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품 감정서가 가짜라니?"…AI 위조문서에 전문가도 속았다

기사등록 2025/12/23 02: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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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소원 인턴 기자 = 인공지능(AI)이 만든 정교한 감정서와 거래 서류 위조가 확산되면서 미술품 시장에서 진품과 위작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각)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미술품 수집가와 거래 관계자들 사이에서 AI 챗봇을 이용해 감정서나 진품 증명서, 거래 이력 서류를 위조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보험사 마쉬의 올리비아 에클스턴 미술품 보험 중개인은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활용해 판매 송장과 감정서, 출처 증명서 등을 설득력 있게 위조하는 일이 가능해졌다"며 "AI로 인해 위작 사기가 한층 정교해지고 있다"라고 경고했다.

실제 현장에서도 AI 개입이 의심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한 미술품 손해사정사는 보험사 의뢰로 장식용 그림 컬렉션의 감정서를 검토하던 중 모든 문서의 설명란이 동일한 문구로 작성된 사실을 발견했다며 "AI로 생성된 문서일 가능성이 높다"라고 전했다.

문제는 위조를 넘어 AI의 '환각(hallucination)' 현상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앤절리나 조바니 미술품 출처 조사 업체 관계자는 "AI는 충분한 데이터를 입력받으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자료나 출처까지 그럴듯하게 만들어낸다"며 "존재하지 않는 서명이나 기록을 덧입힌 문서가 첨부된 사례도 확인됐다"라고 설명했다.

진품 증명서뿐만 아니라 AI 위조가 소유권과 거래 이력 서류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작품의 시장 가치를 노린 사기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전문가들은 검증 부담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글로벌 손해사정 업체 세드윅의 그레이스 베스트-데버루 미술품 손해사정사는 "AI 개입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문서의 메타데이터를 일일이 점검하고 있다"며 "AI 도구를 활용한 검증도 병행하고 있지만,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 전문가조차 식별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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