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 넘어 설계·생산·탄약까지 묶은 다연장로켓
국산화·체계종합 앞세워 유럽 수출 성과
발사대 이후 10년 이어지는 장기 공급 구조
무기 아닌 공급망 수출 모델로 진화한 K-방산
핵심 부품 국산화와 체계 종합 역량을 축으로 한 천무는 최근 유럽 수출 성과를 통해 한국 방산의 구조적 경쟁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코트라(KOTRA)는 21일(현지시간) 에스토니아 방산투자청(ECDI)과 약 3억유로(약 5000억원) 규모의 천무 정부 간(G2G)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에는 천무 발사대 6문과 사거리별로 구성된 3종 미사일 공급이 포함됐다. 향후 10년간 장기 공급을 전제로 한 포괄 계약도 함께 체결됐다. 유럽에서는 폴란드에 이어 두 번째 수출이며, 발트 3국 가운데서는 첫 사례다.
천무 제조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에스토니아 현지에서 천무 수출 계약 체결을 공식화했다. 계약 기간은 5년이며, 일부 부품은 현지 기업과 협력해 생산과 유지·보수·운영(MRO)을 추진할 계획이다.
천무(K239)는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한 차세대 다연장로켓(MLRS) 체계다. 노후한 기존 '구룡'을 대체해 북한 장사정포 위협에 대응하는 핵심 화력 자산으로 평가된다.
GPS·INS 유도 기반의 정밀타격과 포드(Pod) 방식 모듈형 탄약 체계를 적용해 탄종 교체와 재장전이 빠르다. 특히 8×8 전술차량 기반으로 기동성이 높아 '사격 후 즉시 이동(Shoot & Scoot)' 운용이 가능하다.
천무 경쟁력의 출발점은 핵심 부품 국산화다. 체계 종합과 최종 조립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맡아 차체와 발사대, 유도탄, 사격통제체계를 하나의 체계로 통합해 개발·생산·품질 관리를 일원화했다.
사격통제시스템(FCS)은 한화시스템이 담당한다. 사격 통제 컴퓨터와 전술 통신, 데이터링크를 통합해 표적 좌표 산출과 동시 타격 능력을 구현했다.
대형 전술차량용 자동변속기와 구동계는 SNT다이내믹스가 공급하고, STX엔진은 천무에 탑재되는 전자제어식 디젤엔진을 국산화해 생산한다. 런플랫 타이어는 금호타이어가 맡는다. 이 외에도 유압장치와 센서류, 배선 부품 등 다수의 중소·중견 협력사가 공급망에 참여하고 있다.
천무는 발사대 납품 이후에도 유도탄이라는 소모성 탄약의 지속 공급이 필요한 무기 체계다. 단일 무기 성능을 넘어 국내 방산 기업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공급망 자체가 경쟁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천무는 무기 체계와 공급망을 함께 수출하는 구조를 갖춘 만큼 단발성 계약이 아닌 장기적인 방산 협력 모델로 확장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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