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 트럼프 추인기구 전락하자…공화 의원 10명 주지사 출마"

기사등록 2025/12/26 14:34:34

트럼프 독주로 올해 행정명령 225건…법안은 61건

관세·전쟁 등 의회 권한도 행정부가 전면 행사

좌절감 느낀 민주 공화 등 하원의원 44명 불출마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집권 이후 미국 의회가 사실상 대통령 결정을 추인하는 기관으로 전락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평가했다. CNN에 따르면 공화당 하원의원 최소 10명은 의회를 떠나 주지사 선거에 도전할 계획이다.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3월4일(현지 시간) 미 의회에서 상·하원 합동 연설을 하는 모습. 2025.12.26.

[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집권 이후 미국 의회가 사실상 대통령 결정을 추인하는 기관으로 전락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평가했다.

WSJ은 25일(현지 시간) '트럼프가 워싱턴을 장악한 가운데, 의회는 비틀거리며 2026년으로 간다' 제하의 기사에서 "2기 행정부에서 더 대담해진 트럼프 대통령이 단독 행동을 강화하면서 의회의 느리고 복잡한 절차를 우회하거나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에만 행정명령 225건에 서명하면서 1기 행정부 4년간 발표된 전체 행정명령(220건) 건수를 넘겼다. 보도에 따르면 프랭클린 루스벨트 행정부 이후 취임 첫해 기준 최다치다.

반면 의회가 올해 통과시킨 법률안은 61건에 그쳤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첫해인 2017년(96건) 처리 건수와 대비해도 64%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관세 부과, 선전포고 등 헌법 취지상 의회 권한에 속하는 결정도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발표로 이뤄지고 있다고 신문은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상징적 정책인 전방위 '상호관세' 부과를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상의 대통령 권한으로 추진했다.

이에 수입 업체들이 관세 부과는 의회 소관이라는 취지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1·2심이 위법 판결을 내린 데 이어 보수 우위 연방대법원도 트럼프 행정부 주장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대법원에서 패소하더라도 대통령이 직접 관세를 매길 수 있는 권한이 명시된 무역법 제301조·제122조 등을 동원해 대응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 베네수엘라 지상 공격을 개시할 경우 의회 승인을 구할 것인지 묻는 기자 질문에 "그들에게 말할 필요가 없다"며 "그들은 정보를 흘린다"고 말해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이밖에도 케네디센터의 정식 명칭을 '트럼프-케네디센터'로 바꾸는 결정과 49억 달러(7조여원) 규모의 해외 원조 철회 등 주요 입법 사안이 의회에 사실상 통보됐다.

WSJ은 "백악관 참모들은 농담처럼 '의회를 철권(iron fist) 통치하고 있다'고 말하고, 대통령 측근 스티브 배넌(1기 행정부 수석전략가)은 의회를 사실상 거수기인 러시아 의회 국가두마에 빗댄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물론 여당 공화당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기를 든 뒤 정치 경력을 마무리하거나 아예 의회를 떠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민주당 하원의원 19명, 공화당 하원의원 25명이 2026년 11월 중간선거에 불출마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상원에서는 민주당 4명, 공화당 5명이 은퇴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CNN에 따르면 공화당 하원 불출마자 중 10명은 주지사 선거 출마를 준비 중인데, 현역 하원의원 10명 출마는 집계가 가능한 1974년 선거 이후 역대 최다치다.

CNN은 "워싱턴 상황에 대한 광범위한 좌절감이 임계점에 이르면 당내 대거 이탈은 시간문제라는 말도 있다"며 "의회를 떠나는 대다수 의원 의석은 우세 지역이지만, 이 같은 이탈은 의회 직무 전반에 대한 불만을 여실히 드러낸다"고 해석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출마를 선언한 낸시 메이스 공화당 하원의원은 "당 지도부가 무능하다"며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공화당은 워싱턴 주도권을 잃게 될 것"이라고 했다.

주지사 출마 의지를 밝힌 다른 익명의 공화당 하원의원도 의회를 떠나는 이유에 대해 "나는 435명 중 한 명이 될 수도 있고, 단 한 명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sm@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