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계 양식 계승한 고려시대 석탑
예천 개심사지 오층석탑은 전체 높이 4.3m, 건축면적 6.4㎡ 규모로, 1011년 건립된 고려시대 고석탑이다.
석탑에 새겨진 190자 명문(銘文)이 특징이다. 구체적 건립시기와 과정, 당시 사회상 등을 알 수 있어 학술적 가치가 높다.
명문에는 '1010년 이 탑의 건립공사에 착수해 2월 1일에 돌을 깎기 시작했다. 3월 3일부터는 광군사(光軍司)의 육대차(六隊車)와 소 1000마리, 승려와 속인 1만명이 힘을 모아 세웠다. 향도와 공인 등 50여인이 감독했다. 다음 해인 1011년 4월 8일에 완공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기단부는 2층 가구식 기단으로 구성돼 있다. 아래층 기단에 각 면마다 3개 안상(眼象석재 표면에 곡선으로 조각한 문양)을 배치하고, 안상 내에 십이지신상(十二支神像)을 조각했다. 위층 기단 면에 각 면마다 2구씩 팔부중상을 조각했다.
이는 1층 탑신의 금강역사상(金剛力士像·악의 무리가 침범하지 못하게 하는 수문장 역할의 보살) 배치와 함께 다른 석탑에서는 유사성을 찾기 어려운 독창적인 방식이다. 복식이나 지물도 특이해 예술적 완성도가 높다.
5층 석탑은 위층으로 올라갈수록 안정감 있는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각 탑신 모서리에는 기둥 형상이 새겨져 있다. 옥개석은 하부에 4단 옥개받침과 처마면 끝에 물끊기 홈(우천 등으로 발생하는 물이 탑신부 쪽으로 흐르지 않도록 파둔 홈)을 조각했다.
국가유산청은 석탑에 새겨진 명문으로 건립 목적과 과정, 시기를 명확히 알 수 있고, 아래층 기단에서 1층 탑신까지 십이지상-팔부중상-금강역사상을 부조 방식으로 조각해 불교 교리를 충실하게 반영하는 등 역사적, 학술적, 예술적 가치가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군 관계자는 "예천 개심사지 오층석탑의 국보 지정은 예천이 지닌 역사와 문화적 위상이 국가적으로 공인된 매우 뜻깊은 성과"라며, "고려시대 사회와 군사, 향촌 문화를 생생히 전하는 소중한 문화유산을 후손들에게 온전히 전하기 위해 국보에 걸맞은 보존·관리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jh9326@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