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안위, 대통령 업무보고…정책방향 발표
새로운 규제 수요 맞춰 새 안전기준 마련
두터운 방사능 안전망 확보 및 신뢰 제고
[세종=뉴시스]여동준 기자 =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계속운전을 신청한 원전의 안전성을 철저히 확인해 나갈 계획이다. 기존 대형 발전용 원전과 다른 설계 특성을 지닌 소형모듈원자로(SMR) 노형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SMR 전용 기준도 마련한다.
원안위는 17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개최된 부처 합동 업무보고에서 빈틈없는 안전성 확인·새로운 규제체계 적기 구축·국민 신뢰 제고 등 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원자력 시설의 빈틈없는 안전성 확인
원안위는 고리 3·4호기 등 계속운전을 신청한 원전 9기에 대해 안전성을 철저히 확인해나갈 계획이다.
지난 11월 허가한 고리 2호기 계속운전 심사 경험을 바탕으로 체계적이고 일관된 방식으로 안전성을 점검하고 원전별 노형과 기술적 특성의 차이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심층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고리 2호기의 경우 재가동 전까지 개선되는 설비의 안전기준 적합 여부 등 철저한 현장 점검을 통해 확인한다.
고리2호기 계속운전 허가 과정에서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 방사선환경영향평가 범위는 평가 대상 사고 범위를 명확히 규정해 혼선을 방지할 계획이다.
원전 주변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제공되는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가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내용으로 돼 있어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알기 쉽게 풀어 쓴 설명문을 의무적으로 제공한다.
올해 세계 최초로 승인된 사고관리계획서가 체계적으로 이행돼 실전 대응 능력이 배양될 수 있도록 사업자의 이행 현황을 집중 점검하고 사고관리계획서에 대한 현장인력 교육과 방사능방재체계 연계 훈련도 실시한다.
주제어실 운전원, 현장운전원, 방사선비상요원으로 대상을 구분해 실제 교육 내용이 사고관리 이행체계에 따라 주어진 책임과 권한에 부합하게 이뤄지는지에 대해서도 확인할 예정이다.
훈련을 통해 사고 대응을 위한 이동형 발전·펌프차량 등 신규설비의 현장 완비 여부와 전담 조직의 운영 상황 등을 점검해 사고관리 설비 운용능력도 실질적으로 검증할 계획이다.
지진 등으로 인한 동시 다수부지 사고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은 중대사고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주민을 보호할 광역방재체계도 완비할 계획이다.
내년 전북 부안 한빛 광역센터가 준공되면 전국 5개 방사능방재센터와 함께 3개 광역센터 등 총 8개가 구축된다.
이외에도 사고 상황이 악화돼 방재센터 거주성이 상실돼도 광역센터에서 중단 없이 사고 대응을 할 수 있도록 방사능누출 위기관리 매뉴얼을 구체적으로 개정할 계획이다.
◆새로운 규제 수요 맞춰 안전 기준 마련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기존 대형 발전용 원전과는 다른 다양한 설계 특성을 지닌 SMR 노형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규제체계를 개선한다.
발전용·연구용·교육용으로 한정돼 있던 규제 범위를 선박용·열공급용·수소 생산용 등으로 확대하고, 혁신 설계 고유의 안전기능을 검증하기 위한 SMR 전용 기준도 마련한다.
또 내년부터 노형별로 다양한 개발자와 연구자가 참여하는 규제연구반을 운영해 기술 특성과 주요 안전 현안을 논의하고, 인허가 신청 이전이라도 규제기관의 검토를 받을 수 있도록 사전검토 제도를 원자력안전법에 근거해 제도화할 계획이다.
이 같은 내용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SMR 규제체계 구축 로드맵을 내년에 수립·발표하고, 관련 법 개정도 추진한다.
사용후핵연료 처분시설에 대해서는 30년 이상 소요되는 건설 기간을 고려해 건설허가와 운영허가를 분리하고, 단계별로 안전성을 심층 검토한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위원회, 한국원자력환경공단과 함께 선제적으로 안전 현안을 도출하고 안전성을 확보해 나갈 예정이다.
아울러 새로운 분야의 규제역량 강화를 위해 전담 조직을 확충하고,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규제체계 구축을 위해 국제기구 등과의 협력도 강화한다.
◆두터운 방사능 안전망 확보로 신뢰 제고
지속적으로 방류되는 후쿠시마 오염수 등 인접국 방사선에 대한 감시를 체계적이고 안정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방사능 분석 인력과 장비도 확충한다.
인천공항 화물터미널 방사선 감시기는 기존 22대에서 27대로 늘려 해외 직구 물품 등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방사선 비상의 조기 탐지를 위한 전국 환경방사선 자동감시망도 251기에서 255기로 확대한다.
최근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방사선 작업종사자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 방사선이용기관의 자체 안전관리 역량을 강화하고, 교육을 내실화하며 취약기관에 대한 컨설팅 참여 확대도 유도한다.
국제항공노선에서 장기간 근무하는 항공승무원에 대해서는 우주방사선 노출에 따른 정확한 피폭량 산정을 통해 안전관리 신뢰성을 확보한다.
계속운전·신규 원전·기후변화에 따른 원전 안전성 등 국민 관심이 높은 원자력안전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고, 전문용어와 기술문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보공유체계를 대폭 개선한다.
전문용어로 기술된 안전규제 원문에는 알기 쉬운 설명자료를 추가하고, 원자력 사업자와 규제기관 등에 분산된 정보는 온라인 원스톱 정보제공 서비스로 통합한다.
또 원자력시설 주변 지역에 새롭게 설치되는 오프라인 정보공유센터를 활용해 주민들에게 해당 지역 인허가 정보와 안전 현안을 대면으로 쉽게 설명하는 상시 소통을 강화함으로써 국민 신뢰를 높일 방침이다.
최원호 원안위원장은 "고리 3·4호기와 한빛 1·2호기에 대해서는 내년도에 심사가 마무리 되고 원안위에 상정돼 심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계속운전에 대해서는 "기승인된 고리 2호기는 내년 중에 재운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고, 나머지 4개 호기는 진행 상황을 살펴봐야겠다"고 했다.
SMR의 안전기준에 대해서는 "규제 원리 등이 비슷하기 때문에 규제 기술만 자체적으로 본다면 상용 원전과 SMR의 난이도가 다를 것 같지는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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