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거액 기부자에 사면·관직·접견권 보장 등 특혜…“유례없는 거래주의”

기사등록 2025/12/23 12:35:24 최종수정 2025/12/23 13:02:24

NYT, 346명의 기부자 5억 달러 이상 기부…트럼프·측근 모금 20억 달러

부친 뇌물죄 관대한 처분·거액 공사 입찰 등 기부자들 혜택 다양

[팜비치=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간) 미국 플로리다 팜비치 마러라고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존 펠란 해군장관이 배석한 가운데 '트럼프급' 신예 항공 모함 건조 등 '황금 함대' 창설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2025.12.23.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거액 기부자들에게 사면하거나 관직을 나눠주고 접견권을 보장하는 등 거액 기부자 수백명이 재집권 이후 각종 혜택을 누린 것으로 조사됐다.

대통령 참모진은 매우 이례적인 모금 체계를 구축해 거액을 모금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2일 트럼프 행정부가 346명의 기부자로부터 모금한 5억 달러가 넘는 금액을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이후 그와 측근들은 정치적 목적과 열정적인 프로젝트를 위해 거의 20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모금했다.

이 금액은 지난해 대선 캠페인을 위해 모금된 금액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 “25만 달러 이상 기부자 각종 이익 누려”

이처럼 엄청난 액수의 자금 조달은 현대 미국 역사에서 유사점을 찾기 어려운 수준의 거래주의를 시사한다.

자금의 상당 부분에 대한 기부자들의 신원은 법적으로 공개될 의무가 없으며 실제로 공개되지도 않았다. 일부는 트럼프 측에서 익명성을 보장해 주기도 했다.

NYT의 조사는 비공개 문서, 공개된 선거 자금 보고서, 수십 명 관계자 인터뷰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5억 달러 이상은 최소 25만 달러 이상을 기부한 346명의 기부자에게서 나왔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이 대통령, 백악관 또는 연방 기관으로부터 이익을 얻었거나 이익을 얻은 산업에 종사했다.

기부금은 트럼프 가족의 암호화폐 사업과는 달리 트럼프 개인의 부를 축적하는 데 사용되지는 않았지만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 트럼프, 취임식 2억 4000만 달러 모금 후 더욱 박차

트럼프는 2기 대통령 취임 위원회에서 기록적인 금액인 약 2억 4000만 달러를 모금했다.

트럼프는 선거 자금 책임자인 메러디스 오루크가 이끄는 모금팀에 지지 단체와 사업을 위한 자금 모금을 지시했다.

트럼프는 어떤 기업이 얼마를 기부했는지 면밀히 추적하고 오루크로부터 정기적으로 보고를 받았다. 로비스트들은 트럼프의 환심을 사기 위해 의뢰인들에게 기부를 권유했다.

8월 백악관을 떠나 로비스트가 된 해리슨 필즈 전 백악관 관료는 “이곳에서는 돈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 돈이 있으면 적어도 발언권을 얻을 기회는 생긴다”고 말했다.

그의 회사인 CGCN 그룹은 백악관 신축 연회장, 아메리카250 기념행사 , 마가 Inc. 등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하는 사업에 기부한 기업들을 대리해 왔다.

이번 분석에 포함된 단체 중 최소 51명은 선거 이후 두 개 이상의 단체에 기부했다.

◆ 부친 뇌물죄 관대한 처분·거액 공사 입찰 등 기부자들 혜택 다양  

NYT의 조사 결과 기부자에게 돌아간 혜택은 다양했다.

마가 Inc.에 250만 달러를 기부한 플로리다 남부 거주 한 여성은 아버지가 2020년 푸에르토리코 당시 주지사에게 뇌물을 준 혐의에 대해 법무부로부터 관대한 처분을 받았다.

백악관 연회장 건설에 250만 달러 기부를 약정한 파슨스 코퍼레이션은 1조 달러 규모의 트럼프의 ‘골든 돔’ 미사일 방어 시스템 구축 계약 경쟁에 참여하고 있다.

연회장 공사에 250만 달러 기부한 온라인 비디오 게임 회사 로블록스의 최고경영자도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 명령과 아동의 인공지능 활용 관련 정책들을 지지해 왔다.

대통령 취임위원회에 100만 달러, MAGA Inc.에 50만 달러, 연회장에도 기부한 한 부부는 아들 하워드 브로디가 핀란드 주재 미국 대사로 지명됐다.

지난해 법무부로부터 티켓 가격 담합 혐의로 기소된 한 회사는 취임식에 25만 달러를 기부했한 뒤 사면을 받았다.

◆ 팔란티어, 거액 기부 후 수억 달러 수주 

기술 기업 팔란티어는 연회장 프로젝트에 1000만 달러, 건국 250주년 기념 사업에 500만 달러를 기부했다.

이후 이 업체는 이민세관집행국(ICE)의 추방 절차 지원 소프트웨어 개발 계약을 포함하여 수억 달러 규모의 연방 정부 계약을 따냈다.

카지노 재벌 미리엄 아델슨이 설립한 재단은 유대인과 이스라엘 관련 사업을 지원하지만 연회장 건립 프로젝트에 2500만 달러를 기부하기로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백악관 하누카 파티에서 아델슨 박사를 연단으로 불러 “누군가가 2억 5000만 달러를 기부할 수 있다면, 인사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포옹을 나누고 아델슨 박사가 트럼프 대통령의 위헌적인 3선 도전을 위해 2억 5000만 달러를 더 기부할 의향이 있다는 농담을 주고받았다.

백악관 대변인 리즈 허스턴은 기부자들이 특별 대우를 받고 있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그녀는 “미국 대통령으로서의 유일한 동기는 미국 국민의 삶을 개선하고 우리나라를 그 어느 때보다 위대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부자들이 공격받을 대상이 아니라 칭찬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 최소 12명 대사, 기부금으로 확정 혹은 지명 

NYT는 역대 대통령들은 선거 자금 모금에 가장 많은 돈을 기부한 사람들에게 대사직, 요직, 각종 위원회 및 이사회 위원직 등을 수여해 왔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선거 후 자신의 선거 운동에 최소 25만 달러를 기부했거나, 그들의 회사 또는 가족이 그러한 금액을 기부한 최소 32명을 내각 등 다양한 직책에 임명했다.

이중 12명이 넘는 기부자들이 대사직 후보로 지명되거나 확정됐다.

여기에는 영국 워렌 스티븐스(600만 달러), 라트비아 멜리사 아르기로스(200만 달러), 콜롬비아 댄 뉴린(150만 달러), 스페인 벤자민 레온 주니어(100만 달러) 등이 포함됐다.

중소기업청장 켈리 로플러 등 행정부의 각료 4명은 개인 또는 기업 차원에서 25만 달러 이상을 기부했다.

◆ 기부 기업들, 조사 면제 등 다양한 혜택도

트럼프는 자신이 지지하는 단체에 기부금을 낸 몇몇 제약회사 등과 가격 인하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관세 부과 위협을 포함한 보복 조치를 피하기 위한 것이었다.

연방 정부의 규제 완화는 암호화폐 기업과 트럼프의 단체에 기부금을 쏟아부은 다른 기업 이익 단체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대부분 포기하고 , 코인베이스, 크라켄, 리플이 각각 트럼프 대통령 취임위원회에 100만 달러 이상을 기부하자 이들 기업에 대한 소송을 종료했다.

로빈후드가 200만 달러를 기부하자 조사도 중단했다. 코인베이스와 리플은 취임식 연회장에도 기부했고, 코인베이스는 미국 건국 250주년 기념 사업에도 기부했다.

기업은 구체적인 혜택 외에도 광범위한 감세 정책으로 이득을 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마초를 가장 엄격한 규제를 받는 약물 범주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친대마초 정치위원회인 ‘미국 권리 및 개혁 PAC는 마가 Inc.에 100만 달러, 주요 대마초 소매업체인 트룰리브는 취임 위원회에 75만 달러를 기부했다.

암호화폐 업계는 트럼프의 적극적인 지원과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최초의 연방 규정을 마련하는 법안을 지지하고 서명한 덕분에 큰 이득을 보았다.

NYT 조사에 따르면 암호화폐에 이해관계가 있는 최소 27개 기업 또는 임원들이 대선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하는 단체에 총 5800만 달러 이상을 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석 연료 산업을 우대하며 수백억 달러의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석유, 가스, 석탄 관련 기업 약 24곳은 최소 4100만 달러를 기부했다.

◆ 트럼프와 접견, 만남·백악관 홍보 자료에서 언급 등 혜택

재집권 이후, 대통령은 선거 후 기부자들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고 자신과 측근들과의 만남을 허락해 왔다.

최소 100명의 기부자들이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특별 만찬 및 행사에 참석했거나 해외 순방에 동행했다.

백악관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인사로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 AMD의 리사 수,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 등이 있다.

백악관은 정부 플랫폼을 활용해 주요 기부자들을 더 많은 대중에게 칭찬해 왔다.

최소 67명의 선거 후 기부자들이 공식 보도 자료, 소셜 미디어 게시물 및 기타 홍보 자료에서 긍정적으로 언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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