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100주년 韓 기술로 화성 간다…심우주 탐사에도 '누리호' 쓴다

기사등록 2025/12/16 15:00:00 최종수정 2025/12/16 15:28:25

누리호·차세대 발사체에 '킥스테이지' 기술 접목…수송 능력 강화

스페이스X '스타십' 활용도 검토…독자 착륙선 이전 기술 실증 추진

화성 도달 후 거주·경제활동도 모색…자원활용·식량공급 기술 개발

화성의 모습. (사진=NASA)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정부가 오는 2045년 광복 100주년에 맞춰 우리 기술로 만든 착륙선으로 화성에 태극기를 꽂는다는 계획을 구체화해나가고 있다. 누리호와 차세대 발사체에 '킥스테이지'라는 새로운 기술을 접목해 심우주 탐사 능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기반으로 2035년에는 화성 궤도선, 2045년에는 무인 화성 착륙선을 보내는 것이 목표다.

단순히 화성에 도달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화성에서 거주 및 경제활동을 하기 위한 현지자원활용·우주의학·식량 공급 기술 등도 함께 개발한다.

우주항공청은 16일 서울 광화문에서 브라운백 미팅을 열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대한민국 우주과학탐사 로드맵과 화성탐사 전략을 발표했다.

◆누리호에 '킥스테이지' 달아 심우주 탐사…차세대 발사체에도 접목 추진

우주청은 2045년 화성 착륙 및 무인 탐사를 위해 2035년까지 화성 궤도에 진입하는 독자 기술을 확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특히 주목할 점은 '누리호'를 화성 등 심우주 탐사에 까지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당초 우주청은 누리호가 아닌 더 강한 추력을 가진 차세대 발사체를 심우주 탐사에 활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더 빠른 계획 추진을 위해 누리호 임무성능을 확장해 화성 탐사에까지 활용한다는 것이다. 누리호로 심우주 탐사 능력을 빠르게 확보하고, 추후 차세대 발사체를 점진적으로 고도화하게 된다.

핵심은 발사체에 별도로 탑재돼 우주공간에서 추가적인 추진력을 제공하는 일종의 궤도 수송선인 '킥스테이지' 기술이다.

현재 누리호의 능력으로는 지구 저궤도(LEO)까지는 화물을 보낼 수 있지만, 달이나 화성 같은 심우주로 가기엔 역부족이다. 달전이궤도에는 100㎏ 정도밖에 운송할 수 없고, 화성전이궤도 진입 능력은 '제로'다. 하지만 우주청은 누리호에 킥스테이지를 결합하면 화성 궤도에서 약 40~50㎏ 탑재체 임무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누리호를 활용해 2035년에는 화성 궤도선 실증, 2045년에는 화성 무인 착륙선을 보내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다.

또 우주청은 누리호와 킥스테이지를 활용해 당초 2030년 이후로 계획했던 '달 통신 궤도선' 발사 시점도 2029년으로 1년 앞당길 계획이다. 계획이 문제 없이 진행된다면 차세대 발사체 개발 전이라도 선제적인 심우주 인프라 구축이 가능해진다.
[여수=뉴시스] 황준선 기자 =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27일 새벽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민간 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기술 이전을 통해 발사체 제작 전 과정을 주관한 누리호 4호기는 오로라·대기광 관측과 우주 자기장·플라스마 측정 등을 위한 위성 13기가 탑재됐다. 2025.11.27. hwang@newsis.com
◆"2045년까지 기다릴 수 없어"…스페이스X '스타십'으로 사전 실증도 검토

독자적인 수송 능력 확보와 별개로 국제협력과 민간 발사체 활용을 통한 기술 검증도 속도를 낸다. 화성 탐사 기회는 지구와 화성의 궤도가 가까워지는 약 26개월 주기로만 찾아오기 때문에 독자 발사체가 완성될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우주청은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의 초대형 발사체 '스타십'을 활용해 국내 탑재체를 화성에 보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강경인 우주청 우주과학탐사부문장은 "스타십에 작은 컨테이너 사이즈인 약 500㎏급 화성 탐사 모듈을 실어 화성 표면에 착륙시키는 방안을 스페이스X 측에 문의하는 등 다양한 소통을 진행하고 있다. 비용도 기존 상용 발사체 대비 저렴한 수준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2045년 독자 착륙선 발사 이전 국내 기업과 연구소가 개발한 착륙 기술, 로버(탐사 로봇), 관측 장비 등을 화성 현지에서 미리 실증해보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공포의 7분' 뚫고 화성 자원 캔다…화성 거주 위한 식량 확보·의료 기술 등도 개발

화성 착륙의 최대 난관인 대기 진입·하강·착륙(EDL) 기술 확보에도 총력을 기울인다. 탐사선이 시속 2만㎞로 화성 대기에 진입할 때 발생하는 2100℃의 고열을 견딜 열 차폐판과, 희박한 대기에서 속도를 줄여줄 초음속 낙하산 기술을 2035년부터 본격 개발할 예정이다. 특히 화성 대기 진입 후 착륙 전까지 약 7분 가량 발생하는 플라즈마 블랙아웃 현상(대기의 전파 흡수·반사로 인한 무선통신 두절)을 극복할 실시간 유도·제어 기술인 'GNC 시스템'도 개발한다.

현지 탐사를 위한 첨단 기술도 준비한다. 화성의 험난한 지형을 극복하기 위해 지상을 달리는 로버뿐만 아니라, 지구 대기 밀도의 1%에 불과한 화성 하늘을 비행할 '고정익 드론'을 개발해 탐사 효율을 높인다.

또한 영하 140도까지 떨어지는 화성의 밤과 모래폭풍 속에서도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방사성 동위원소를 활용한 100W급 원자력 전지(RTG)와 히터(RHU)를 2030년부터 개발한다.

현지 자원 활용(ISRU) 기술을 통해 화성의 흙과 대기에서 물, 산소, 메탄을 추출하고, 3D 프린팅으로 거주 기지를 건설하는 등 '화성 경제'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준비에도 착수한다.

우주청은 화성 탐사가 단순 방문을 넘어 '거주'와 '경제 활동'까지 바라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구에서 모든 물자를 가져가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화성 자원 지도 작성 및 현지자원활용(ISRU) 기술이 핵심이다.

우주청은 화성의 토양과 대기에서 물, 산소, 메탄(연료)을 추출하고 생산하는 플랜트를 단계적으로 개발할 방침이다. 화성의 흙인 '레골리스'를 재료로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도로와 발사장, 거주 건물을 짓는 우주 건설 기술도 2035년부터 연구에 착수한다.

유인 체류를 대비한 '우주 바이오' 연구도 병행된다. 우주인의 건강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웨어러블 기기와 현장 진단 키트(POCT)를 개발하고, 인공 장기인 '오가노이드'를 활용해 우주 환경에 맞는 치료제도 제작한다. 방사선을 막아주고 식량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스마트팜 시스템도 구축해 화성에서의 지속 가능한 삶을 지원할 예정이다.

강경인 본부장은 "2025년밖에 안됐는데 뜬금없는 화성 착륙선을 이야기한다고 할 수도 있지만, 화성 탐사를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2045년이나 그 뒤가 될 수도 있다"며 "조만간 화성 탐사와 관련된 기획 연구를 기반으로 우리나라의 실질적인 화성 탐사 전략도 발표 공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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