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철강·재생 연료 비용 커져
"휘발유 차, 최고급 스위스 시계 돼"
[서울=뉴시스]고재은 기자 = 유럽연합(EU)이 2035년부터 신규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을 전면 금지하기로 한 정책을 사실상 철회한 가운데 세부 내용이 공개되면서 자동차 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일부 경영진들은 이번 조처가 차량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재앙적인 변화"라고 경고했다.
18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는 2035년까지 차량 배출가스를 100% 감축하기로 한 기존 방침을 2021년 대비 90% 줄이도록 완화하는 대신 저탄소 강철 및 지속 가능한 연료 사용을 통해 남은 배출량을 상쇄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번 조치는 수개월간 이어진 자동차 업계의 강한 로비 끝에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업계에서는 규제 완화를 환영하기도 했지만, 추가 조건들이 부과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일부는 친환경 철강과 유럽산 부품 사용을 의무화하는 조치가 복잡하고 비용 부담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힐레가르트 뮐러 독일 자동차협회(VDA) 회장은 "재앙에 가깝다"며 "겉으로는 더 큰 개방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너무나 많은 장애물이 도사리고 있어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고 비판했다.
지프 등의 브랜드를 가진 스텔란티스 측은 "2035년 이산화탄소(CO₂) 감축 목표 개정을 통해 기술 중립성을 도입한 것은 중요한 진전이지만, 현재 제안된 방식으로는 대다수 소비자를 위한 합리적인 가격의 차량 생산을 뒷받침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자동차 산업 분석가인 마티아스 슈미트도 "(친환경 철강과 재생 연료의 추가 비용이 차량 가격에 반영되면) 휘발유 자동차가 '자동차 산업에서 최고급 스위스 시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크리스 헤론 유럽 E-모빌리티 사무총장은 이번 변화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차량, 기타 휘발유 차량이 유럽 신차 판매량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할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그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확장성이 떨어지는 바이오 연료에 다시 문을 열게 되면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스스로 발목을 잡을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EU는 지난 16일 발표한 개정안을 통해 2035년 이후에도 내연기관 차량을 생산할 수 있게 했다. 개정안에는 기업 차량의 친환경 전환 신규 규제, 배터리 지원 계획, 규제 간소화 조치 등도 포함됐다.
2030년까지 배출가스를 50% 감축하겠다는 중간 목표도 완화했고, 배달용 밴 등 소형 상용차의 2030년 감축 목표도 기존 50%에서 40%로 낮췄다.
◎공감언론 뉴시스 jeko@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