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클래식. 발레, 종교와 문학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새로운 기록을 쓰거나 마지막 인사를 남긴 이들이다.
마에스트로 정명훈과 소프라노 조수미, 시인 김혜순, 작가 박천휴, 발레리노 전민철·박윤재, 배우 고(故) 이순재와 고 윤석화, 그리고 교황 레오 14세, 노벨문학상 수상자 라슬로가 그 주인공이다.
◆'亞 최초' 라 스칼라 음악감독 정명훈
한국을 대표하는 지휘자 정명훈이 세계 최고 권위의 오페라 극장 중 하나인 밀라노 라 스칼라 음악감독을 맡는다. 247년 극장 역사상 최초의 동양인 음악감독이다. 라 스칼라는 지난 5월 12일(현지시각) 홈페이지를 통해 리카르도 샤이의 후임으로 정명훈 선출을 발표했다. 임기는 2027~2030년.
정명훈은 1974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피아노 부문 2위(한국인 최초)로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렸고, 1978년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부지휘자로 임명되며 지휘자로 방향을 틀었다. 이후 세계 주요 오케스트라와 무대를 누비며 명실상부 ‘세계적인 마에스트로’로 자리매김했다.
◆'천상의 목소리' 조수미, 佛 최고 문화예술훈장 수훈
소프라노 조수미(63)는 지난 5월 26일(현지시각) 프랑스 문화예술훈장 '코망되르'(최고등급)을 받았다. 한국인으로는 정명훈에 이어 세 번째, 그리고 여성으로는 최초다.
조수미는 1986년 트리에스테의 베르디 극장에서 첫 주연으로 데뷔했다. 이후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며 이탈리아 황금 기러기상(1993) , 국제 푸치니상(2008)등을 수상했다. 2023년에는 금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동양인 최초 세계 7대 콩쿠르 석권, 동양인 최초 그래미 오페라 부문 수상 등 '최초'의 기록을 꾸준히 써왔다.
◆한국인 창작자 최초 '토니상' 박천휴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지난 6월 8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6관왕(작품상·연출상·각본상·음악상·무대디자인상·남우주연상)을 차지했다.
작가 박천휴는 작곡가 윌 애런슨과 공동으로 각본상과 음악상을 수상하며, 한국인 창작자 최초 토니상 수상자가 됐다. '어쩌면 해피엔딩'의 성공은 현지화에 의존하지 않아도 한국적 정서와 서사가 세계 보편성 속에서 통할 수 있음을 입증한 사건으로 남았다.
◆김혜순 '죽음의 자서전', 獨 국제문학상 수상…亞 최초
김혜순 시집 '죽음의 자서전'이 지난 7월 17일(현지시각) 독일 '세계 문화의 집'(Haus der Kulturen der Welt, HKW)이 수여하는 국제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최초다.
'죽음의 자서전'은 국내에선 지난 2016년에, 독일어 번역본은 지난 2월 출간됐다. 2015년 지하철역에서 갑자기 몸이 무너지며 쓰러지는 경험을 바탕으로 메르스, 세월호 등 사회적 비극에 대입한 총 49편의 시가 실렸다.
국제문학상은 그해 독일어로 번역된 뛰어난 현대문학에 수여하는 상으로 2009년 시작, 번역문학 분야에 특화한 권위 있는 상이다.
◆마린스키 '주역' 전민철, 퍼스트 솔로이스트로
러시아의 마린스키 발레단의 발레리노 전민철(21)이 퍼스트 솔로이스트로 정식 등록했다.
2011년 입단해 수석무용수가 된 김기민에 이어 발레단의 두 번째 한국인 주역 무용수다.
지난해 오디션 합격 후 비자 문제로 게스트 자격으로 활동했지만, 7월 ‘라 바야데르’ 솔로르 역으로 첫 무대를 치르며 존재감을 증명했다.
◆한국인 남성 최초 '로잔 콩쿠르' 우승 박윤재
박윤재(17)가 지난 2월 8일 한국인 남자 무용수 최초로 스위스 로잔 발레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차세대 발레 무용수의 등용문으로 꼽히는 스위스 로잔 국제 발레 콩쿠르는 만 15~18세 주니어를 위한 대회로, 매년 최대 9명을 시상한다. 선발자는 세계적 발레단이나 발레 학교에서의 교육 기회와 1년 장학금 등을 받는다. 한국인으로는 지난 1985년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이 최초로 입상한 바 있다.
박윤재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산하 한국예술영재교육원, 계원예중을 거쳐 현재는 서울예고에서 리앙 시후아이를 사사하고 있다.
◆'국민 배우' 이순재 별세
'영원한 현역 배우' 이순재가 지난 11월 25일 별세했다. 향년 91세. 고인은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 데뷔 이래, 70여 년간 드라마 175편, 영화 150편, 연극 100여 편을 남겼다.
고인은 MBC TV '사랑은 뭐길래'(1991~1992)에서 '대발이 아버지' 역을 맡아 '국민 아버지'로 불렸다. 70대에는 MBC TV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2006~2007)을 통해 국민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이순재는 고령에도 브라운관과 무대를 오가며 활약했다. 87세에는 연극 '리어왕' 무대에 올랐다. 지난해 KBS 2TV 드라마 '개소리'에서 열연해 생애 첫 연기 대상을 수상했다. 정부는 지난 11월25일 고인에게 금관문화훈장(문화·예술 부문 최고 등급)을 추서했다.
◆'1세대 연극 스타' 윤석화 별세
'1세대 연극 스타' 배우 윤석화(69)도 뇌종양 투병 중 지난 19일 세상을 떠났다. 1975년 연극 '꿀맛' 데뷔 이래 고인은 '신의 아그네스'로 유명세를 얻었다. 존 필미어 원작인 이 작품은 1982년 국내 초연됐고, 고인은 주인공 '아그네스'역과 번역을 맡았다. 이 작품으로 백상예술대상 여자연기상, 여성동아대상 등을 수상했다.
윤석화는 공연계 발전에도 이바지했다. 1994년 자신의 이름 석화(石花)를 딴 돌꽃컴퍼니를 설립해 영화, 공연예술 월간지 등을 제작했다. 정부는 공연예술 발전에 기여한 고인의 공적을 기리고자 문화훈장 추서를 추진 중이다.
◆'미국 최초' 천주교 수장 '레오 14세'
미국의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69) 추기경이 올해 5월 천주교 새 수장이 됐다. 미국 출신 교황이 나온건 이번이 처음이다.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에 이어 제267대 교황, 즉위명 '레오 14세'로 선출된 그는 1955년 미국의 시카고에서 태어나 1977년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에 입회했다.
1985년부터 페루에서 20년간 선교사로 활동한 후 2023년 추기경으로 서임됐고, 교황청 주교부 장관에 임명됐다. '조용한 개혁가'로 불리는 레오 14세 교황은 남미에서의 목회 경험으로 교회 내 권위주의를 경계하고, 평신도 특히 여성 역할 확대를 강조해왔다. 프란치스코 교황 측근으로 개혁 성향을 보였지만, 신학적으로 중도파로 분류된다.
◆올해 노벨문학상의 주인공 라슬로
헝가리 소설가 라슬로 크러스너호르커이(71)가 2025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헝가리 현대문학의 거장 라슬로는 1954년 헝가리 남동부의 소도시 줄러에서 태어났다. 그의 데뷔작이자 대표작은 1985년 출간한 '사탄탱고'로, 공산주의라는 비극적 상황에 놓인 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는 2015년 헝가리 작가 최초로 맨부커상(현 부커상) 국제 부문을 수상했으며, 이 외에도 헝가리 최고 권위 문학상인 코슈트상(2004)과 산도르 마라이(1998)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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