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철학·조직개편 역할 집중 검증
예산 컨트롤타워 기능 수행 가능성 관건
인사청문회 일정 국회 협의 거쳐 확정
[세종=뉴시스]임소현 기자 = 야당 출신 정치인인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 시험대에 오른다. 정부 조직개편으로 신설되는 기획예산처의 초대 장관 후보자인 만큼 정치적 중립성과 재정 철학, 예산 컨트롤타워 역할 수행 가능성 등이 핵심 검증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30일 관계당국 등에 따르면 이혜훈 후보자는 내년 초로 예상되는 인사청문회 준비에 돌입했다. 이 후보자는 지난 29일 임시 집무실이 마련된 예금보험공사로 첫 출근했다.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국회 교섭단체 간 협의를 통해 확정된다. 통상 대통령은 장관 지명 이후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에 제출한다.
요청안에는 후보자의 인적 사항, 경력, 재산·병역·납세·범죄 경력 등 기본 자료가 포함된다. 국회는 인사청문요청안을 소관 상임위원회로 회부하고 이후 여야 교섭단체 간 협의를 거쳐 인사청문회 날짜·시간·증인 채택 여부 등을 조율한다.
기획처는 기획재정부에서 예산 기능을 분리해 신설되는 조직으로, 향후 국가 재정 운용의 핵심 축을 담당한다. 정부는 이번 인사에 대해 통합과 전문성을 고려한 인선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부처 안팎에서는 상징성과 파급력이 큰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인사는 예산 기능 분리 이후 첫 장관 후보자라는 점에서 향후 재정 운영 체계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청문회 최대 쟁점은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다.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계열 정당에서 3선 의원을 지낸 인사로, 야당 활동 시기 정부·여당 정책을 비판해온 이력이 있다.
여권 정부에서 신설되는 부처의 초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정책 판단 과정에서 정치적 이해관계를 배제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증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 후보자 지명에 대해 "서로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로만 (내각을) 구성하기 보다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일지언정 격렬한 토론을 통해서 차이와 그리고 견해에 있어서 접점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며 "그 접점을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새로운 정책과 합리적인 정책을 만들어가는 지점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인사권이란 게 지명할 수도 있지만 지명을 통해 충분히 자신의 실력을 검증 받아야 하고 국민의 검증도 통과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12·3 불법계엄 옹호 논란을 두고서는 "후보자 본인이 충분히 소명하고 단절 의사를 명확히 표현해야 한다"고도 했다.
재정 철학 검증도 주요 관문이다. 기획처는 예산 편성과 조정을 총괄하는 조직으로, 장관의 정책 기조가 향후 재정 운용 방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후보자가 과거 재정 건전성을 강조해온 점을 고려할 때 민생·성장 중심의 확장 재정 기조를 내세우는 현 정부 정책과의 정합성이 청문회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국가채무 관리에 대한 인식과 복지·재정 확대에 대한 입장 변화 여부도 주요 질의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후보자는 첫 출근길에서 "기획과 예산을 연동시키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불필요한 지출은 찾아내서 없애고 민생과 성장에는 과감하게 투자하는 그런 방식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조직개편 이후 기획처의 실질적 권한 행사 가능성 역시 검증 대상이다. 예산 기능 분리 이후 첫 장관 후보자인 만큼 부처 간 예산 조정 능력과 대통령실·국회와의 역할 분담 구상이 청문회에서 도마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경제계 안팎에서는 기획처가 명목상 조직 신설에 그칠 경우 정책 조정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이 후보자가 예산 편성 과정에서 실질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제도적 보완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지가 청문회의 주요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과의 관계 설정과 협치 가능성도 변수다. 대통령실은 이번 인사를 통합형 인사로 규정하고 있지만 야당은 정치적 명분 없는 차출이라며 반발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자를 지명 직후 즉각 제명했다. 범여권에서도 이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라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청문회 과정에서 이 후보자가 야당과의 소통 및 협치 방안을 어떻게 제시할 수 있을지가 인준 여부를 가르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이 후보자는 "기획처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하는 전략 기획의 컨트롤 타워로서 미래를 향한 걸음을 내딛는 부처"라며 "국민의 세금이 미래를 위한 투자가 되게 하고, 그 투자는 또다시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이런 전략적 선순환을 기획처가 만들어 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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