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오페라 '카르멘'…19~20일 부산콘서트홀
'돈 호세' 역 맡아…"美 유학시절 첫 주연 역할"
"선택이 인생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보여줘"
"정명훈 지휘…이런 기회 놓치고 싶지 않았다"
내년 아르헨티나·독일·스페인서 무대 예정
[부산=뉴시스] 조기용 기자 = "섭외가 오래 전에 온건 아니에요. (3~4년치 스케줄이 차 있었지만) 다시 한국 관객분들에게 인사할 수 있는 기회였고, 정명훈 지휘자님도 최선을 다해 준비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죠."
18일 부산콘서트홀에서 콘서트 오페라 '카르멘' 최종 리허설을 앞두고 테너 이용훈(52)은 1년 만에 한국 무대에 오르는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런던 로열 오페라, 빈 국립오페라 등 세계 주요 무대에서 활동해온 리리코 스핀토 테너(부드러운 음색과 극적인 힘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테너) 이용훈이 부산에서 한국 관객과 재회한다. 그는 19~20일 부산콘서트홀에서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에서 '돈 호세' 역을 맡는다.
이번 공연은 원작을 콘서트 형식으로 재해석한 무대댜. 지휘는 공연장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지휘자 정명훈이 맡아 아시아필하모닉오케스트라(APO)를 이끈다.
당초 계획은 순수 콘서트 형식이었지만 관객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일부 무대 요소를 더했다.
"원래는 턱시도 입고 서서 노래하는 스탠딩 콘서트였어요. 그런데 하다보니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의상도 입고, 액팅도 가미하며 관객을 위해 계속해서 바꿨죠."
그는 "사실 오페라 가수들은 콘서트형식을 더 좋아한다. 액팅이 굉장히 힘들다"며 웃었지만, 이날 간담회 자리에는 돈 호세의 의상을 입고 등장해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번 무대는 부산콘서트홀의 요청과 이용훈의 의지가 맞물려 성사됐다. 통상 3~4년 치 일정이 이미 채워져 있는 그는 이번 공연을 위해 유럽 스케줄 일부를 조정했다.
작품 선택권도 그에게 있었다.
"부산콘서트홀에서 어떤 작품을 하고 싶은지 물어보셨어요. 한국에서 아직 하지 않은 '카르멘'이나 '토스카'를 하고 싶었어요."
두 작품 중 정명훈이 선택한 것은 '카르멘'이었다. 정명훈이 이 작품을 지휘하는 건 20년 만이다. 이용훈은 "굉장히 편안하고 좋다"며 "(정명훈은)오페라 가수 뿐 아니라 합창과 단원들까지 존중해주고 모두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지휘자"라고 말했다.
이용훈에게 돈 호세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서울대 음대를 졸업하고 뉴욕 메네스음악원으로 유학을 떠난 뒤, 그가 처음 주연으로 발탁된 작품이 바로 '카르멘'의 돈 호세였다. 데뷔 무대는 미국 버몬트 미들베리의 한 시골 교회를 개조한 오페라하우스였다.
"(데뷔 무대) 이후 이 역할이 너무 좋았었고, 영국 글라인드본에서 전막(full dialogue)를 했는데 정말 어려웠어요. 저는 프랑스어가 모국어가 아니잖아요. (작품을) 깊이 공부하기 위해서 원작 소설도 읽으면서 제대로 공부했습니다."
그는 이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등 세계무대에서 돈 호세를 연기해왔다.
'카르멘'은 프랑스 작가 프로스페르 메리메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카르멘과 돈 호세, 미카엘라 등 각기 다른 계층의 주인공들이 사랑과 갈등 속에서 파멸로 향하는 과정을 그린다. 원작이 카르멘을 중심으로 전개된다면, 이번 공연은 돈 호세가 내면에 보다 초점을 맞춘다.
군인 돈 호세는 약혼녀 미카엘라와의 안정된 삶을 뒤로한 채 집시 여인 카르멘과 사랑에 빠지며 삶이 뒤바뀐다. 카르멘을 향한 욕망, 질투, 집착이 그를 결국 파멸의 길로 이끈다.
이용훈은 "돈 호세는 단정한 군인에서 반미친 사람, 폐인으로 변해가는 인물"이라며 "삶의 선택이 어떻게 인생을 변화시키는지 보여준다. 누구나 그럴 수 있다는 걸 오페라가 보여주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우리도 (돈 호세처럼) 인생을 살면서 선택의 기로에 서 있지 않나"고 반문했다.
데뷔 후 20여 년간 해외 무대를 중심으로 활동해 온 그는 2023년 '투란도트'로 한국 데뷔무대를 가진 이후 3년 연속 국내 무대에 오르고 있다.
그는 "앞으로도 한국 관객을 자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면서도 그는 제도적 기반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한국은 예산 구조상 2~3년 전부터 공연 오퍼를 하기 어렵다보니 하고 싶어도 쉽지가 않아요.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 정말 많다. 이들이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기반과 장소가 정착된다면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현재 추가로 예정된 국내 공연은 없다. 그는 내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팔리아치'를 한 무대에서 선보이는 오페라 베리시모에 출연한다. 뮌헨에서 '투란도트', 바르셀로나에서 '아이다'를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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