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발칸 국가 중 친러시아인 세르비아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 위해 추진하던  ‘트럼프 호텔’ 건설 추친에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세르비아 조직범죄 담당 검찰은 15일 알렉산다르 부치치 대통령의 측근인 니콜라 셀라코비치 문화부 장관과 다른 세 명의 공무원을 직권 남용 및 문서위조 혐의로 기소했다.

AP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와 관련된 부동산 개발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5월 세르비아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와 제휴한 회사 ‘어피니티 글로벌 디벨롭먼트’와 99년 임대 계약을 맺고 참모본부 부지에 175개 객실 규모의 호텔, 소매점, 그리고 1500세대 이상의 주거 시설을 건설하는 계획을 승인했다. 이 계획에는 나토 폭격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추모비도 포함됐다.

당시 쿠슈너는 자신의 회사가 5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이 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곳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1999년 폭격한 베오그라드의 랜드마크였던 군 참모본부 단지가 있는 곳이다.

세르비아 의회는 지난달 7일 NATO 폭격 증거라는 문화적 보호를 중단하고 트럼프 대통령 가족이 고급 호텔을 지을 수 있는 길을 여는 새로운 법안을 통과시켰다.

검찰은 셀라코비치 장관 등이 문서를 위조해 해당 유적지의 보호 상태를 불법적으로 해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부치치 대통령 정부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국내외 전문가들과 세르비아 국민들로부터 강력한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이 건물이 건축학적으로 기념물이며 미국 주도의 나토 폭격에 대한 저항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치치 대통령은 이 프로젝트가 미국과의 관계에 도움이 될 것이며 이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는 사람은 누구든 사면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내가 유죄다”며 “세르비아의 현대화를 원했던 것도, 대규모 투자자를 유치하고 싶었던 것도 나였다”고 말했다.

미국 행정부는 세르비아산 수입품에 35%의 관세를 부과하고 러시아가 지배하는 세르비아의 석유 독점 공급업체에 대한 제재도 가했다.

세르비아에서는 부치치 대통령 정부의 부패에 항의하는 시위가 1년 이상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호텔’을 가능하게 하는 법안에 대해 유럽위원회는 10년 이상 유럽연합(EU) 가입을 추진해 온 세르비아의 법치주의와 민주주의가 침식되고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면서 반대하고 있다.

야당 의원인 마리니카 테픽은 지난달 의회 토론에서 “트럼프를 기쁘게 하기 위해 폭격의 상징을 고급 호텔로 바꾸려 하고 있다”며 “폭탄이 떨어졌던 바로 그 자리에 이제 샴페인을 따르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참모본부 건물은 1960년대에 완공됐으며 일부에서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모더니즘 건축의 걸작으로 평가한다.

1999년 코소보의 알바니아계 주민들에 대한 세르비아의 침략을 응징하기 위한 나토의 공습으로 건물이 파괴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된 직후 세르비아 정부는 해당 유적지가 더 이상 문화재로 보호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새 법은 세르비아 문화유산으로서의 보호를 포함해 이 단지의 이용을 규제하는 기존 규정을 무효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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