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력난에 결국…초봉 5000만원 '군대 체험' 도입한 英

기사등록 2025/12/30 03:36:00
[서울=뉴시스] 육군은 지난 10일부터 강원도 인제 육군 과학화전투훈련단에서 영국군 1개 중대와 함께 연합 KCTC 훈련을 실시했다고 20일 밝혔다. 사진은 훈련에 참가한 영국군이 본격적인 훈련에 앞서 KCTC 마일즈장비에 대한 설명을 듣는 모습. (사진=육군 제공) 2023.10.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소원 인턴 기자 = 병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영국이 25세 미만 청년을 대상으로 1년간 유급으로 군 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27일(현지시각)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영국 정부는 내년 3월부터 '군 기초 훈련 프로그램(Armed Forces Foundation Scheme)'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년들은 1년 동안 육군·해군·공군 가운데 한 곳에서 복무하며 기초 군사훈련을 받게 된다.

해당 제도는 고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진로 탐색이나 자기 계발을 원하는 청년층을 주요 대상으로 한다. 진로에 대한 확신이 없는 젊은 세대에게 급여를 받으며 군 생활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영국 정부는 참가자들이 군사훈련뿐 아니라 물류·공학·공급망 관리 등 민간 기업에서도 활용 가능한 기술을 익히고, 문제 해결 능력과 팀워크, 리더십 등 핵심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맞춤형 교육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부 훈련 과정과 급여 수준은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았지만 일반 신병 기준 초봉은 약 2만6000파운드(약 5000만원)에 이를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초기에는 약 150명을 모집해 시범 운영한 뒤, 장기적으로는 1000명 이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번 제도 도입 배경에는 심각한 병력 부족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영국은 1960년 의무 복무제를 폐지한 이후 모병제를 유지해왔지만 최근 10여 년간 매년 모병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10월 기준 영국 정규군 규모는 약 13만7000명에 그쳤다.

지난해에는 당시 집권당이었던 보수당이 조기 총선 공약으로 '의무 복무제 부활'을 검토할 정도로 병력난이 심각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같은 해 영국 하원 국방위원회는 군 인력과 장비 부족 문제가 신속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고강도 전면전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경고를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영국군에서는 8명이 전역할 때 5명만 새로 입대하는 등 인력 이탈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존 힐리 영국 국방장관은 이번 제도에 대해 "젊은 세대가 군이 제공하는 기술과 훈련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국방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CNN은 영국의 이번 군 체험 프로그램이 호주가 운영 중인 'ADF 갭 이어(Gap Year)' 제도를 본뜬 것이라고 전했다. 호주는 고교 졸업생을 대상으로 한 군 체험형 갭 이어 프로그램을 10여 년간 운영해왔으며,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주요국도 젊은 층의 군 복무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유사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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