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린것, 진지하게…더 나은 애널리스트 될 것"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신영증권이 올해 주식시장을 마감하며 '2025년 나의 실수'라는 제목의 반성문을 내놨다.
45쪽 분량의 보고서로, 신영증권 김학균 리서치센터장을 비롯해 16명의 연구원이 함께 썼다. 신영증권은 2022년부터 4년째 매년 말 반성문 성격의 보고서를 내고 있다.
김학균 센터장은 보고서에서 "강세장을 전망했지만 코스피 4000p는 생각도 못했다"며 "이제 '5000p' 또는 '6000p' 도달도 불가능해 보이지 않지만, 적어도 지난해 이맘때쯤에는 코스피가 4000p대까지 조기에 상승하는 시나리오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반성했다.
김 센터장은 "올해를 되돌아보면 주가가 예상보다 많이 올랐다는 사실보다는 '원화 약세' 와 '코스피 상승'이라는 조합이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말 2025년 강세장을 전망했던 이유는 '지배구조 개선'과 '달러 약세'에 따른 비달러 자산으로서의 한국 주식에 대한 선호 개선이었다"며 "지배구조 개선은 예상대로 진행됐지만 환율 전망은 크게 어긋났다"고 자책했다.
김 센터장은 원화 약세의 이유도 복기했다.
그는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달러 약세를 이끌었던 대외적 요인들이 약해졌다"며 "미국의 재정 적자가 부각되는 국면에서 프랑스와 영국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부각되면서 유로화와 파운드화의 강세 기조가 주춤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10월 출범한 일본 다카이치 내각이 아베노믹스 계승을 천명하면서 엔화가 급격한 약세로 돌아섰다"며 "원화는 유로와 파운드, 엔화의 움직임에 동조화되는 경향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또 "대미무역협상 결과 향후 10년간 연간 최대 2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해야 한다는 부담, 한국인들의 미국주식 투자 확대가 원화 약세를 부추겼다"고 덧붙였다. 미국 재무부에서 집계한 한국 국적 투자자들의 올해 미국 주식 순매수는 3분기 말까지 532억 달러로, 일본의 282억 달러와 대만의 115억 달러보다 훨씬 규모가 컸다.
김 센터장은 "결과적으로 유럽과 일본의 재정·정책변화가 가져올 파급효과를 간과했고, 한국인들의 미국주식 편애가 환율에 미친 영향도 예상보다 컸다"며 "반도체∙자동차 등과 같은 수출주 대비 내수주들의 성과 부진도 원화 약세에서 파생된 결과인데 이 역시 당초 전망과 어긋난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원화 약세는 한국 고유의 특수성이 반영된 결과라기 보다는 동아시아 통화의 보편성이 발현된 것으로 해석하고 싶다"며 "이미 위안화가 강세로 돌아섰고, 엔화 역시 반전 가능성이 커진다면 원화의 추가 약세에 베팅하는 전략은 위험해 보인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미국의 대외불균형 완화를 위한 도구가 '관세'에서 '환율'로 바뀌게 된다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넘게 강세를 나타냈던 달러화는 장기 약세로 반전되는 변곡점에 도달하지 않았나 싶다"며 "순환적인 요인을 고려해도 원·달러 환율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어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었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점도 원·달러 환율의 하락 반전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신영증권 리서치센터는 4년 연속 반성문 성격의 보고서를 낸 것에 대해 "때로는 맞추고, 때로는 틀리고 하는 것이 애널리스트의 일이라면 '틀린 것' 혹은 '틀리고 있는 것들'을 진지하게 대하려고 한다"며 "더 나은 애널리스트가 됨으로써 장기주의를 지향하는 투자자와 기업의 든든한 벗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부족한 인간이 좋은 의사결정만 할 수는 없기에, 실수로부터 배워야 한다"며 "투자는 좋은 선택을 해야 이기는 게임이지만, 잘못된 행위를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승률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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