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교황 레오 14세는 23일(현지시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전 세계에 '휴전(truce)'을 촉구했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크리스마스 휴전 요청을 거부한 것을 두고 "매우 슬프다(great sadness)"며 거듭 휴전을 호소했다.
바티칸 뉴스와 프랑스24 등에 따르면 레오 14세는 이날 이탈리아 로마 근교 카스텔 간돌포에서 기자들과 만나 "모든 선의의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호소한다. 적어도 구세주 탄생 축일, 하루 만큼은 평화의 날로 존중해달라"고 말했다.
레오 14세는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관련해 "진실로 저를 매우 슬프게 하는 일 가운데 하나가 러시아가 크리스마스 휴전 요청을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레오 14세는 "그들이 (이 호소에) 귀를 기울여 전 세계에 24시간이라도 온전한 하루의 평화가 깃들기를 희망한다"고도 했다.
러시아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이점을 준다는 이유로 휴전 요청을 매번 거부해왔다고 프랑스24는 전했다.
레오 14세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초청을 수락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I hope so)"고 답했다. 다만 "언제 방문이 가능할지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레오 14세는 지난 10월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동한 바 있다.
레오 14세는 또 다른 분쟁 지역인 중동 지역에 대해서는 "그들은 매우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도 축제를 기념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평화협정이 진전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 출신인 레오 14세는 미국 일리노이주가 다음해 9월부터 말기 질환을 앓고 있는 성인을 대상으로 한 '조력 사망(assisted suicide)'을 허용하기로 한 것을 두고 실망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레오 14세는 지난달 바티칸에서 조력 사망 허용 법안 서명을 앞둔 J.B. 프리츠커 일리노이주 지사를 만나 입장을 '매우 명확하게' 전달한 바 있다고 바티칸 뉴스는 전했다.
레오 14세는 "우리는 생명의 신성함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야 한다고 매우 분명히 했다"며 "안타깝게도 그는 그 법안에 서명하기로 결정했다. 저는 이 일로 매우 실망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사람들이) 크리스마스를 맞아 인간의 삶의 본질과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신은 우리와 같은 인간이 돼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지 보여주기 위해 오셨다"며 "태아에서부터 자연사까지 인간의 모든 순간에 생명 존중이 다시 자라나기를 소망하고 기도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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