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저출산 정책부터 틀렸다… '인구에서 인간으로'

기사등록 2025/12/30 14:01:23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전 세계에서 가장 아이를 낳지 않는 나라 대한민국. 결혼을 안해서인가, 결혼해도 아이를 낳지 않아서인가.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한국은 이제 끝난 것인가. 인구 위기에 봉착한 한국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신간 '인구에서 인간으로'(위즈덤하우스)는 지난 16년간 한국의 결혼과 출산을 둘러싼 인구문제를 연구해 온 인구경제학자 이철희 서울대 교수의 심층 진단과 제언을 총망라한 책이다.

이 교수는 초저출산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공부와 담론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아직 사람들이 모르거나 오해하는 내용이 많고, 합리적인 정책 수립에 필요한 믿을 만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은 사안들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2010년 전후만 해도 결혼한 여성의 출산율 감소가 출산율 하락의 주된 요인이라게 중론이었는데, 이는 서구의 경험과 연구에 기댄 것이었다. 그런데 저자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한국에서는 결혼 감소가 장기적인 출산율 감소의 주된 요인이라는 결론이 도출됐다. 이를 계기로 그는 한국의 결혼과 출산에 관한 연구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았고, 이후 출산율 하락의 중요한 원인이 결혼의 감소라는 사실이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이 책은 인구문제를 깊이 이해하기 위해 실증적인 증거와 합리적인 추론에 기초했으며, 거의 모든 근거를 한국의 고유한 사례와 데이터에서 얻었다.

"주택 소유 여부에 따라 그 영향이 다르기는 했지만 주거비 상승은 전반적으로 출산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즉 주택 매매가 1% 상승은 합계출산율을 0.264% 하락시키고, 전세가 1% 상승은 합계출산율을 0.826% 떨어뜨린다고 추정되었다. 무주택자의 출산율에 미친 음(-)의 효과가 유주택자의 출산율에 미친 양(+)의 효과를 압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회귀분석 결과에 따르면 2015~2023년 주택 매매가와 전세가 상승은 동 기간 합계출산율 하락의 약 15%를 설명하는 요인이었다." (157~158쪽)

"오늘날 한국은 어떨까? 과거의 영국처럼 돈이 있어야 결혼하고 아이를 가질 수 있는 사회일까? 수량적 증거는 그렇다고 대답한다. (중략) 예컨대 지난 20년간 소득 중상위(4분위) 여성의 합계출산율은 소득 최하위(1분위) 여성 합계출산율에 비해 두 배나 높았다. 많은 사람이 느끼듯이 한국 사회에서 결혼하여 자녀를 낳는 선택은 어느덧 부유함의 상징이 되어버린 것이다." (128~129쪽)

저자는 출생아 수 감소 원인 분석 뿐 아니라, 한국 정부의 지난 20년 간의 '저출산 대책'을 평가하고 왜 아무런 효과를 얻지 못했는지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또한 아이가 줄어드는 사회의 미래를 내다보고,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저자는 특히 '아이들이 인구를 채우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존중받는 사회'로 전환할 필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현재의 '시대정신'이 요구하는 인구정책의 비전과 목표는 무엇일까? 필자는 '선택의 자유 확대'와 '삶의 질 유지'라고 생각한다. 출산율을 높이기에만 매달리기보다 어떤 사람이라도 원하면 자유롭게 자녀를 낳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또한 출생아 수 감소로 나타날 수 있는 사회경제적 충격을 최대한 완화함으로써 국민 삶의 질이 유지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3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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