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진군 주민 대상…지속가능한 섬 의료 모델 진화
25일 인하대병원에 따르면 지난 1996년 개원 이래 필수 및 공공의료 중심의 상급종합병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지리적 특성상 의료 접근성이 취약한 인천 도서지역을 대상으로 장기간 체계적인 의료 지원을 묵묵히 이어오며 '섬 의료의 표준'을 만들어 왔다.
인천 옹진군을 중심으로 한 도서지역은 고령 인구 비중이 높고 의료 인프라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백령도, 대청도, 연평도 등 유인도 24개로 구성된 옹진군은 보건지소를 제외하면 병의원이 백령도에 단 1곳밖에 없다. 섬 주민들은 일상 진료는 물론 응급 상황에서도 육지 병원으로 이동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인하대병원은 이러한 현실을 공공 필수의료기관의 과제로 인식하고, 개원 2주년이던 1998년 6월 옹진군 백령면 주민 701명을 대상으로 첫 의료지원 봉사활동을 실시했다. 정형외과 등 5개 진료과, 19명의 의료진이 참여한 이 활동은 인하대병원 도서지역 의료지원의 출발점이 됐다.
같은 해 영흥면과 덕적면으로 활동 범위를 넓힌 인하대병원은 2010년대 중반까지 백령면·연평면·덕적면·자월면 등 옹진군 20개 섬과 강화군 교동면·삼산면까지 아우르며 내과·외과·소아과 등 전문의 중심의 순회진료 체계를 지속적으로 운영했다.
지난 27년간 옹진군 등 도서지역 무료진료에 참여한 의료진은 698명, 진료 받은 섬 주민은 약 9400명에 이른다.
◆단순 봉사에서 전문·조직화된 공공의료로
인하대병원의 도서지역 의료지원은 시간이 흐르며 단순한 의료봉사를 넘어 상급종합병원 수준의 전문 진료 제공으로 진화했다. 내과·외과는 물론 소아과·치과·산부인과·재활의학과 등 다학제 의료진이 참여하면서 주민들의 만성질환 관리와 삶의 질 개선에 기여를 해왔다.
특히 2015년 이후에는 일회성 지원에서 벗어나 공공보건 시스템 구축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도서지역 고령 인구의 가장 시급한 의료 수요가 만성 근골격계 통증 관리라는 점에 주목해 재활의학과를 중심으로 한 맞춤형 진료를 강화했다.
이 과정에서 인하대병원은 의료기관 단독 활동이 아닌 지역 협력 모델을 구축했다. 문갑도·승봉도 의료봉사에는 병원선을 활용했고, 연평도 진료 시에는 중부해양경찰청 및 인천의료원과 협력했다. 이러한 협업은 지역사회와의 신뢰를 쌓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인하대병원은 도서지역 의료지원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현지 의료 역량 강화에도 힘썼다. 2014년부터 시행한 전문의 직통 핫라인을 통해 도서지역 응급환자 진료지원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백령병원과 백령·연평 보건지소 공중보건의를 대상으로 전문 교육을 진행했다. 2015년에는 백령병원 등 옹진군 도서지역에 원격협진시스템을 구축해 헬기 후송으로 극복할 수 없었던 지리적 한계를 넘어 응급환자의 의료서비스를 강화했다.
또 2018년부터는 옹진군 주민을 대상으로 심뇌혈관질환 예방 교육과 심폐소생술 교육을 실시하며 치료 중심에서 예방 중심의 공공보건 활동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무료진료, 교육, 예방을 아우르는 입체적 지원 체계는 섬지역 보건 시스템의 실질적 파트너십 모델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인하대병원은 2019년 옹진군수 표창을 받으며 민관협력 공공의료 모델로 평가를 받기도 했다.
◆'1섬 1주치 병원' 지정·스마트 의료로 진화
인하대병원은 지난 2015년 인천시 섬프로젝트 일환으로 옹진군 도서지역 민관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뒤 지역사회와 신뢰를 구축하며 의료지원 활동 범위를 넓혀 나갔다.
2019년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도서지역 의료지원을 일시 중단했으나 2022년 12월 대청면 주민 100여명을 대상으로 한 통증 치료, 영양 수액, 치과 진료 등을 무료로 진행하면서 재개했다.
병원은 또 2023년 인천시·옹진군과 '1섬 1주치 병원' 무료진료 업무협약을 체결, 대청면과 백령면 2개 면을 담당하는 의료기관으로 지정되며 제도적 기반을 확보했다.
같은 해 2월에는 백령병원과 연계한 '스마트 원격 화상협진 시스템'을 구축했다. 인하대병원 통합관제센터의 중환자 전문 의료진이 실시간으로 환자 상태를 관찰하고 진단에 참여함으로써 도서지역 중증·응급환자 진료의 한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도서지역의 중증 및 응급 환자 진료 의뢰를 활성화하고 스마트 원격 화상협진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백령병원을 방문 교육도 진행했다.
인하대병원은 올해 초 옹진군과 의료비 감면 지원 내용을 확대, 현행화하는 협약을 맺어 주민들에게 보다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협약으로 비급여 진료비 할인과 건강검진비 감면, 수술 및 시술비 감면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이어 인하대병원 인천권역심혈관질환센터는 옹진군과 주민의 심뇌혈관질환 예방 및 관리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인하대병원의 도서지역 의료지원 활동은 27년에 걸친 현장 실천을 통해 '봉사→시스템→스마트 의료'로 진화해 왔다. 이는 의료 취약지 문제 해결을 위한 하나의 병원 차원을 넘어 지방자치단체와 의료기관이 함께 만들어가는 지속가능한 공공의료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인하대병원 관계자는 "앞으로도 인천 도서지역 주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핵심 공공의료 파트너로서 섬 의료의 새로운 표준을 계속해서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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