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동효정 기자 = 쿠팡이 3370만명의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한 첫 소비자 보상안을 공개했다.
현금이 아닌 자사서비스와 연계한 보상안으로 '실효성' 논란이 나오지만 국내에서는 현금 직접 보상 사례가 드물어 최대 규모의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5000원), 쿠팡이츠(5000원), 쿠팡 트래블(2만원), 알럭스(2만원) 등 총 4종이다.
보상 규모는 총 1조6850억원으로, 구매이용권 형태로 지급되며 와우 유료 회원과 일반 회원, 탈퇴 회원 모두 대상이다.
다만 해당 이용권이 전액 현금성 보상이 아닌 쿠팡 내 사용처로 나눠 지급되는 방식인 점을 두고 일부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실질적인 보상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용 빈도가 높은 쿠팡과 이츠 부문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은 1만원에 그치고, 나머지는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인 쿠팡 트래블과 알럭스에 배정돼 있어 사실상 마케팅 비용에 가깝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쿠팡의 수익성이 낮은 상황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보상안을 마련한 점이 유의미하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쿠팡의 이번 보상안 규모는 지난해 순이익(940억원)의 17배, 올 1~3분기 누적 순이익(3841억원)의 4배 이상이다.
일각에서는 "현금으로 지급해달라"는 요구도 나오지만 재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현금 직접 보상 사례는 전무한 실정이다.
개인정보 유출 피해와 관련해 국내 기업들이 현금 대신 자사 서비스와 연계한 보상책을 내놓는 것이 관행이다.
SK텔레콤, KT, 롯데카드 등도 유사한 방식으로 소비자 보상을 진행하며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재계에 따르면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한 기업이 직접 현금 보상을 실시한 사례는 거의 없으며, 법원의 집단소송 판결을 통해 현금 배상이 이뤄지는 경우도 수 개월에서 1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
이에 기업들은 피해가 확실하지 않은 초기 단계에서는 자사 서비스와 연계한 자체 보상책을 마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SK텔레콤은 2696만명의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한 달 통신요금 50% 할인, 추가 데이터 제공, 임페리움 보안 서비스 1년 무료를 제공했다.
KT는 2억원 이상의 무단결제 피해가 발생한 고객을 대상으로 5개월간 데이터 100GB 무료, 통신비와 단말기 교체 비용 지원 등을 발표했다.
올해 금융정보 유출 사건을 겪은 롯데카드는 10개월 무이자 할부, 카드 재발급 부정사용 보상, 연회비 면제 등을 내놨다.
재계 관계자는 "이들 기업 모두 보상안에 대해 비판을 받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의 유출 조사로 피해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상안 발표와 관련해선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쿠팡 역시 유출 피해 규모가 확정되지 않은 초기 단계에서 최대한 도의적 차원에서 보상안을 마련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쿠팡이 초기 대응은 늦었지만 피해 보상안 발표까지 단계적 조치를 진행하고 있는 점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 교수는 "소비자 입장에서 대응이 다소 늦었다고 느낄 수 있지만, 쿠팡이 기술적 보완 조치와 사고 조사, 피해 보상 등 사안 해결을 위해 단계적으로 필요한 조치들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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