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흑인 노예 부부의 탈출기…'주인 노예 남편 아내'

기사등록 2026/01/05 08:00:00 최종수정 2026/01/05 08:16:24

'어느 서민 여성의 삶, 노년, 죽음'

[서울=뉴시스] '주인 노예 남편 아내' (사진=드롬 제공) 2025.01.0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주인 노예 남편 아내(드롬)=우일연 지음

한국계 작가 최초 퓰리처상(2024년) 수상작. 저자는 첫 소설에서 19세기 실존 여성의 이혼기를 그려냈다면 이번 소설은 미국 노예 제도에 천착했다.

작품은 흑인 노예 부부가 자유와 인간의 존엄을 꿈꾸며 탈출기를 그린 소설이다. 작품의 배경은 남북전쟁의 중심지 미국 조지아주다. 

1848년 12월 흑인 노예 부부인 아내 엘렌과 남편 윌리엄 크래프트는 탈출을 위해 변장한다. 아내는 백인 남자 주인으로, 남편은 주인을 보필하는 흑인 노예 행세를 하며 자유를 찾아 조지아주 메이컨에서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로 향한다. 노예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부는 치밀한 계획을 세운다.

부부가 탈출을 강행하기로 결심하는 장면에서 시작되는 이 소설 속 여정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작가는 치밀한 고증과 소설적 상상력을 결합해 기록 속 이야기들을 생생한 장면으로 불러낸다. 동시에 아시아계 작가가 미국 노예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외부자의 시선'이 만들어내는 거리감과 성찰도 돋보인다.

저자는 소설에 대해 "이데올로기로 분열된 국가와 민족에 관한 이야기이자, 억압을 벗어나 자유를 추구하는 인간의 이야기"라고 했다.

부부의 탈출 여정에 몰입하다가 어느새 자유를 찾는 인간의 보편적 투쟁과 마주하게 된다.  소설은 묻는다. 자유란 무엇이며, 차별·분노·분열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재 우리에게 자유의 본질적 의미는 무엇인가를.
[서울=뉴시스] '어느 서민 여성의 삶, 노년, 죽음' (사진=문학과지성사 제공) 2026.01.0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어느 서민 여성의 삶, 노년, 죽음(문학과지성사)=디디에 에리봉 지음

노동계급 출신이자 동성애자인 저자가 책 '랭스로 되돌아가다'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이야기했다면, 이번에는 평생 노동계급으로 살아간 어머니의 삶을 통해 프랑스 사회의 계급, 노년, 돌봄의 문제를 파고든다.

어머니는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로 요양원에 입소한뒤 두 달 만에 세상을 떠난다. 이 죽음은 저자에게 노년과 취약한 존재, 돌봄과 연대의 문제를 성찰하게 만든다. 어머니에 관한 사적인 회고에서 출발한 서술은 프랑스 노동계급 여성들의 생애로 확장되며 노년과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에 다가간다.

고아원에서 자란 어머니는 어린 시절부터 노동에 뛰어들었다. 10대에는 하녀와 가정부로, 이후에는 공장 노동자로 일하며 생을 이어왔다. 저자는 어머니의 일생을 추적하면서도, 정작 자신이 어머지를 잘 알지 못했다는 사실에 자책한다.

"나는 자문했다. 이 여성은 누구인가? 청소년 시절, 성인 시절 그녀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녀는 '전업주부'였을까, 아니면 하나 또는 여러 직업이 있었을까?" (본문 중)

노동계급에서 벗어나 지식인이 된 아들(저자)은 어머니의 생애를 통해 '나이 듦'과 '죽음'의 의미를 더듬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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