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에서 ‘자동차’를 지우며 정체성 재정의
제조업 기업에서 모빌리티 기업으로 체질 전환
플랜 S로 전동화·서비스·PBV 3대 축 확립
EV6 출시로 글로벌 전기차 경쟁력 증명
PBV 전략 통해 B2B·B2G 신사업 본격 확대
브랜드·조직·프로세스 전방위 혁신 단행
미래 모빌리티 패권 경쟁 속 기아 역할 재부상
"기아의 역사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역사였다"는 정몽구 명예회장 말처럼, 기아는 80년 동안 수많은 위기와 도약을 반복하며 성장했다.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선도하고 있는 기아의 현재 혁신 동력은 어디서 비롯되었을까. 창업 이래 회사의 존립과 정체성, 미래 방향을 근본적으로 뒤바꾼 가장 결정적인 순간 톱3를 꼽아본다.
[서울=뉴시스]유희석 기자 = 2021년은 기아가 사명에서 '자동차'를 지우며 기업 정체성을 근본적으로 바꾼 해였다.
당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내연기관 중심 가치사슬에서 전동화·서비스 기반 생태계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
새로운 사명 '기아(Kia)'를 선포하며 내연기관 시대의 종착점을 누구보다 먼저 인정한 기아는 제조업의 틀을 벗고 기술·서비스 중심의 모빌리티 기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는 단순한 로고 교체가 아니라 '미래 산업에서 생존할 수 있는 기업만 살아남는다'는 냉혹한 메시지를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던진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재설계한 구조적 전환으로 현대 기업 경영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플랜 S'로 기존 제조업 한계 돌파
기아는 사명 변경과 함께 중장기 전략 '플랜 S(Shift)'를 공식화했다.
플랜 S는 기존 완성차 제조업의 한계를 넘어 모빌리티 전 생애주기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체질개선 전략이다. 구체적으로 ▲전기차 중심 사업 구조 혁신 ▲모빌리티 서비스 역량 강화 ▲PBV(목적기반차량) 기반 신규 시장 개척 등 3대 축을 제시했다.
이는 자동차 생산을 넘어 이동·사용·체류 경험 전체를 설계하는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대도약을 의미한다.
전동화 전략은 플랜 S의 핵심이었다. 기아는 2021년부터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기반 라인업 확대에 본격 착수했다.
그 출발점이 된 EV6는 브랜드 최초의 전기차 전용 모델로, 글로벌 시장에서 기아 전동화 경쟁력을 입증한 상징적 제품이 됐다.
EV6는 출시 첫해 주요 해외 시장에서 평가와 판매를 동시에 확보하며 브랜드 전기차의 기초를 다졌다.
기아는 이후 EV9, EV5 등 다양한 전기 SUV를 연달아 선보이며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존재감을 빠르게 확장했다.
PBV 전략도 미래 사업 구조 변화의 중요한 축이었다. 전기차 기반 모듈형 플랫폼을 활용해 물류, 배송, 공유서비스, 라스트마일 운송 등 특정 산업 목적에 최적화한 차량과 서비스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기아는 기존 제조업의 범위를 넘어 B2B·B2G 중심 솔루션 사업까지 확장했다.
현대차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전략과도 맞물려 기아는 그룹 내 PBV 중심의 핵심 역할을 맡았다.
◆브랜드 혁신 통해 모빌리티 기업으로 도약
특히 기아 브랜드 아이덴티티(BI)의 재정비는 대변화의 상징이었다.
새로운 로고는 연속성과 확장성을 강조한 형태로 설계돼 기아가 기존 자동차 산업의 틀을 넘어서겠다는 의지를 시각적으로 드러냈다.
내부적으로는 조직 구조, 개발 프로세스, 의사결정 체계 등 전반적인 혁신이 병행됐고, 글로벌 완성차 산업에서도 보기 드문 빠른 변화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런 변화는 실제 성과로 이어졌다. 기아의 전기차 판매는 2021년 이후 매년 증가하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확대됐고, PBV 전용 공장 건설 등 실물 인프라도 속도를 높였다.
차량 데이터 기반 서비스, 구독형 모빌리티, 에너지 플랫폼 등 신규 수익 모델도 구축 단계에 들어섰다.
이처럼 2021년은 기아가 브랜드 철학과 제품 전략, 조직 문화까지 아우르는 전반적 혁신을 통해 제조 중심 기업을 넘어, 기술·서비스 기반 모빌리티 기업으로 체질을 전환한 결정적 분기점으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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