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신유림 기자 = 지방자치단체들이 지난해 개정된 야생생물법을 근거로 비둘기 등 야생동물 먹이 주기 금지 조례를 제정하자, 동물권 단체들이 이를 "동물 학대"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동물권단체 케어와 한국동물보호연합, 승리와 평화의 비둘기를 위한 시민 모임은 2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둘기 먹이 주기 금지 야생생물법은 생명권과 행복추구권, 과잉금지 원칙을 침해하는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조항은 야생생물법 제23조의3으로, 지방자치단체장이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유해야생동물에 먹이를 주는 행위를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해당 법은 지난해 12월 20일부터 시행됐으며, 위반 시 과태료도 부과한다.
이 조항을 근거로 각 지자체는 비둘기 등 도시 야생동물에 대한 먹이 주기 금지 조례를 잇달아 제정했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 10월 '비둘기 등 유해야생동물 먹이 주기 금지 조례안'을 발의해 올해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단체들은 "먹이 주기 금지는 개체수 조절이 아니라 비둘기를 굶겨 죽이는 '동물 아사 정책'에 불과하다"며 '먹이 공급을 차단해도 개체수가 줄지 않는다는 것은 해외 사례를 통해 이미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먹이를 잃은 비둘기들이 음식물 쓰레기통을 뒤지는 등 도시 위생 문제를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며 "이는 동물 혐오와 증오를 제도적으로 확산시키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스페인과 미국 일부 도시에서 시행 중인 '불임먹이' 정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단체에 따르면 스페인에서는 불임먹이 도입 이후 비둘기 개체수가 약 55% 감소했고, 미국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시에서도 약 50% 감소 효과가 나타났다.
단체들은 "비둘기는 자연 발생적으로 도시를 점령한 동물이 아니라 과거 국가 행사 당시 대량 방사된 뒤 도시 환경에 적응해 살아온 생태계의 구성원"이라며 "비둘기를 유해야생동물로 낙인찍고 관리 책임을 시민에게 전가하는 것은 반생명·반동물복지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비둘기 먹이 주기 금지를 규정한 법과 조례 철회 ▲굶겨 죽이기 방식 대신 불임먹이 정책 도입 ▲유해야생동물 지정 제도 폐기 ▲생명존중과 공존을 기반으로 한 도시 생태 정책 수립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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