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향한 다이빙부터 개구리 격투까지…올해의 과학 사진들 보니

기사등록 2025/12/17 11:02:12 최종수정 2025/12/17 11:24:23

네이처, 2025년 올해의 과학 사진 발표

광활한 우주부터 작은 자연 세계까지 담아

대화재·생물 생태계 파괴 등 우려 담은 사진도

네이처가 선정한 2025년 올해의 과학 사진 중 하나인 '태양 위를 걷다(Walking on sunshine)'. (사진=네이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태양을 향해 뛰어드는 스카이다이버, 지상을 향해 내리치는 붉은 벼락, 영역 차지를 위해 레슬링을 하고 있는 개구리들, 산불로 인해 도심 한가운데 나타난 불지옥…

17일 학계에 따르면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는 이같은 피사체들이 담긴 '2025년 올해의 과학 사진'을 최근 발표했다.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진 인간의 도전부터, 극미세 세계의 신비로운 생명체, 그리고 기후 변화가 초래한 재앙의 단면까지 한 해를 되돌아보게 하는 강렬한 비주얼을 모았다.

네이처가 올해의 사진별 순위를 선정하진 않았으나, 가장 먼저 선보인 사진은 '태양 위를 걷다'라고 명명한 사진이다. 한 스카이다이버가 태양 표면을 배경으로 완벽한 실루엣을 그리며 과감히 뛰어내리는 모습이 담겼다. 배경이 된 태양 에는 검은 흑점들까지 뚜렷하게 보인다. 이 극적인 장면을 포착하기 위해 천체 사진작가 앤드루 매카시와 스카이다이버 가브리엘 브라운은 특수 제작된 태양 망원경을 사용해 수개월에 걸친 계획을 세워 정밀한 타이밍 조절에 성공했다.
네이처가 선정한 2025년 올해의 과학 사진 중 하나인 '붉은 번개(Red lightning)'. (사진=네이처)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10월 뉴질랜드 상공에서 포착된 붉은 번개의 사진도 선정됐다. 붉은 번개 현상은 대기권에서 위로 솟구치는 전기 에너지 분출로 인해 발생한다. 단 몇 밀리초 동안만 빛나는 특이하고 불규칙한 형태가 렌즈에 선명하게 담겼다.
네이처가 선정한 2025년 올해의 과학 사진 중 하나인 '코뿔소 소생(Rhino revival)'. (사진=네이처) *재판매 및 DB 금지
'코뿔소 소생'이라고 명명된 다이내믹한 사진도 선정됐다. 코뿔소를 피해 우루루 도망치는 듯한 일견 우스꽝스러운 사진으로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멸종 위기에 직면한 생물 보호를 위한 노력이 고스란히 담긴 장면이다.

케냐의 검은 코뿔소는 보존 노력 덕분에 멸종 직전에서 회복됐지만, 여전히 이들을 보호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 사진에는 수의사 팀이 병든 코뿔소를 치료한 뒤 자연에 방생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에 대해 네이처는 "이 강력한 동물을 안전하게 다루는 데 필요한 숙련된 기술과 협업을 보여준다. 코뿔소가 진정 상태에 있을 때조차 말이다"라고 평했다.
네이처가 선정한 2025년 올해의 과학 사진 중 하나인 '오싹한 포옹(Creepy cuddle)'. (사진=네이처) *재판매 및 DB 금지
'오싹한 포옹'이라고 불린 암수 거미의 모습이 담긴 사진도 올해의 과학 사진에 이름을 올렸다. 인도에서 촬영된 한 쌍의 게 거미 사진은 수컷과 그 짝의 덩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일부 종에서는 암컷이 수컷보다도 60배 크다. 수컷이 암컷에게 잡아먹힐 가능성도 있는 만큼 오싹한 포옹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네이처가 선정한 2025년 올해의 과학 사진 중 하나인 '첫 번째 빛(First light)'. (사진=네이처) *재판매 및 DB 금지
머나먼 우주의 사진도 선정됐다. '첫번째 빛'이라고 명명된 이 사진은 2025년 가동된 칠레 베라 C. 루빈 천문대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3200메가픽셀 디지털 카메라가 촬영한 수백장의 이미지를 합친 결과물이다. 오른쪽 상단의 삼렬 성운과 석호 성운의 모습이 담겼다.
네이처가 선정한 2025년 올해의 과학 사진 중 하나인 '도시의 불지옥(Urban inferno)'. (사진=네이처) *재판매 및 DB 금지
올해 초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역사상 가장 치명적이고 파괴적인 화재의 실상을 담긴 사진도 있다. '도시의 불지옥'이라고 명명된 이 사진은 화재에 휩쓸린 주택가의 잔해와 여전히 남아있는 불씨들을 담아냈다. 네이처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이와 유사한 도시 대화재가 미래에 더욱 흔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표했다.
네이처가 선정한 2025년 올해의 과학 사진 중 하나인 '불의 고리(Rings of fire)'. (사진=네이처) *재판매 및 DB 금지
칠레 비야리카 화산이 만들어낸 '불의 고리' 사진도 눈에 띈다. 화산에서 분출된 용암 빛에 의해 한 쌍의 아름다운 원형 구름이 밝게 빛나는 모습이 포착됐다.
네이처가 선정한 2025년 올해의 과학 사진 중 하나인 '개구리 싸움(Froggy fight)'. (사진=네이처) *재판매 및 DB 금지
자연의 장엄한 모습만이 아니라 어딘가 귀엽고 우스운 모습도 올해의 사진으로 선정됐다. '개구리 싸움'이라는 이름의 사진은 두 마리의 수컷 녹색개구리가 영역 다툼을 위해 치열하게 몸싸움하는 모습을 담았다. 13세 사진작가 그레이슨 벨이 촬영했다. 벨은 이 사진의 이름을 '원치 않는 개종자의 세례'라고 지었다. 한 개구리가 상대방을 물속에 강제로 집어넣는 모습이 마치 강제로 세례를 하는 것과 같다는 이유다.
네이처가 선정한 2025년 올해의 과학 사진 중 하나인 '매달려 버티기(Hang in there)'. (사진=네이처) *재판매 및 DB 금지
가시 철조망에 평화로운 얼굴로 매달린 나무늘보의 사진도 있다. '매달려 버티기'라고 명명된 이 사진은 인간의 생태계 파괴와 그럼에도 끈질기게 버티는 자연의 모습을 담아낸 것으로 평가됐다. 나무늘보의 평온한 얼굴과 침착한 태도가 인간이 만든 가시 철조망과 극명하게 대비된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대해 네이처는 "전세계적으로 많은 야생 서식지가 파괴되고 있다. 이 사진은 우리가 지구 자원의 관리자로서 어떻게 더 창의적이어야 하는지를 모두에게 상기시켜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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