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감중 윤영호 체포… 통일교 게이트 수사 키 'TM 특별보고' 추궁

기사등록 2025/12/26 12:28:36

한학자 보고용 3000쪽 내부 문건 수사 핵심으로

경찰, 윤영호 진술과 작성·보고 과정 대조할 듯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 선물을 전달하고 통일교의 현안을 청탁한 의혹을 받는 윤영호 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세계본부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5.07.30. hwang@newsis.com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통일교 정치권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26일 이번 의혹을 촉발한 핵심 인물로 지목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을 체포하며 수사 국면이 전환되고 있다. 경찰은 이른바 'TM(True Mother·한학자 총재를 지칭) 특별보고' 문건을 핵심 자료로 분석 중인 가운데, 윤 전 본부장의 신병을 확보해 문건 작성 경위와 보고 체계, 실제 접촉 여부 등에 대한 진술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26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전담수사팀은 이날 오전 9시50분께 서울구치소를 찾아 윤 전 본부장을 상대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경찰은 '신속한 추가조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영장을 발부 받았다.

앞서 전담팀은 지난 24일 윤 전 본부장에 대한 구치소 접견 조사를 시도했으나 불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장소는 구치소로 동일하지만, 기존 접견 조사가 임의조사 형식이었다면 이번 체포영장 집행 이후부터는 강제력이 수반된 조사로 전환된다. 체포영장은 일회성으로 향후 추가 조사가 필요할 경우 다시 발부받아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맞물려 경찰 수사에서 TM 특별보고 문건이 핵심 자료로 부상하고 있다. 경찰이 확보해 분석 중이라고 알려진 TM 특별보고는 2017년 8월부터 2023년 3월까지 약 6년간 통일교 간부들이 한학자 총재에게 날짜별로 보고한 내용을 정리한 내부 문건으로, 분량은 3000여 쪽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문건은 윤 전 본부장을 중심으로 작성됐으며, 정치권·정부 인사 접촉 내역과 교단 현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에는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른 전재수 전 의원이 7차례, 임종성 전 의원이 19차례, 김규환 전 의원이 29차례 언급된 것으로 파악됐다. 통일교의 정치권 로비 창구로 지목된 송모 전 천주평화연합(UPF) 회장은 2017년부터 국회의원과 정부 주요 인사를 접촉한 내용을 보고됐다고 한다.

전 전 의원과 관련해서는 "문재인 대통령 심복 중 심복", "우리 일에 적극 협조" 등의 표현과 함께 천정궁 방문, 한 총재 일정에 포함된 정황이 문건에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의원은 통일교 현안과 관련해 다수 언급됐고, 김 전 의원은 통일교 행사와 종교 활동에 적극적인 정치인으로 묘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통일교 측은 TM 특별보고가 내부 보고 과정에서 과장되거나 오류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문건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고, 관련 정치인들 역시 문건에 적힌 내용과 금품 수수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지난 23일 불가리코리아에 이어 까르띠에코리아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함께 집행했다. 이는 통일교 측이 2018년 전 의원에게 고가의 불가리 시계를 전달했다는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진술에 따라, 해당 시계의 구매 내역과 전달 경로를 확인하기 위한 조치다. 앞서 지난 15일 전 전 의원의 의원실과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에서는 시계 실물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이날 오전 전 전 의원 측 법률대리인인 이용구 변호사가 전담팀을 방문해 압수물 포렌식 참관 절차에 참여했다. 전 전 의원의 휴대전화 포렌식은 이미 마무리됐으며, 경찰은 나머지 압수물에 대한 분석을 이어가고 있다.

윤 전 본부장이 2018년 전 전 의원에게 금품을 전달했다고 진술한 만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의 공소시효가 이달 말 만료되는 점을 고려해 경찰이 전 전 의원을 조만간 재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찰은 이날 통일교 관계자 2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추가 소환해 조사 중이다. 이들은 모두 이번 사건과 관련해 기존에 조사를 받은 적이 없는 인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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