의 협상 요청 전화도 받았다는 사실이 다음날 알려졌다.
◆사이버공격·추가제재 등 비군사적 방안 추가검토
고심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댄 케인 합동참모의장 등으로부터 추가적 대응 방안을 보고받을 예정이다.
이날 논의될 방안 중에는 군사적 공격뿐 아니라 반정부 시위대 온라인 지원 강화, 이란 군사·민간시설 사이버 공격, 이란 정권에 대한 추가적 제재 부과 등 비군사적 압박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리알화 가치가 달러당 140만 리알 이상으로 폭락하면서 지난달 28일 시작된 이란 반정부 시위는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당국이 시위를 강경 진압하면서 서방 기반 인권 단체에선 500명 넘게 사망했다고 전했으며, 사망자가 2000명을 넘어섰을 거라는 관측도 나왔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정보당국은 '이란 정부 시위 진압이 지나치게 강경해 미국의 개입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고 행정부에 보고했으나, 장기적으로 이란 정부와 시위대 중 어느 쪽이 우위를 점할지는 판단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하고 진압에 나선 이란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을 물밑 타진하면서도 미국의 시위 배후설을 내세우며 공세를 취하고 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11일 "미국은 오판하지 말라"며 "이란에 대한 공격이 있을 경우 점령지(이스라엘)와 모든 미군 기지 및 함선이 우리의 정당한 표적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온건파로 분류되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도 미국과 이스라엘이 시위를 부추겼다며 "폭도 집단은 인간이 아니다. 이 나라 출신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9일 "우리의 적들은 이란을 모른다"며 "과거에도 미국은 잘못된 계획으로 실패했으며, 오늘날에도 잘못된 책략으로 실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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