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가미 겐지의 연작소설집 '천년의 즐거움'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댈러웨이 부인(민음사)=버지니아 울프 지음
20세기 영미 문학과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버지니아 울프의 대표작. 소설은 제1차 세계 대전이 끝난 5년 후를 배경으로 한다. 1923년 6월, 무더운 여름날 클래리사 댈러웨이는 런던을 배회하다 소란스러운 거리에서 지난 전쟁을 떠올린다.
역사적 사건에 입각한 저자는 당시 문학에서 볼 수 없던 색다른 서술 방식으로 작품을 전개한다. 등장인물을 약 20명을 등장시켜 다양한 시점으로 아픈 역사를 서술하며 시공간을 넘나든다. 각기 다른 계층과 신분, 상황에 속한 인물들의 심리와 의식을 통해 영국 사회를 비춘다.
"이런 세상에 자식을 낳을 수는 없다. 더는 고통을 영원히 이어 갈 수도, 이 욕정에 가득 찬 동물을 번식할 수도 없다. 우리에겐 지속적인 감정이 없으며, 오직 변덕과 허영심에 사로잡혀 이리저리 휩쓸려 다닐 뿐이다." (본문에서)
소설은 영국 BBC가 선정한 '반드시 읽어야 할 100대 소설' 중 한 권이다. 책은 100주년을 기념해 민음사에서 세계문학전집 484번째로 발간됐다.
▲천년의 즐거움(문학과지성사)=나카가미 겐지 지음
문학을 통해 '언어로 쓰이지 못하는 일본', 국가의 주변부의 역사와 서사를 복원한 나카가미 겐지(1946~1992)의 연작소설집.
작품은 피차별 부락(에도시대 천민이 모여 살던 집단 거주지) '로지'를 배경으로 한 총 6편의 단편이 수록됐다. 피차별 부락은 저자의 실제 고향이기도 하다.
장소는 근대 일본의 도시화 과정에서 배제된 곳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곳에서 근대 문학의 언어를 배웠고, 차별이 존재했던 공간에서 자신만의 목소리를 전했다.
아울러 그동안 전면에 드러나지 않았던 존재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단순히 피해자의 시선으로 사회의 모습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통이 되풀이되는 공동체의 구조 자체를 비춘다.
작품은 화자인 늙은 산파(産婆) 오류노 오바가 공간의 인물들의 삶을 구술해 주며 전개된다. 오랜 세월 이곳에서 삶과 죽음을 맞닥뜨린 오바의 시선으로 공간의 기억을 복원시킨다.
"모든 것을 긍정하고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축복하는 일, 그것은 오류노 오바가 산파 일을 하면서 익힌 지혜였으나 그래서는 이 세상이 매끄럽게 굴러가지 않고 번영도 없으며 증식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 그렇다 해도 세상이 꼭 매끄럽게 굴러갈 필요는 없고 번영할 필요도 없고 증식할 필요나 이유도 없다." (본문에서)
◎공감언론 뉴시스 excusem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