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경기 불황 속에서도 치솟는 서울 집값, 수년 전부터 기승을 부린 각종 전월세 사기는 내 집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에게 깊은 좌절을 안길 뿐이다.
신간 '어차피 우리 집도 아니잖아'(현대문학 출간)는 한국 사회의 균열을 세심하게 포착해온 김의경, 장강명, 정명섭, 정진영, 최유안 등 작가 5인이 함께 쓴 부동산 선집이다.
이 책은 '집'과 '거주'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풀어낸 다섯 편의 소설을 담았다. 누군가의 일이 아닌 어쩌면 우리들, 혹은 '당신의 이야기'일 수 있는 다섯 편의 소설은 가슴 저미는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3천 명이 넘는 것으로, 피해액도 3천억 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중략) 특별법안이 나왔다, 하고 환호하던 때부터 50번째 법안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서로 베꼈는지 내용은 다 엇비슷했다. 그리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논의 과정을 거치며 피해자들이 원하던 사항들이 빠졌다. 나중에 남은 내용들은 정부에 건물 경매를 맡길 경우 수수료를 깎아주겠다거나, 무이자 대출을 최대 10년까지 해주겠다거나,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건물을 사려고 할 때 우선권을 주겠다거나 하는 허섭스레기들이었다." (86쪽)
아울러 이 책은 작가들이 소설을 쓰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인 '작가 노트'를 한데 모았다.
작가 장강명은 '작가 노트'를 통해 "평범한 월급쟁이들의 자산 마련 수단으로 기능했던 전세가 끝나고 월세가 '뉴 노멀'이 되는 시기"라면서 "설령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정확히 모른다 하더라도, 그리고 전월세라는 좁은 앵글이라더라도, 다섯 작가가 보여줄 수 있는 게 많다고 믿으며 앤솔러지를 기획했다"고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그는 또 "소설가가 써낼 수 있는 것이 정책 대안은 아니다"라면서 "전모를 보지 못하고 해답도 모르더라도, 정직하게 쓰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편안한 관념 밖에서 살아 있는 인간과 실제로 일어나는 현상을 관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픽션이 현실에 발을 붙인다는 말을 나는 이렇게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가 정진영은 "더 큰 문제는 이 대책을 마련한 이들의 '내로남불' 태도였다. 이재명 정부 장·차관급 이상 고위 공무원과 대통령실 수석·비서관들이 소유한 아파트 10채 중 7채는 이번 대책으로 대출 규제가 적용되는 지역에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번 대책은 월세에서 전세, 전세에서 매매로 이어지던 주거 사다리를 확실하게 무너뜨린 최악의 정책으로 역사에 남을 거라고 예언한다. 소설을 쓰는 내내 화를 억누르라 힘들었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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