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경 대령 진실 안내판' 설치 두고 제주도의원들 설전

기사등록 2025/12/16 15:27:13 최종수정 2025/12/16 15:29:50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서 신경전

"갈라치기" vs "역사 왜곡 바로잡은 것"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15일 오후 제주시 산록도로 한울공원 인근 도로변에 있는 고(故) 박진경 대령 추도비 옆에 제주도가 세운 '바로 세운 진실'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가보훈부에 박진경 대령에 대한 국가유공자 지정 취소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박 대령 국가유공자 지정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이다. 2025.12.15. woo1223@newsis.com

[제주=뉴시스] 양영전 기자 = 제주4·3 당시 양민 학살 작전을 지휘한 박진경 대령 추도비 옆에 객관적 사실을 담은 안내판이 설치된 것을 두고 제주도의원끼리 설전이 벌어졌다.

16일 열린 제445회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회의에선 이 문제로 의원 간 신경전이 벌어졌다. 제주도가 전날 박 대령 추도비 옆에 '바로 세운 진실'이라는 4·3 역사 왜곡 대응 안내판을 설치한 것에 대해 국민의힘 의원이 "다양한 의견 표명을 막은 것"이라고 비판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이에 대한 반박에 나서면서다.

먼저 국민의힘 이남근 의원은 "4·3 왜곡은 안 된다는 입장"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박 대령에 대한 평가는 좌우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행정과 도지사가 나서 안내판으로 규정하는 순간 이건 또 다른 '갈라치기'가 된다"고 말했다.

답변에 나선 김인영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추도비에 왜곡된 내용들이 있어 정부가 발간한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에 적시된 내용을 안내판에 기술한 것"이라며 "특정 주장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적은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주도의회 4·3특별위원장이기도 한 민주당 하성용 의원은 "관점의 차이는 충분히 있을 수 있다"면서도 "왜곡된 부분을 수정하고 진상조사보고서에 담겨 있는 내용을 적시함으로써 정확하게 안내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부분이 '갈라치기'라는 쟁점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송창권 의원은 추도비에 "제주도민을 공비로 오인하게끔 하는 문구"를 지적했고, 같은 당 김경미 의원은 "왜곡된 내용을 바로잡는 진실의 비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게 세워진 부분에 대해선 고마운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안내판 설치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자 국민의힘 강상수 의원은 "저는 이남근 의원의 말이 100% 맞는다고 생각한다"며 "역사는 한쪽으로 쏠리면 안 되며 공평해야 한다. 행정에서 중심을 잡아야지 나서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강 의원의 이 같은 발언에 하 의원이 재차 "왜곡된 내용을 바로잡은 것"이라고 맞서면서 두 의원의 언성이 높아졌다. 이에 박호형 위원장이 "발언권을 얻고 해야 한다"며 중재에 나섰고 설전이 마무리됐다.

4·3진상조사보고서와 안내판에 따르면 박 대령은 1948년 5월6일 제주도에 온 뒤 40일 남짓 강경한 진압 작전을 벌였다. 이 무렵 미군 비밀보고서에 "3000여명이 체포됐다"고 기록될 정도로 무리한 작전을 전개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당시 한 언론은 포로로 끌려오는 이들이 "12~13세 되는 소년, 60이 넘은 늙은이, 그리고 부녀자"라고 쓰기도 했다. 강경 작전을 펴던 박 대령은 6월18일 부하인 문상길 중위와 손선호 하사에게 암살됐다.

손선호 하사는 "30만 도민에 대한 무자비한 작전 공격 명령"이 암살 동기라며 "박진경이 15세가량 되는 아이가 그 아버지의 시체를 껴안고 있는 것을 보고도 살해했다"고 말했다.

박 대령의 작전참모인 임부택 대위도 "박진경 연대장이 조선 민족 전체를 위해서는 30만 도민을 희생시켜도 좋다. 양민 여부를 막론하고 도피하는 자에 대해 3회 정지명령에 불응자는 총살하라고 명령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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