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정권이 취소할 것…취역 못해"
"현대 해전, '분산 작전' 개념이 기본"
[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트럼프급 전함' 구상이 실현 불가능하다는 전문가 진단이 나왔다. 1척당 최대 135억 달러(약 20조원)가 들어 현실성이 없고, 전력 분산이 핵심인 현대 해상작전과 맞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 외교안보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23일(현지 시간) '황금 함대는 결코 항해하지 못할 것이다' 제하의 마크 캔시언 CSIS 국방·안보 선임고문 기고문을 공개했다.
CSIS는 기고에서 "기존 전함보다 100배 더 강력하다는 '트럼프급 전함'에 관한 거대한 논쟁은 사실 불필요하다"며 "이 전함은 결국 취역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먼저 소요 기간 문제가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형 전함의 배수량을 '3만~4만t'으로 언급했는데, 1만5000t급 'DDG-1000 구축함' 사업의 첫 취역이 2005년 건조 개시 11년 뒤인 2016년 이뤄진 점을 고려하면 차차기 행정부에서나 본격화될 수 있는 장기 프로젝트라는 것이다.
CSIS는 "이번 전함은 DDG-1000보다 두 배 이상 크고, 핵 운용 및 에너지무기까지 탑재하는 훨씬 더 복잡한 함정이며, 실제로 건조되더라도 2030년대 중반에나 취역할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미래 행정부가 첫 함정 진수 전에 사업을 취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용 문제 지적도 이어졌다. 현재 운용 중인 9000t급 구축함의 건조 비용이 1척당 28억 달러(4조여원), 사업 추진 중인 1만4500t급 미래형 구축함 건조 비용이 44억 달러(6조4000억여원)라는 점을 고려하면 트럼프급 신형 전함에는 1척당 91억~135억 달러가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는 것이다.
CSIS는 또 "현대 해전은 전력을 분산 배치하고 네트워크로 연결해 다양한 발사체를 통합 운용하는 분산 작전(distributed operations) 개념으로 발전해왔다"며 "이것(트럼프급 전함)은 정반대로 크고 비싸며 취약한 자산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CNN도 같은 날 분석 기사에서 "전문가들은 거대 전함이 낭만적으로 미화된 과거의 유물이라고 생각한다"며 "우크라이나 드론 보트가 러시아 흑해함대를 초토화시키고 극초음속 무기가 나온 시대에, 더 작고 빠른 함선을 보유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CSIS는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이 항공모함 등장 이전 시기의 구식 전쟁에 과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이미 냉전기에 전함 건조를 중단하고 항공모함과 잠수함·구축함 투자를 확대해왔음에도 제2차 세계대전 이전 시점으로 회귀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럼프급 전함 구상을 발표하면서 '백색함대(Great White Fleet)'를 언급했는데, CSIS에 따르면 백색함대는 제1차 세계대전보다도 전인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 시기(1907~1909년) 운용됐던 전력이다.
아울러 트럼프급 전함은 전함의 일반적 무장인 대구경 함포가 아닌 핵 탑재 순항미사일을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전함보다는 순양함에 가까운 개념이기 때문에, 중장갑과 함포를 갖춘 적 전함과 근접할 경우 패할 수밖에 없어 '100배 강력한 전함'은 허구라는 것이 CSIS 시각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플로리다 팜비치 마러라고에서 배수량 3만~4만t급 신형 전함으로 구성된 '황금 함대' 구축 구상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 발표에 따르면 해군은 트럼프급 전함 2척을 우선 건조한 뒤 8척을 추가 건조하는 등 총 20~25척의 신형 전함 함대를 구성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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