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박정영 수습 기자 = "어려서부터 얼마나 많은 종이책이 자신을 구해줬던가. 책을 읽다가 주인공과 동화해서 분노로 부들거린 적도 있다. 눈물로 페이지가 얼룩진 날도, 다 읽은 책을 끌어안고 잠든 밤도 있다. 전자책으로는 그럴 수 없다" ('프라이즈' 중)
제129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무라야마 유카의 장편소설 '프라이즈'(위즈덤하우스)가 출간됐다. 소설은 문학상을 받아 '프로' 작가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베스트셀러 작가와 그의 오랜 팬이자 담당 편집자의 신작 출간 스토리를 그린다.
주인공 아모 카인은 책을 낼 때마다 책을 낼 때마다 대중적 성공을 거두는 인기 작가다. 그러나 그는 판매부수가 아닌 '문단의 인정'을 갈망한다. 대중소설가가 아닌 '프로 작가'로 인정받는 상징으로 '나오키상'을 집요하게 탐낸다.
그 앞에 학창 시절의 트라우마를 카인의 소설로 견뎌낸 문학 편집자 오자와 치히로가 나타난다. 카인의 신작을 맡은 치히로는 편집자에 머무르지 않고 매니저 역할까지 자처하며 그와 점점 가까워진다. 하지만 동시에 카인의 집요하고 무시무시한 욕망을 마주하며 혼란을 느낀다.
이내 치히로는 '이 괴물 작가를 업계에서 가장 잘 아는 건 나 뿐'이라는 독점욕에 사로잡힌다. 그는 카인의 집에 합숙하며 신작의 나오키상 수상을 위해 모든 것을 건다. 소설은 창작과 편집의 협업이 집착과 공모로 변질되는 과정을 집요하게 따라간다.
저자는 이 작품을 통해 소설가를 포함한 문학출판계 종사자들의 속물적인 욕망과 권력 관계를 가감없이 드러낸다. 실제로 나오키상을 수상했던 무라야마 유카의 경험이 바탕이 된 하이퍼 리얼리즘이다.
국내에서는 소설가 장강명이 추천사를 남겼다. 그는 "시스템의 뒷면과 고상한 척하는 출판업계 종사자들의 시시하고 옹졸한 내면을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며 "결함 있는 인간을 이해하게 만들고 그 인간이 한 단계 성장하는 모습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품격 있는 드라마"라고 평가했다.
무라야마 유카는 1994년 '천사의 알'로 신인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이후 나오키상을 비롯해 중앙공론 문예상과 시마세 연애문학상 등 여러 문학상을 휩쓸었다. 대표작으로는 '별을 담은 배', '천사의 알' 등이 있다. 에쿠니 가오리, 미야베 미유키와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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