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1심 속행 공판 증인신문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 많다고 생각"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24일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사건 1심 속행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지난 18일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으로 파면된 조 전 경찰청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조 전 청장은 계엄 선포 당일인 지난해 12월 3일 오후 6시 18분께 박종준 당시 경호처장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오후 7시 20분께 삼청동 소재 안가에서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만났다며 "계엄을 한다고 말씀하셨고 '경찰이 중요하다, 치안 유지를 잘해달라' 이런 말씀을 하셨다"고 증언했다.
이어 당시 김 전 장관으로부터 건네 받은 계엄 관련 내용이 담긴 A4 용지를 찢어버린 것에 대해서는 "30년 이상 중앙부처에서 오래 근무했는데 그 상식으로 볼 때 '이 비상계엄은 그냥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많다, 안 된다'고 어차피 생각했기에 집사람이 찢어버리라고 한 말에 따랐던 것"이라고 했다.
조 전 청장은 계엄 당일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여러 차례 전화가 와 처음에는 국회를 통제하라고 지시가 내려왔으나, 이후에는 국회로 월담하는 의원들을 체포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조 전 청장은 지난 1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기소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재판에서도 유사한 취지로 증언한 바 있다.
조 전 청장은 "처음에는 국회 통제 관련해 법적 근거가 없어 곤란하다고 말씀드렸다"며 "그 뒤에 후반 통화에서는 국회가 담이 워낙 낮고 쉽게 월담할 수 있어, 월담하는 의원들은 불법이니 체포하라는 말씀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는 상식적으로 국회 근무하는 사람들이 드나들 수 있고 출입 통제를 해도 국회에서 해야하는 것"이라며 "경찰이 임의대로 하려면 법률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서울청장이나 (저나) 찾을 수 없어 출입을 허용했다"고 덧붙였다.
조 전 청장은 비상계엄 이후 윤 전 대통령과 통화한 내용에 대해서도 증언했다. 조 전 청장이 윤 전 대통령에 '죄송하다'고 하자, 윤 전 대통령은 "아니다. 빨리 잘 끝났다. 덕분에 빨리 잘 끝났다"고 답했다고 한다.
조 전 청장은 이 통화 후 당시 행정안전부 경찰국장이던 박현수 경찰인재개발원장에 전화해 "대통령이 이렇게 얘기했는데 도저히 죄송해서 안 되겠다. 사표를 내야겠다"고 했고, 박 원장은 "형님이 왜 사표를 내냐. 지금 내면 독박쓴다. 하지 마라. 행안부 장관에 보고해 면직을 밟아달라고 해라"라며 만류했다고 한다.
한편 이날 조 전 청장의 건강상 이유로 재판부는 오는 29일 재판에서 증인신문을 이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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