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故오요안나 방지법' 추진…괴롭힘 '지속·반복성' 요건에 반발도

기사등록 2025/12/16 15:30:45 최종수정 2025/12/16 16:06:23

기후노동위 '일터 괴롭힘 방지법' 입법공청회

근로기준법 밖 프리랜서·플랫폼 노동자 보호

"지속·반복성 요건, ILO 190호 협약과 상충"

"괴롭힘 인정 위해 수회 이상 피해 감내해야"

[서울=뉴시스] 직장 내 괴롭힘 삽화. (사진=뉴시스DB)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권신혁 기자 = 고(故) 오요안나씨처럼 괴롭힘을 당해도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일터에서의 괴롭힘 예방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일터 괴롭힘 방지법)'이 추진되고 있다.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이들을 모두 보호하는 법이다.

그런데 해당 법안의 괴롭힘 정의에 지속성·반복성 요건이 포함되자 오히려 노동자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는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일터에서의 괴롭힘 예방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 입법공청회를 개최했다.

일터 괴롭힘 방지법은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의 사각지대를 해소하자는 취지다. 근로기준법 밖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등이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 적용 대상이 근로자 외 노무제공자까지 확대되며 사업장 범위도 5인 미만까지 확대된다.

다만 이날 공청회에선 일터 괴롭힘 방지법에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류제강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정책2본부장은 괴롭힘 정의에서 지속성 및 반복성 요건이 삭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터 괴롭힘 방지법은 '괴롭힘'을 두고 '일터에서 지속·반복적으로 상대방의 인격권과 존엄성 등을 침해하거나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는 언동을 함으로써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 등을 규정하고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엔 지속·반복성 요건이 없어 판단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왔는데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한 셈이다.

이를 두고 류 본부장은 "근로기준법에도 명시적으로 포함돼 있지 않아 기본권을 축소·제한하는 후퇴된 조항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비준을 추진하고 있는 ILO(국제노동기구) 190호 협약 제1조의 '폭력과 괴롭힘' 정의와도 상충된다"고 지적했다.

190호 협약 제1조는 괴롭힘의 정의에 '일회적 또는 반복적 발생과 관계 없이'라는 문구를 명시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노동부 소관 국정과제로 해당 협약 비준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1회의 괴롭힘도 규율대상으로 보는 국제노동기구 협약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또다른 참석자 문가람 노무법인 우린 부대표노무사도 반대 의견을 내놨다. 문 노무사는 "실제 피해자가 괴롭힘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행위가 수회 이상 반복될 때까지 피해를 감내해야 한다"며 "발생 횟수, 빈도, 시기 등 모든 정황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직장 내 괴롭힘은 대체로 은밀하고 구두로 발생하며 증거나 증인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 많기 때문에 지속·반복성을 법률 요건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피해구제를 차단하는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승현 노무법인 시선 대표노무사는 "일회적 언동을 괴롭힘으로 인정하는 경우엔 그 행위 유형을 차별, 모욕, 혐오, 폭력, 성적 굴욕 등 사회통념상 명백히 위법성이 드러나는 법주로 법률에서 직접 한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편 고용노동부 등 정부가 추진 중인 '모든 일하는 사람을 위한 기본법'이 일터 괴롭힘 방지법 내용의 대부분을 포괄할 수 있다는 판단이 나왔다.

류 본부장은 "모든 일하는 사람을 위한 기본법 제정을 통해서도 일터 괴롭힘 방지법에서 제시하고 있는 법 적용 대상, 괴롭힘 예방 및 행위자 처벌, 구제방법 등을 포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법상 추상적이고 선언적인 규정으로 법률상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으나 '근로기준법을 준용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방식으로 충분히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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