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재정 결재 라인 핵심 참고인 조사
정치후원금 집중 추궁…내일 한학자·윤영호 추가 접견
[서울=뉴시스]최은수 이다솜 이종성 수습 기자 = 경찰이 통일교의 정치권 로비 의혹과 관련해 교단 재정 결재 라인의 핵심 인물인 전 총무처장을 소환해 약 10시간에 걸친 장시간 조사를 벌였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전담수사팀은 23일 오전 9시부터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에서 통일교 전 총무처장 조모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조씨는 이날 오후 6시50분께 조사를 마치고 청사를 나섰다.
조씨는 조사 종료 후 취재진과 만나 조사에서 어떤 질문을 받았는지 묻는 질문에 "수사 중인 내용이라 말씀드리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정치인 관련 예산 집행을 보고받거나 직접 결재한 적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그런 게 있을 수도 있다"면서도 "현재 수사 중이라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답했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정치인들과 만났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는 게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정치후원금 관련 질문을 특정 연도로 한정해 받았는지, 로비 자금과 관련해 왜 대기발령 상태인지 등을 묻는 질문에도 "말씀드리기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윤 전 본부장의 정치권 로비 의혹과 관련한 내용을 사전에 들은 적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방금 질문한 내용들에 대해 수사에서도 질문을 받았느냐"는 물음에는 "질문을 받은 것 같다"고 했다.
휴대전화 포렌식이나 추가 조사 일정과 관련해서는 "이번에는 없었고, 추가 조사 예고도 아직 없다"고 밝혔다. 자료 임의제출 요청 여부에 대해서도 "없었다"고 답했다. 다만 향후 임의제출 요청이 있을 경우에 대해서는 "특검 조사 과정에서 관련 자료는 이미 제출된 상태"라며 "여기서는 추가된 내용을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씨는 장시간 조사가 이뤄진 데 대해 "수사 중인 내용이라 여러 가지가 부풀려지고 확대 재생산되는 상황"이라며 "수사당국도 많은 사람들을 만나 조사해 나가는 과정이라 성급히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조씨는 총무처장 재직 당시 예산 집행과 정치권 관련 자금 처리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세계본부 차원에서 직접적으로 한 적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아내이자 재정국장이었던 이모씨와의 연관성을 묻는 질문에도 "그런 건 없었다"고 일축했다.
조씨는 통일교 세계본부에서 행정·재정 실무를 총괄하며 교단 자금 승인 과정에 관여했던 인물로, 경찰은 조씨를 상대로 정치권 로비 의혹이 제기된 시기 교단 자금 집행 구조와 결재 과정 전반을 집중적으로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은 통일교 교단 내 자금 관리에 관여했던 인사들을 잇따라 불러 조사하며 정치권 로비 자금의 흐름과 실체 규명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전날에는 통일교 전 회계부장 정모씨 등 관계자 2명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오는 24일에는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찾아 한 총재와 윤 전 세계본부장에 대한 추가 접견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앞서 경찰은 이달 11일과 17일 서울구치소에서 각각 윤 전 본부장에 대한 한 총재에 대한 첫 접견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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