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시간을 단 1시간에"…삼성 미래반도체의 요람[산업계 AI 심장을 가다①]

기사등록 2026/01/01 09:00:00 최종수정 2026/01/01 09:02:24

AI 경쟁 시대, 첨단 산업도 적자생존 '대전환'

삼성전자, 엔비디아와 밀착…'AI 팩토리' 구축

삼성, 'AI로 일하고 성장' 비전…주도권 확보 나서

[화성=뉴시스]이인준 기자=지난 23일 바라본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고성능컴퓨팅(HPC)센터(사진 오른쪽). 건물 왼편으로 유틸동과 삼성전자의 첫 번째 EUV(극자외선) 노광공정 전용 라인인 'V1'이 보인다. ijoinon@newsis.com
[화성=뉴시스]이인준 기자 = 지난 12월 23일 찾은 경기도 화성시 석우동 소재 삼성전자 화성 HPC(High Performance Computing) 센터. 멀리서도 거대한 블록 모양의 공장이 한 눈에 보인다.

창문 하나 없이 엇갈려 쌓아 올린 듯한, 독특한 건물 외관은 마치 철통 보안의 '철옹성'처럼 느껴진다.

이 센터의 무채색 외벽은 바로 옆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상징인 '몬드리안 패턴'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반도체가 내뿜는 열기를 차갑게 식히는 '방열판'이 연상될 정도다.

◆수백시간을 단 1시간만에…AI가 바꿔 놓은 반도체
지난해 문을 연 이 시설은 삼성전자가 1조5000억원을 투입해 만든 미래 반도체 기술의 요람이다.

반도체 설계에 필요한 대규모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가 이곳에 있다. 연면적 5만3700여㎡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11층 규모로 건물 내부에 마련된 9개 서버룸에는 총 11만6000대의 서버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최대 전력량은 114㎿(메가와트)로 국내 최대다.

반도체 산업은 AI 등장 이후 급격한 '대전환'을 맞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수백 시간이 걸리던 회로 설계는 AI로 단 1시간 안에 완성된다.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도 가상 시뮬레이션을 거쳐 설계 결함을 찾고 성능 및 효율 개선도 추구할 길이 열린 것이다.

무엇보다 AI 패권 경쟁 시대에는 얼마나 빨리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전달하는지, 이른바 '타임 투 마켓(Time to market· 제품이 개발되고 실제 판매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기업들의 숙제다.

이런 상황에서 AI를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가 생존 법칙으로 뜨고 있다.

삼성전자가 그동안 화성·평택·기흥·천안·온양·수원 등의 캠퍼스와 공장에 각각의 데이터센터를 운영해오다, 화성에 대규모 통합관리 HPC센터를 신설한 것도 이런 추세와 연관이 있다.
[화성=뉴시스]이인준 기자=지난 23일 찾아간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고성능컴퓨팅(HPC)센터. 1조5000억원을 투입해 지난해 문을 연 이 시설은 지하 1층, 지상 11층 규모로, 총 9개의 서버룸에는 11만6000대의 서버가 빼곡하게 들어찼다. ijoinon@newsis.com

◆반도체 초격차 이끈다…메모리 '테스트베드'
AI 패권 경쟁 시대에 D램과 기업용 SSD 등 서버용 메모리 제품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된다. 그동안 메모리는 공급 과잉 지속으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메모리가 빅테크(기술 대기업)들의 전략 자산화하고, 사재기 현상까지 벌어지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 시설은 인근 기흥캠퍼스 내 첨단 복합 반도체 연구개발(R&D) 센터인 'NRD-K'과 함께 삼성 반도체의 초격차 경쟁력을 이끌 전진기지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국내 최대 HPC 센터를 차세대 미래 반도체 기술의 총본산으로 삼아 테스트 베드로 사용 중이다. 특히 대용량 메모리가 필요한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데이터센터 기업)을 위한 새로운 메모리 인터페이스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나 커스텀 고대역폭메모리(Custom HBM) 등 맞춤형 메모리의 신뢰성 확보를 위한 거점이 되고 있다.

이 같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제조 패러다임 전환은 '반도체 AI 팩토리' 구축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AI 팩토리는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생성되는 모든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해,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지능형 제조 혁신 플랫폼을 말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엔비디아와 전략적 협력을 통해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기반으로 업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AI 팩토리 구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향후 수년간 5만개 이상의 엔비디아 GPU(그래픽처리장치)를 도입해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인 '옴니버스(Omniverse)'를 기반으로, 미래 제조 환경 구축도 모색 중이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 세계의 물리적 사물, 시스템, 공간 등을 가상 세계에 똑같이 복제하는 기술이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분석, 예측, 최적화를 가능하게 한다.

예컨대 인공지능(AI)이 설비 이상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수치를 바로 잡거나, 고장 가능성 유무도 예측할 수 있다. 생산 설비의 공정별 실시간 분석을 통해 제조 일정 최적화도 구현할 수 있다.

단순히 공장 단위의 지능화를 넘어, 국내는 물론 미국과 중국에 있는 반도체 공장까지 글로벌 공급망 전체의 효율화가 달성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서울=뉴시스]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31일 경기 삼성전자 수원 디지털시티에서 열린 삼성전자 창립 56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2025.10.3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첨단 산업 리더로 '삼성 AI' 주도권 확보
AI 등장 이후 반도체 산업은 혁명적인 전환을 앞두고 있다.

생성형 AI는 이제 스스로 판단하고 추론하는 '에이전트 AI'를 넘어, 자율주행이나 로봇 등 피지컬 AI(물리적 AI) 시대도 맞고 있다.

반도체 제조 산업 역시 사람이 웨이퍼(원판)을 직접 들어 나르고, 사람이 전자 부품을 기판에 납땜하는 등 노동 집약적 산업이었으나, 1970년대 중반부터 세계 최초 자동화된 제조 라인의 등장으로 자동화 혁명이 태동했다.

삼성전자는 AI 혁명 시대에 로봇, 드론, 산업현장의 자동화 장비 등 피지컬 AI를 제조 산업에 확대 도입해, 업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AI 팩토리를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AI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의 제조 자동화와 지능형 로봇의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2024년 말 휴머노이드 혁신 기업인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최대주주에 올랐다.

특히 전 계열사 차원에서 로봇·휴머노이드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 자회사인 레인보우로보틱스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가 2025년 3분기까지 삼성전자에 납품한 제품 규모는 누적 68억8000만원으로, 지난 2분기 누적(19억2000만원) 대비 3배로 급증했다.

삼성전자는 'AI 드리븐 컴퍼니'를 선언하며, 2025년을 기점으로 대대적인 AX(AI 전환)을 모색 중이다.

지난 연말 인사에서 삼성전자는 AI를 핵심 키워드로 조직을 재정비하기도 했다.

반도체 사업을 맡은 DS부문은 AI 메모리 경쟁력을 D램 개발실 한 곳으로 집중해, 유기적인 조직 체제를 갖췄다. 또 선행 연구·개발(R&D)조직인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는 양자컴퓨터·AI 반도체 석학인 하버드대 박홍근 석좌교수를 수장으로 영입해 미래 AI 연구 역량을 강화했다.

삼성그룹은 지난 1938년 밀가루, 청과 등을 파는 삼성상회에서 출발했지만, 반도체 사업 진출을 시작으로 한 세기가 채 지나지 않은 2025년 현재 전 세계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첨단 기업으로 성장했다.

삼성전자는 이어 AI 발전과 확산이라는 패러다임 변화 속에 'AI를 가장 잘 활용하는 회사', 'AI로 일하고 성장해 나아가는 회사'가 되겠다는 비전으로, 병오년에 또 한번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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