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위험도시 태백 전역 뒤덮은 '현수막 정치' 논란

기사등록 2025/12/16 14:48:26

'성과 미미한 3년6개월'…환영 현수막은 시민 분노로?

태백지역 번화가인 중앙로에 부착된 URL(연구용 지하연구시설)환영 현수막.(사진=뉴시스) *재판매 및 DB 금지

[태백=뉴시스]홍춘봉 기자 = 전국 대표적인 소멸위험도시인 강원 태백시가 도시 전역을 뒤덮은 각종 현수막으로 또 다른 논란의 중심에 섰다.

연중 내내 주요 시가지와 행정복지센터 주변을 장악한 환영 현수막들이 행정 홍보를 넘어, 이제는 시민들로부터 '현수막 정치', '현수막 공해'라는 비판으로 되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민선 8기 임기 종료를 불과 6개월 앞둔 시점. 시의회와의 불통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쏟아진 대규모 현수막은 성과 홍보라기보다 성과 부재를 가리기 위한 정치적 장식물로 읽히고 있다는 지적이다.

태백 시내 곳곳에는 'URL(연구용 지하연구시설) 유치', 'URL예비타당성조사 통과 환영', '1조원대 사업 확정', '2026년 65세 이상 시내버스 무료 이용 환영'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수십, 수백 장씩 내걸려 있다.

시가지뿐 아니라 8개 동 주민자치센터 인근에 집중적으로 설치되며, 시민들 사이에서는 "일자리 창출은 사라지고 태백에서 가장 흔한 풍경이 현수막"이라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온다.

특히 논란의 중심에는 '65세 이상 시내버스 무료 이용 환영' 현수막이 있다. 관내 24개 경로당 명의로 일제히 내걸린 이 현수막을 두고, 시민들 사이에서는 "과연 자발적인 환영이 맞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행정이 만든 정책성과를 시민 명의로 포장한 '자화자찬식 홍보' 아니냐는 비판이다.

시민 A씨는 SNS(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어처구니없고, 솔직히 창피하다"며 "자신이 없으니 현수막으로 도시를 덮는 것 같아 안타깝고 진실을 현수막으로 덮는다고 가려지지는 않는다"고 직격했다.

이어 "차라리 시민 앞에 사과하고, 시의회를 무시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것이 현수막 수백 장보다 훨씬 설득력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16일 태백시청사에 내걸린 URL(연구용 지하연구시설)예타면제 환영 현수막.(사진=뉴시스) *재판매 및 DB 금지


또 다른 시민 K씨는 "태백에 유독 많은 것이 바로 현수막"이라며 "과거 생존권 투쟁 시절에는 시민 의지를 모으는 상징이었지만, 지금은 관광과 투자 유치에 악영향을 주는 도시 공해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아름답고 깨끗한 태백의 거리를 되찾기 위해서라도 이제 현수막 정치의 막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시민 반발의 이면에는 민선 8기 태백시정에 대한 누적된 실망감이 깔려 있다.

2024년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 폐광과 강원관광대학교 폐교 이후 태백시는 대체산업 유치를 약속했지만, 시민들이 체감할 만한 변화는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2023년 일부 대체산업 유치 발표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나며, 행정에 대한 신뢰마저 흔들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URL 환영 현수막은 지난해 12월부터 1년 넘게 재활용되고 있다"는 냉소도 나온다. 선거철도 아닌 시기에 시청사와 행정복지센터 주변에 수십 개씩 내걸린 현수막은, 성과를 알리기보다는 오히려 성과 공백을 증명하는 장면으로 읽힌다는 것이다.

위청준 태백시민행동 위원장은 "성과는 현수막이 아니라 결과로 증명되는 것"이라며 "태백에 지금 필요한 것은 시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는 현수막이 아니라, 과거의 잘못을 돌아보고 책임지는 자세, 그리고 시민과의 진정성 있는 소통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태백시 상장동주민자치센터 인근 도로변에 동일한 내용의 환영 현수막 17개가 나란히 부착되어 있다.(사진=뉴시스) *재판매 및 DB 금지


한편 이상호 태백시장은 취임사를 통해 "떠나가는 태백에서 돌아오는 태백으로 만들겠다"고 했지만 12월 현재 태백시 인구는 3만 7149명으로 민선8기 출범 당시보다 3년 5개월 만에 2649명이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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