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폭음 뒤 찾아오는 '이것'…뼈 괴사까지 부른다

기사등록 2025/12/30 01:01:00

대퇴골두무혈성괴사, 뼈 조직 죽고 관절 모양 무너져

초기 증상 거의 없어…3050 젊은층서 발생 진행 빨라

위험인자 가졌다면 연말연시 음주 자제하고 관리해야

[서울=뉴시스] 30일 의료계에 따르면 연연말연시 잦은 술자리와 과음은 단순한 숙취를 넘어 고관절을 망가뜨리는 심각한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대퇴골두무혈성괴사로 고관절의 핵심 구조인 '대퇴골두'에 혈액 공급이 줄거나 완전히 차단되면서 뼈 조직이 서서히 죽고, 결국 관절 모양이 무너지는 질환이다. (사진= 유토이미지 제공)

[서울=뉴시스]송종호 기자 = 연말연시 잦은 술자리와 과음은 단순한 숙취를 넘어 고관절을 망가뜨리는 심각한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대퇴골두무혈성괴사로 연말연시를 맞아 술자리가 잦다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30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퇴골두무혈성괴사는 고관절의 핵심 구조인 ‘대퇴골두’에 혈액 공급이 줄거나 완전히 차단되면서 뼈 조직이 서서히 죽고, 결국 관절 모양이 무너지는 질환이다.

대퇴골두는 야구공이나 탁구공처럼 둥글고 매끈한 형태로, 골반 안쪽 관절면에 맞물려 상·하체를 연결하고 체중을 지탱한다. 하지만 혈류가 끊기면 이 둥근 관절 머리가 안쪽부터 약해지기 시작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내부가 붕괴되며 겉모양도 납작해지거나 깨지는 변형이 진행된다.

질환이 악화되면 관절 표면이 거칠어지면서 걷는 동작이 부자연스러워지고, 다리 길이가 짧아 보일 수 있다. 체중을 실을 때마다 고관절에서 삐걱거리는 느낌이 들거나, 양반다리처럼 고관절을 크게 굽히고 벌리는 자세가 어려워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오래 걷거나 계단을 오를 때 통증이 심해지는 것도 특징이다.

문제는 초기 증상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통증 없이 조용히 진행되다가 어느 날 갑자기 허벅지나 사타구니(서혜부) 깊숙한 통증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발견이 늦어지기 쉽다.

흔히 혼동하는 고관절염은 나이가 들면서 연골이 닳아 생기는 퇴행성 질환으로, 주로 중·장년층에서 서서히 진행된다. 반면 대퇴골두무혈성괴사는 뼈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내부에서부터 괴사가 시작되는 병으로, 30~50대 비교적 젊은 연령층에서도 발생하고 진행 속도도 빠르다.

허동범 연세스타병원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대퇴골두무혈성괴사는 여성보다 남성에서 훨씬 많이 발생하며, 특히 과도한 음주나 스테로이드 주사를 반복적으로 맞는 경우 대표적인 위험 요인"이라며 "흡연, 고지혈증, 당뇨병, 비만 등이 함께 있으면 혈관 기능이 더 떨어져 젊은 나이에도 고관절이 심각하게 손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초기에는 단순 근육통으로 오해하기 쉽다. 환자들이 흔히 호소하는 증상은 ▲사타구니 깊숙이 쑤시는 통증 ▲걸을 때 절뚝거림 ▲앉았다 일어날 때 통증 악화 등이다. 하지만 초기 엑스레이(X-ray) 검사에서는 정상으로 보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음주·흡연·스테로이드 사용 등 위험 인자가 있는 사람이 갑작스러운 고관절 통증을 느낀다면 자기공명영상(MRI) 검사가 필수적이다.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 선택지는 넓다. 대퇴골두가 무너지기 전 단계에서는 감압술과 같은 보존적 치료로, 뼈 내부 압력을 낮추고 새로운 혈류 유입을 유도해 관절을 살릴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대퇴골두가 찌그러져 형태가 붕괴된 경우에는 보존 치료로 회복이 어렵다. 걷기 힘들 정도로 통증이 심하거나 관절 운동이 제한되면 통증 완화와 정상 보행 회복을 위해 고관절 인공관절 수술이 유일한 치료법으로 권고된다.

허 원장은 "연말연시는 음주량이 급격히 늘고 피로와 스트레스가 겹치며, 넘어지는 사고까지 더해져 고관절 질환 위험이 높아지는 시기"라며 "단 한 번의 술자리가 바로 병을 만들지는 않지만 이미 위험 인자를 가진 사람에게는 질환을 촉발하는 방아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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