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풍수·민속·근대사 담은 문화유산
[보성=뉴시스] 구용희 기자 = 전남 보성군은 최근 국가유산청이 봉강리 영광정씨 고택을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고 22일 밝혔다.
해당 고택은 영광정씨 정손일(1609~?)이 봉강리에 정착한 이후 400여년간 대를 이어 유지·전승해 온 주거 유산이다.
고택은 일제 강점기 항일운동과 근대기 민족운동, 해방 이후의 사회사적 사건 등 근·현대가 축적된 생활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고택의 터는 한국 풍수지리 전통에서 길지로 여기는 영구하해(靈龜下海) 형국 중 거북의 머리에 해당하는 지점으로 알려져 있다. 영구하해는 신령스러운 거북이가 바다로 내려오는 형국을 이른다.
건축 구성은 안채와 사랑채가 마당을 사이에 둔 二(이)자형 배치로, 호남 지역 민가의 보편적 형식을 보여준다. 凹(오목할요)자형 안채는 보성 지역 민가의 특징이다. 배면에 사적 공간과 수납공간을 둔 구성은 당시 생활 방식과 사회적 맥락을 반영하고 있다.
고택 서측 계곡 건너편에는 일제강점기 한학 교육과 외부 접객·제실 기능을 담당했던 삼의당(三宜堂)이 위치한다.
전면에는 1880년 호남 유림의 상언(上言)으로 조정 명에 따라 세워진 광주이씨효열문(廣州李氏孝烈門)이 자리하고 있다.
삼의당 일원을 중심으로 한 원림 경영 방식과 득량만을 향한 통경축, 사랑채 안마당에 조성된 정원은 근대기의 변화를 수용한 전통 조경 기법을 보여준다.
보성군 관계자는 "영광정씨 고택은 건축·풍수·민속·근대사가 복합적으로 담긴 소중한 문화유산"이라며 "이번 국가민속문화유산 지정을 계기로 보존·관리와 함께 지역 역사 문화 자원으로의 활용 방안을 적극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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