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신중하, 전사 AI 전환 총괄 맡아
현대해상, 정경선 중심 대대적인 조직개편
한화생명 김동원 사장, 글로벌 사업 확장
[서울=뉴시스]권안나 기자 = 연말을 앞두고 국내 주요 보험사에서 오너 3세들의 존재감이 뚜렷해지고 있다. 교보생명과 현대해상은 조직개편과 정기 인사를 통해 차세대 리더의 역할을 전면에 배치했고, 한화생명은 글로벌 사업과 인수·합병(M&A) 등 전략적인 행보를 통해 오너 3세 경영을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최근 정기 인사에서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의 장남인 신중하 상무를 전사AX(인공지능 전환)지원담당 겸 그룹경영전략담당으로 임명했다.
1981년생인 신 상무는 2015년 교보생명 관계사 KCA손해사정에 대리로 입사해 교보DTS를 거치면서 IT·빅데이터 관련 경험을 쌓았다. 2022년 교보생명으로 자리를 옮겨 그룹데이터전략팀장, 그룹경영전략담당 등을 지냈다.
신 상무는 이번에 신설된 AX 조직 통해 AI 전략 수립부터 운영까지 총괄하며 미래 경영 체제 구축을 위한 주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AX 조직 아래에는 AX전략, AI 사업지원, AI 기술, AI 인프라 등 임원급 4개 팀이 편제돼 그룹 디지털 전환의 핵심 거점으로 기능할 예정이다.
현대해상에서는 정경선 전무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사회공헌을 중심으로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정 전무는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의 장남으로, 고려대 경영학과와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졸업 후 국내·외 ESG 및 임팩트 투자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한 뒤 2023년 12월 최고지속가능책임자(CSO)로 선임됐다.
정 전무 합류 이후인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으로 현대해상에서는 대대적인 세대교체 작업이 진행중이다. 특히 최근 실시한 임원 인사에서는 1960년대생 임원들이 대거 물러나고 1970년대생 인물들이 주요 보직에 올랐다. 업계에서는 1986년생 정경선 전무라는 현대해상의 최연소 임원 체제가 이번 파격 인사의 배경이 된 것으로 분석한다.
지난 6월에는 정 전무가 주도하는 지속가능실이 지속가능본부로 격상되면서 정 전무의 조직 위상이 강화됐고, 최고정보책임자(CIO)에 카카오 출신 허명주 상무, 최고감사책임자(CIAO)에 이창욱 전 금융감독원 보험감독국장 영입 등 외부 인사 등용도 눈에 띈다.
보험업계에서 가장 먼저 경영 전면에 나선 3세로 평가되는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도 글로벌 사업과 인수·합병(M&A) 전략을 앞세워 외형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1985년생인 김 사장은 2014년 한화그룹을 거쳐 2015년 한화생명에 입사한 뒤 전사혁신실 상무, 미래혁신총괄 등을 거쳐 2023년 사장으로 승진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한화손해보험, 한화자산운용 등 계열사와 함께 미국 샌프란시스코 현지에 한화 AI센터(HAC)를 개소하며 글로벌 디지털 금융 리더십 확보에 나섰다. 또 인도네시아 리포손해보험과 노부은행 지분 인수,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 지분 확보 등 해외 시장 진출과 글로벌 금융 사업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김 사장은 최근 한화그룹 지배구조 핵심인 한화에너지 지분 5% 매각을 통해 약 2750억원의 현금을 확보하게 됐다. 해당 자금은 신성장 사업 투자에 활용될 것으로 알려진 만큼, 향후 그의 전략적 행보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편 보험업계는 3세 경영 본격화를 두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젊은 리더십이 디지털 전환 시대에 민첩한 의사결정과 혁신을 이끌 것이란 측면에서는 기대감이 크다. 반면 공격적인 사업 확장과 급격한 조직 개편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지는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오너 3세들의 리더십이 향후 판도를 가를 큰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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