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 성장' '잠재성장률 반등' 목표 제시
적극적 거시정책, 핵심 산업 육성으로 성장 견인 구상
올해 재정지출 55조원↑…公기업투자정책금융도 늘려
반도체·AI에 투자 본격화…지방·녹색전환·안전투자도↑
경제 체질개선 위한 6대 구조개혁은 원론적 수준 그쳐
"구조개혁 내용 거의 없어…고통스러운 선택 미룬 것"
[세종=뉴시스] 안호균 임하은 박광온 기자 = 올해 이재명 대통령의 신년사에는 성장이라는 단어가 41회나 들어갔다. 국민(35회), 평화(5회), 민생(2회), 통합(1회) 등 다른 단어들에 비해 성장의 가치가 더 강조된 것이다. 경제 성장은 이재명 정부 제1의 국정 목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두차례 발표하던 '경제정책방향'도 새 정부 들어 '경제성장전략'으로 명칭을 바꿨다. 정부는 지난 9일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는 올해 경제성장률 2%를 달성한다는 단기 목표와 1% 후반대로 떨어진 잠재성장률을 3%까지 끌어올린다는 장기 목표를 제시했다.
'경제 대도약'의 원년인 올해 '적극적 거시정책'과 반도체·인공지능(AI)·방산·바이오·컬처·녹색전환(GX) 등 '핵심 산업 육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첨단전략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단기 성장률은 물론 생산성과 산업 경쟁력까지 함께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올해도 정부는 확장적인 재정정책 기조를 이어간다. 총지출 규모를 지난해(본예산 기준) 673조3000억원에서 올해 727조9000억원으로 54조6000억원(8.1%) 확대한다. 공공기관 투자와 정책금융 공급도 지난해보다 20조원 가량 늘릴 계획이다. 이중 상당 부분은 성장률 견인과 산업 육성에 투입될 예정이다.
정부는 내수 진작을 위해 중소·중견기업 시설투자자금을 30조5000억원에서 31조4000억원으로 1조원 가량 확대한다. 이를 통해 시설투자자금을 역대 최대인 54조4000억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또 수출 기업 지원을 위해 수출 바우처 공급을 2363억원에서 3525억원으로 확대하고 온라인 수출 바우처도 신설(기업당 최대 1000만원)한다.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는 올해부터 본격 산업 지원에 착수한다. AI에 6조원, 반도체에 4조2000억원, 모빌리티에 3조1000억원, 바이오·백신에 2조3000억원, 이차전지에 1조6000억원, 미디어·콘텐츠에 1조원, 항공우주·방산에 7000억원, 수소·연료전지에 6000억원을 투자한다.
'AI고속도로' 건설을 위해서도 적극적인 투자에 나선다. 국가AI컴퓨팅센터 연내 착공을 위해 정부 재정과 정책금융, 민간 자금이 함께 참여하는 합작 SPC(특수목적회사)를 신속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녹색 대전환(GX)도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동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올해 상반기 중 전력·산업·수송·건물 등 전 부문의 녹색 대전환과 지원 방안을 담은 K-GX 전략을 마련하고 향후 10년간 대규모 재정투자를 추진한다.
올해 예산을 대폭 증액(19.3%)한 연구개발(R&D) 분야에도 지속적으로 투자를 확대한다. 현재 4.9% 수준인 정부 총지출 대비 R&D 지출을 5% 수준으로 높이기로 했다.
또 안전이 기본이 되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산재예방사업에 대한 재정 지원을 지난해 1조3000억원에서 올해 1조6000억원으로 확대한다. 10인 미만 영세사업장의 안정장비에 대한 재정 지원은 70%에서 90%로 늘리고 산재예방시설 융자는 4600억원에서 5400억원으로 확대한다.
지방주도성장을 위한 재정 지원도 확대한다. 지방에 RE100 산단을 조성하고 기업 입주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방투자촉진보조금 한도 및 국고 보조비율 등에서 최고 수준의 재정지원을 하기로 했다.
지방에 투자하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재정·세제 등 패키지 지원을 하기로 했다. 글로벌 기업이 비수도권에 투자시 현금지원 환도를 투자액의 10%p 가산할 계획이다. 지방이전 기업에 대한 법인·소득세 감면 기간도 낙후도에 따라 확대한다.
하지만 경기 진작과 핵심 산업 육성을 위한 과감한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6개 규제개혁(규제·금융·공공·연금·교육·노동)에 대한 내용은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성장하는데 장애로 작용하는 기업 규모별 규제를 전면 재검토한다는 계획은 지난해 발표한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 포함된 내용과 큰 차이 없이 원론적인 수준의 언급에 그쳤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노동개혁도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 원칙 법제화' 등 원칙적인 수준으로만 언급됐고,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연금개혁 방안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포함되지 않았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경제성장전략에 대해 "규제 완화나 구조개혁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다. 규제 샌드박스나 메가특구 정도가 언급됐을 뿐"이라며 "6대 구조개혁은 현 정부 출범 이전부터 공약으로 제시된 과제다. 2026년 경제정책방향에서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는다면 사실상 구조개혁을 미루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강성진 교수는 "구조개혁은 뼈를 깎는 고통이 필요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연금 개혁이다. 국민연금은 고갈이 예정돼 있고, 이를 막으려면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해관계가 첨예해 추진이 어렵다. 이런 고통스러운 선택을 계속 미루면 구조개혁은 결국 이뤄지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단기 경기 대응과 중장기 구조 개혁을 구분해 설계한 점과 잠재성장률 문제를 산업이나 생산성, 기술 전환의 관점에서 접근했다는 점에서 이전 성장전략보다 완성도가 높다고 보여진다"면서도 "다만 경제 성장을 위한 위한 구체적인 구조 개혁 방안이 부족해 보인다"고 짚었다.
이종욱 교수는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원인이 명확하다. 좋은 일자리 부족, 높은 주거비, 자녀 양육 부담, 노후 불안이다"라며 "이에 대한 답은 고부가가치 기업과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구조 개혁이다. 그러나 이번 전략에서는 이런 근본 해법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ahk@newsis.com, rainy71@newsis.com, lighto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