츄(CHUU), 조각 모음…이모지도 이미지도 아닌 야무지네

기사등록 2026/01/11 10:47:00 최종수정 2026/01/11 10:52:01

첫 솔로 정규음반 '엑스오, 마이 사이버러브' 발매

이달소 프로젝트 데뷔 8년 만에

"앨범 활동 때마다 좀 더 다른 절 꺼내 보고 싶어요"

[서울=뉴시스] 츄(CHUU). (사진 = ATRP 제공) 2026.01.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가수 츄(CHUU·김지우)는 이모지 또는 이미지로 기억된다. 귀엽고 활달하며 마냥 순수할 거 같은 그녀의 모습은 웬만한 이모지의 이미지를 넘어선다. 시민들의 발인 지하철 내부에 츄의 모습이 가득한 이유다.

츄는 그런데 음악을 대할 때 누구보다 야무지다. 그룹 '이달의 소녀'(이달소) 프로젝트로 데뷔한 지 약 8년 만인 최근 내놓은 첫 번째 솔로 정규 음반 '엑스오, 마이 사이버러브(XO, My Cyberlove)'가 그 증거다.

앨범 발매 당일 서울 강남구에서 만난 츄는 이번 음반이 자신에게 어떻게 의미가 있는지, 왜 좋은지를 두루 알고 싶어 하는 이들의 호기심에 화답했다. 2021년 첫 솔로 미니앨범 '하울(Howl)'로 솔로 데뷔한 츄는 이후 몇 장의 싱글, 앨범을 낸 이후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 현재 할 수 없는 걸 명확히 구분했다.

"이전처럼 곡 하나에만 초점을 두지 않고 이번 정규에선 앨범 전체의 흐름이랑 이야기들이 이어질 수 있게 노력했어요. 트랙 리스트의 감정들이 쭉 편안하게 이어져 '같이 여행하는 기분'으로 들을 수 있게끔요."

80년대 신스 질감과 K-팝의 몽글몽글함이 뒤섞인 아날로그 팝 트랙 '엑스오, 마이 사이버러브'를 비롯 앨범에 실린 아홉 곡의 사랑의 방향성은 다양하다. 그 만큼 츄도 창법을 다양화했다. 노래마다 감정 표현에 방점을 찍기보다, 감정을 차분히 눌러서 목소리 톤이 변주 되는데 신경 썼다. 츄의 가창은 사실 저평가됐다. 그녀는 이달의 소녀에서 메인 보컬이었다.

타이틀곡 '엑스오, 마이 사이버러브'는 감정 표현을 좀 허투루 하지 않으려고 꾹꾹 진심을 다해 불렀다. "불필요한 표현들을 빼려고 노력을 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츄(CHUU). (사진 = ATRP 제공) 2026.01.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카나리(Canary)'는 츄가 평소 좋아하는 팝 보컬 톤을 사용했다. '칵테일 드레스(Cocktail Dress)'는 고음 등 츄가 평소 쓰지 않은 음역대를 썼다. 기존 츄의 가창 스타일을 완전히 버렸다.

아프로비트가 녹아들어간 '리몬첼로(Limoncello)'는 목소리에서 산미가 느껴지도록 했다. 반면 '티니 티니 하트(Teeny Tiny Heart)'는 여유롭게 불러 공간감이 배었다.

'러브 포션'은 츄가 작년에 빠진 남아프리카 공화국(남아공) 출신 아마피아노(Amapiano) 슈퍼스타 타일라(Tyla)의 '워터'에서 영감을 받았다. "제가 좋아하는 신나는 비트라 이 곡에 안무를 좀 곁들여서 팬분들께 선물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얼터너티브 R&B 트랙 '하트 티 백(Heart Tea Bag)'은 감미롭고 촉촉한데 부드럽다.

'하이드 앤드 시크(Hide & Seek)'는 녹음이 제일 힘들었던 곡으로, 누군가와 즐거운 숨바꼭질을 하는 것처럼 노래하는 게 쉽지 않았다. 첫눈이 오면 그때 거기서 만나(Loving You!)'는 캐럴 같은 팬송이다.

이번 음반은 대중이 츄에게 기대하는 것들을 기분 좋게 배반한다. 대표적인 곡이 '엑스오, 마이 사이버러브'. "제 밝은 이미지와는 조금 거리가 있을 수 있고, 기대하시는 밝은 곡과는 다른 분위기의 곡인데 '너에게 닿지 않는 듯한 느낌'의 가사가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츄(CHUU). (사진 = ATRP 제공) 2026.01.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음반엔 츄와 꾸준히 호흡을 맞춰온 작사가 서지음·서정아 자매가 참여해 긴 호흡의 서사가 완성됐다. 츄는 자작곡을 싣고자 욕심이 있었는데, 이는 다음으로 미뤘다. 하지만 정규 1집 가수라도 꼭 자작곡을 실을 필요는 없다. K-팝은 퍼포먼스에도 방점이 찍히는 만큼, 자기 색깔이 분명한 퍼포머도 아티스트 범주에 충분히 들어간다. 

K-팝 안무가인 최영준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의 이사가 안무를 맡은 '엑스오, 마이 사이버러브'의 춤의 난도는 상당히 높다. "평소 이달의 소녀 때 썼던 격하고 에너제틱하며 굵은 동작들이 하나도 없어요. 여리여리하면서도 악센트가 있고 섬세한 동작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흐르는 듯한 안무인 거죠. 이달의 소녀 초창기 단체 연습하는 것처럼 춤 연습을 했습니다."

츄의 이번 앨범은 조각모음이다. 예전 컴퓨터에서 데이터가 단편화, 즉 조각이 많이 나면 데이터 처리 속도가 저하되거나 특정한 기록만으로 치우치게 될 우려가 있다. 그런데 해체된 것을 주워 모으면, 컴퓨터는 정상화된다.

"앞선 미니 앨범, 싱글에선 저의 부분 조각들을 보여드렸었다면 이번 정규에선 그 조각들, 그 파편들을 하나로 모아서 또 하나의 새로운 얼굴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서지음 작사가가 노랫말을 붙인, '엑스오, 마이 사이버러브'는 츄와 대중의 관계를 은유하는 듯하다.
[서울=뉴시스] 츄(CHUU). (사진 = ATRP 제공) 2026.01.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작고 네모난 화면을 / 하트로 가득 채워 / 내 맘이 좀 보이니? / 모르겠지 너는 바보같이 (…) 네 우주 밖을 떠다니는 내 맘을 봐 / 날 찾아서 힘껏 끌어안아 / 까만 창 너머 어둠 속의 불빛 하나"

인간과 AI가 가상의 대화창에서 소통하며 발생하는 감정의 파동을 은유적으로 그려낸 곡. 디지털 세계가 빚어낸 새로운 연애의 형태를 포착한다고 츄 소속사 ATRP는 설명했다.

츄는 해당 곡을 해석할 수 있는 경로는 다양하다며 "어떤 감정을 표현해야 이 마음이 닿을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봤다"고 했다.

아티스트로 팬들에게 가닿고 싶은데 예능에서 보여준 밝고 귀여운 이미지들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너무 익히 알려져 있는 미소, 유머러스한 캐릭터는 이미 충분히 보여드리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번 앨범 활동할 때 연기 레슨을 받았어요. 좀 더 다른 저를 좀 꺼내보고 싶었거든요. 팬분들이 아직 모르시는 저를 조금씩 더 꺼내서 '앨범 활동 때마다 츄는 다르구나' 느끼셨으면 합니다. 현재는 절 50% 정도 꺼낸 것 같아요. 완벽해진, 잘 준비된 절 보여 드려야겠다라는 생각보다 조각들을 모아 한 번은 정리하고 가야 하는 구간이 지금이라고 생각했어요. 저에 대한 정립이자 새로운 출발점을 목표로 정규 앨범을 준비했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