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3개 항소 법원 판사 60명 임명…카터 이후 가장 많아
“대법원 판사 지명 받으려고 친 트럼프 판결” 시각도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하면서 ‘슈퍼 스타’라고 칭찬했던 연방 법원 항소심 판사들은 트럼프와 관련된 판결에서 133대 12로 압도적으로 트럼프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NYT)는 11일 지난해 연방 항소법원의 판결 분석에서 이같이 밝혀졌다며 판결의 정치화,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 트럼프 ‘오바마 판사’ 비판…‘트럼프 판사’는 트럼프 지지
NYT의 분석은 미국에서 공화당 민주당을 불문하고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에 편향적인 판결이 나오고 있지만 ‘묻지마’ 편향 판결이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1기 집권시 임명했던 항소법원 판사들이 지난해 판결에서 압도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항소심 판사들은 지방법원 판사들이 내린 판결을 여러 차례 뒤집어 트럼프의 정책에 길을 열어주었다는 것이다.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판사’의 판결을 비판하면서 판사들의 편향성에 불만을 나타냈다. 당시 존 G. 로버츠 대법원장은 “우리는 오바마 판사, 트럼프 판사, 부시 판사, 클린턴 판사를 두고 있지 않다”고 응수했다.
하지만 미국의 13개 항소법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판사가 점점 늘어나고 이들의 판결은 압도적으로 트럼프를 지지했다.
NYT는 트럼프가 임명한 판사들은 트럼프 2기의 정책에 133번 찬성, 반대는 12번에 그쳤다. 트럼프 지지 판결 비율이 92%였다.
이 수치는 다른 공화당 대통령이 임명한 항소법원 판사나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지방법원 판사들의 트럼프 정책 지지율을 훨씬 웃돈다.
◆ 지방법원 판사들의 트럼프 정책 반발, 항소법원 판사들이 뒤집어
NYT는 지난해 1월 20일 트럼프 취임 이후 지난달 31일까지 대통령의 정책과 관련된 900건의 사건에서 내려진 500건 이상의 명령을 분석했다.
항소심 판결의 약 절반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나왔다.
트럼프 이전에도 판사들의 판결은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의 당파적 입장과 어느 정도 일치했다.
2016년 연구에 따르면 대법관들은 수십 년 동안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의 성향에 기울어지는 모습을 보여왔다.
민주당 대통령이 임명한 항소법원 판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73%의 확률로 반대했다. 이는 공화당 대통령이 임명한 항소법원 판사들의 반대 판결 비율 32%보다 높았다.
트럼프의 행정 조치에 연방 지방법원 판사들이 강력히 반발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항소심 판사들이 이를 뒤집어 주는 경우가 많았다.
공화당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지명했던 전 연방 판사 마크 L. 울프는 “공정한 판사라면 매번 같은 쪽이 이기지는 않을 것”이라며 “사실관계가 다르고 적용되는 법률도 달라 결과도 종종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항소 법원 판사들의 의견이 일치한다는 것은 심각한 우려를 불러 일으킨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항소심 판사들은 주지사 등 지방정부 지도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주 방위군을 배치하는 것을 허용했다.
베네수엘라 이민자들을 엘살바도르의 최고 보안 교도소로 이송하던 비행기가 회항하지 않은 이유에 대한 판사의 조사를 6개월 이상 지연시켰다.
공립학교 학군에 대한 수백만 달러의 연방 자금 지원을 보류하는데도 동의했다.
◆ 트럼프 임명 항소법원 판사의 친 트럼프 판결…대법원 판사 자리 비면 지명 받으려고?
트럼프가 지명한 항소심 판사들이 친 트럼프 판결을 내리는데는 자신의 권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신의 견해에 부합하는 판사들을 지명한 것도 한 이유다.
NYT는 이는 보수 진영의 오랜 전통이기도 하지만 워싱턴 DC. 항소법원 판사 세 명은 특히 친 트럼프 판결이 두드려져 ‘이례적으로 적극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소개했다.
워싱턴 DC 항소법원의 그레고리 G. 카차스, 네오미 라오, 저스틴 R. 워커 판사는 합쳐서 행정부에 찬성하는 표를 75번 던졌다.
이는 NYT가 분석한 트럼프가 임명한 판사들 중 트럼프에게 찬성표를 던진 비율의 절반을 약간 넘는 수치이며, 반대하는 판결은 단 3번뿐이었다.
트럼프 자신에 불리한 판결을 내린 판사들을 ‘급진적’ ‘미친 사람’이라고 깎아내리고 원하는 판결을 내린 판사들은 ‘매우 존경받는’ ‘탁월한 인물’이라고 칭찬했다.
모건 헤이즐턴 세인트루이스대 정치학과 교수는 “대법원 자리가 공석이 될 경우를 대비해 항소법원 판사들이 오디션을 볼 수도 있다”고 말해 대법원 판사 지명을 염두에 둘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백악관 대변인 애비게일 잭슨은 “트럼프 대통령은 헌법과 법치를 수호할 자격을 갖춘 후보자들을 지명해 왔다”며 “고등 법원 판사들은 대통령의 정책이 합법적이기 때문에 일관되게 합법적이라고 판결해 왔다”고 트럼프 편향성을 부인했다.
◆ “항소법원은 메이저 리그의 플레이오프”
NYT는 사법부를 메이저 리그 야구에 비유하면 94개의 연방 지방 법원은 정규 시즌, 대법원은 월드 시리즈이며 13개의 항소 법원은 플레이오프와 같다고 표현했다.
가장 중요한 사건과 법적 쟁점들이 처리 해결되는 중간 단계다.
항소법원 판사들은 무작위로 선정된 패널 집단으로 구성되어 단독으로 판결을 내린 지방법원 판사들의 판결을 심리한다.
트럼프의 정책이 지방법원 판사에 의해 일시적으로 중단돼도 항소법원이 ‘행정적 효력 정지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런 명령은 최종 판결전까지 일시적이지만 몇 주 또는 몇 달 동안 유지될 수도 있다. 많은 경우 ‘항소심 계류 중 효력 정지 명령’으로 대체된다.
NYT 분석에서 트럼프가 지명한 항소심 판사들은 행정적 집행유예에 97%, 항소심 계류 중 집행유예에 88% 찬성으로 지방법원 판결을 일시 중지시켰다.
항소법원의 최종 판결에 동의하지 않으면 대법원에 추가 심리를 요청할 수 있지만 이같은 청원 중 약 1%만을 수용한다.
매년 4만 건 이상의 사건을 처리하는 항소법원이 지방법원 판사들을 견제하는 강력한 권한을 갖게 되는 것이다. 항소법원 판례는 해당 관할 구역 내 개별 법원에 구속력도 갖는다.
지난해 6월 트럼프는 “내가 선발한 판사들이라면 그들이 어떻게 결정할지 여러분도 알 것”이라고 복음주의 기독교 단체 지도자들에게 말했다.
◆ 트럼프, 1기 카터 이후 최다 항소법원 판사 임명 “어느 때보다 편향적”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동안 총 54명의 항소법원 판사를 임명다. 이는 지미 카터 대통령 이후 가장 많았다. 두 번째 임기 동안에는 6명 추가했다.
법학 교수 스티븐 최 등의 연구에 따르면 2025년 판결을 기준으로 보면 다른 어떤 대통령이 임명한 판사들보다 훨씬 더 편향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NYT는 전했다.
항소 법원 판사는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 인준을 거쳐 종신직으로 임명된다.
2013년 지방법원 및 항소법원 판사 지명에 대한 의사 진행 방해(필리버스터)를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2017년에는 항소법원 판사 지명에서 ‘블루 슬립’ 제도도 폐지됐다. 이는 지명자가 상대당 소속이라 하더라도 해당 주 상원의원의 승인을 받도록 한 것이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명했던 항소법원 판사 출신으로 깁슨 던 로펌 변호사인 그레그 코스타는 “이러한 제도 변화도 트럼프가 자신의 사법 철학과 더 잘 맞는 사람들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변화가 상대 정당의 승인을 얻을 수 있는 타협 후보의 수를 줄여 점차 사법부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225건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4년 임기 동안 서명한 162건에 비하면 월등히 많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 명령’ 정책은 지방 법원 판사들의 지속적인 반발을 불러일으켜 가처분 명령 등으로 행정부 정책을 견제했다.
하지만 지방법원의 견제는 ‘트럼프의 항소 법원 판사’ 들에 의해 다시 제동이 걸리는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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