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유가족·노동자·성소수자 등 초청
[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 108배 기도로 새해를 시작했다.
조계종은 진우스님이 병오년 새해 첫날인 1일 서울 봉은사 법왕루에서 사회적 약자들을 초청해 '평등세상 기원 새해맞이 108배 기도'를 봉행했다고 2일 밝혔다.
총무원장 스님 임기 중 사회적 약자를 초청해 함께 108배를 드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기도에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 고재승 이사, 쿠팡 물류센터 정동헌 지회장, 태안화력 한전KPS 비정규직 김영훈 지회장, 무지개행동 공동대표이자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집행위원인 박한희 변호사, 이원호 빈곤사회연대·주거권 네트워크·전세사기 시민대책위 집행위원장, 고 뚜안님 공동대책위원회 대표 김헌주, 고 뚜안 아버지 부반승 씨 등 사회적 현안의 당사자 7명이 함께했다.
진우스님은 기도 후 법문에서 "불교 수행은 개인의 해탈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의 고통을 덜어내는 자비행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고통받는 이들의 목소리를 먼저 듣고 함께 해결책을 찾는 것이 불교의 사명"이라고 밝혔다.
진우스님은 이후 봉은사 내 구생원으로 자리를 옮겨 초청자들과 떡국을 나누며 간담회를 열고, 각자의 현안과 고충을 경청했다.
정동헌 쿠팡물류센터지회 지회장은 이 자리에서 "과로사 등 산재 사망의 대표적인 회사가 쿠팡이며, 올해만 8명이 사망했다"며 "김범석 의장은 불출석하고 모르쇠로 일관하며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국민적 화두가 된 만큼 조계종에서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김영훈 한전KPS 비정규직 지회장은 "2018년 김용균 사망 이후 2025년 또다시 김충현 산재 사망 사건이 발생했다"며 "법원 판결 등에 근거해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기후변화협약에 따라 석탄화력발전소 폐쇄가 시작됐고, 이에 따른 산업 전환을 두고 정부와 협의 중"이라며 "직장 폐쇄에 따른 일자리 문제와 지역 공동화 문제에 대해 국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 뚜안님 공동대책위원회 대표인 김헌주 경북북부이주민센터 소장은 "이주노동자의 안정적인 체류 보장과 노동 여건 개선 등 제도적 개선은 앞으로도 계속 정부와 논의해 나가야 한다"며 "분향소 설치부터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의 도움이 컸고, 지난해 11월 18일 산재 사망 위령재 당시 총무원장 스님이 직접 총리와 노동부 장관에게 면담 요청 서한을 전달하는 등 많은 역할을 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고재승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 이사는 "제주항공 참사 특별법이 빠르게 제정되다 보니 미흡한 부분이 있다"며 "진상 규명과 피해자 지원에 대한 내용이 보완돼야 한다"고 말하고, 특별법 개정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집행위원인 박한희 변호사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성소수자 차별 실태 조사 결과, 불교가 가장 우호적인 단체로 나타났다"며 "차별금지법 등 성소수자 인권을 위해 꾸준히 관심과 지원을 해온 조계종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20년 넘게 시도돼 온 차별금지법 제정에 적극적인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진우스님은 "불교는 모든 존재가 서로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는 데서 출발한다"며 "성소수자든 누구든 모양과 성별에 상관없이 모두 중생이며, 상의상관으로 연결된 존재이기에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관심을 갖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동자동 공공주택 개발 문제와 제주항공 특별법 보완 사항 등을 실무 부서를 통해 구체적으로 전달해 달라"며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역할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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