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마지막 비서실장…10·26 당시 현장에
신군부, 살인 및 내란미수죄로 무기징역 선고
"비상계엄 무효면 포고령 따른 수사도 위법"
[서울=뉴시스]홍연우 기자 = 10·26 사태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 사망 현장에 있다가 내란미수 등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고(故) 김계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재심이 24일 시작됐다. 김 전 실장 측은 "비상계엄의 위헌·무효성이 주된 쟁점"이라고 말했다.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김성수)는 이날 김 전 실장의 내란목적살인, 내란중요임무종사 미수 혐의 재심 1차 공판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1979년 공소 제기에 의해 내란 목적 살인죄로 재판받고 사형을 선고받았다"며 "이후 피고인이 항소해 육군 계엄고등군법회의에서 재판이 진행됐는데, 공소장 변경이 있었음에도 사형 판결 선고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시 김 전 실장 사건 항소심에 해당하는 육군 계엄고등군법회의 판결을 재심 대상으로 보겠다고 했다.
김 전 실장 측은 "이 사건 주된 쟁점은 (1979년 10월 발령된) 비상계엄 선포의 위헌성"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비상계엄을 전제로 합동수사본부나 군 사법경찰, 군검찰 등에 의해 조사되고 기소한 사건"이라며 "당시 비상계엄이 위헌·무효라면 계엄 포고령에 따라 이뤄진 당시 조사가 다 무효가 될 것으로 보이고, 절차의 위법성이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기일에 비상계엄의 위헌성을 입증할 수 있는 당시 정치 상황, 10·26 사태로 사형을 선고받은 고(故)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재판의 증인 신문 조서 등을 증거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재심에서는 전두환·노태우 신군부의 비상계엄 하에서 이뤄진 형사·사법 절차의 적법성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기본적으로 당시 사실관계나 배경을 따져봐야 한다"면서도 "비상계엄의 위헌성 여부에 대해서도 살펴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는 2월 13일을 다음 기일로 정하고 이날 공판을 마무리했다.
앞서 육군참모총장, 중앙정보부장을 지낸 김 전 실장은 1979년 2월 대통령 비서실장에 임명됐다.
그는 같은 해 10월 26일 박 전 대통령이 김 전 부장에게 살해됐을 때 궁정동 현장에서 모든 상황을 지켜본 주요 인사로, 당시 박 전 대통령의 시신을 등에 업고 국군서울지구병원으로 달려갔던 인물로도 알려졌다.
이후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는 김 전 부장과 공모했단 혐의로 김 전 실장을 재판에 넘겼다. 그는 군법회의와 육군 계엄고등군법회의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
1982년 형집행정지로 석방된 김 전 실장은 1988년 사면복권됐고, 2016년 12월 노환으로 별세했다.
김 전 실장의 아들 등 유족은 지난 2017년 12월 수사기관의 위법적인 수사 등을 이유로 재심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지난 9월 김 전 실장의 재심 개시를 결정했으며 유족의 재심 청구 이후 약 8년 만인 이날 재심이 시작됐다.
한편, 10·26 사태로 사형당한 김 전 부장의 재심은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이재권)에서 심리하고 있다. 내란방조 등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정승화 전 육군참모총장 겸 계엄사령관은 지난 1997년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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