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무기 수출, 한국과 중국 경쟁 심화”

기사등록 2025/12/12 13:54:58

中, 드론·미사일 이어 전투기 등 주요 무기 공급국으로 부상 중

“韓, 美 동맹국 이점·서방보다 품질 높으면서 가격 저렴”

[두바이=AP/뉴시스] 지난달 18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에어쇼에서 관람객들이 UAE 공군 곡예비행팀 ‘푸르산 알 에마라트’의 비행 모습을 촬영하고 있다. ‘푸르산 알 에마라트'는 7개 에미리트(연방 7개 토후국)를 상징해 7대의 제트기로 구성돼 있다. 2025.12.12.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2일 가자 전쟁 등으로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무기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과 중국의 무기 수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드론과 미사일 외에도 전투기 같은 첨단 무기 체계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등 주요 무기 공급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분석가들의 의견이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중동 국가들이 미국과 유럽의 무기 수입 대체국으로 부상한 한국과 중국간의 치열한 무기 판매 경쟁을 소개했다.

◆ 두바이 에어쇼와 이집트 방산 박람회에서 경쟁

한국의 이점 중에는 잠재 고객들이 중국산 무기 구매에 대한 정치적 우려와 기존 무기 체계와의 통합 필요성 고려 등이 포함됐다.

지난달 중동 최대 규모의 에어쇼인 두바이 에어쇼에서는 J-10CE와 5세대 J-35를 포함한 중국 전투기 모형과 윙룽-X 드론이 전시됐다.

4.5세대 J-10CE 전투기는 올해 초 인도-파키스탄 분쟁 이후 특히 주목을 받았다. 당시 파키스탄은 이 전투기가 프랑스제 라팔 전투기 최소 한 대를 격추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중국 전투기가 공중전에서 서방에서 제작된 전투기를 격추한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다.

파키스탄은 중국 무기 수출의 약 60%를 차지하며 약 20대의 해당 전투기를 운용하고 있는 유일한 국가로 알려져 있다.

인-파 분쟁에서 J-10의 성능은 특히 고가의 서방 시스템을 구매할 여력이 없거나 정치적, 안보적 문제로 구매할 수 없는 국가들에게 수출 잠재력을 부각시켰다고 SCMP는 전했다.

잠재적 구매국 중 이집트는 올해 초 자국 공군기지에서 2인승 J-10 전투기를 동원한 합동 훈련을 주최하고 중국과의 방위산업 관계 확대에 관심을 표명해 왔다.

이달 초 이집트 방산 박람회에서 이집트의 방산 대기업 ‘아랍산업화기구(AOI)는 중국 무기 대기업 노린코와 방산 시스템 현지 생산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한국은 폴란드와의 무기 거래 성사를 통해 세계 주요 무기 판매국으로 발돋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집트 방산 박람회와 두바이 에어쇼 모두 한국의 포병 및 항공기 제조업체 등 중국의 방산 경쟁국들이 전시 부스를 마련했다.

◆ 韓, 미국의 동맹국이라는 이점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두바이에서 KF-21 4.5세대 전투기와 FA-50 경전투기의 축소 모형을 전시했다.

한국 최초의 국산 스텔스 전투기인 KF-21은 내년 한국 공군에 인도될 예정이며 10년 안에 완전한 스텔스 기능과 지원 드론과 함께 작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5세대 전투기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아랍에미리트는 해당 항공기 구매에 관심을 표명했다. 공군 고위 관계자들이 올해 초 한국 기업의 제조 시설을 방문했다. 한 지휘관은 방문 기간 동안 시제기 시험 비행에 참여하기도 했다.

한국산 장비는 미국이나 유럽산보다 품질은 높으면서 가격은 더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SCMP는 평가했다.

올해 두바이 에어쇼는 이재명 대통령의 중동 순방 기간과도 겹쳤다.

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 방문에서 양측은 무기 공동 개발, 현지 생산 및 제3국 수출에 대한 협력에 합의했다. 이 협정은 한국 방산업체들에게 최대 150억 달러의 가치를 지닐 수 있다.

한화항공우주와 아랍에미리트 방산기업 EDGE 그룹은 첨단 공중 및 미사일 방어 시스템, 장거리 정밀 무기, 무인 시스템, 인공지능 활용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양해 각서도 체결했다.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 국제 방위 연구원 티모시 히스는 “한국이 미국 동맹국이라는 이점을 살려 무기 판매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으며, 한국 장비는 미국이나 유럽 제품보다 품질이 높으면서도 가격이 저렴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방극철 방사청 기반전력사업본부장은 3일 모하메드 아들리 압둘 와헤드 이집트 국방부 전력국장을 만나 양국 방산협력 현안을 논의했다. (사진=방위사업청 제공) 2025.12.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 중동 국가들, 대미 의존도 줄이려 고심

킹스 칼리지 런던의 국방학 선임 강사이자 킹스 국방경제경영센터 벤스 네메스 소장은 중국과 한국 모두 중동 지역에서 무기 판매를 확대할 기회가 있지만 한국의 전망이 훨씬 더 밝다고 말했다.

네메스 소장은 “많은 걸프 국가들이 국방 조달의 다변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미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산 플랫폼이 일반적으로 다른 서방 시스템과 유사한 성능을 더 낮은 가격으로 제공한다”며 “한국 방산업체들은 미국이나 유럽 업체들에 비해 기술 이전에서도 더 유연하다”고 말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3월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쿠웨이트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세계 10대 무기 수입국이다.

미국과 유럽은 수십 년 동안 중동 국가들에 무기를 공급하는 주요 공급원이었다. 미국이 이 지역 무기 수입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공급국이었으며, 이어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영국, 러시아, 스페인 등이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은 우크라이나와 가자 전쟁으로 인한 수요를 따라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치적 및 안보적 우려로 중동 국가들에 대한 첨단 무기 시스템 판매도 제한되고 있다.

◆ 韓·中, 미국과 유럽국 대체국으로 부상

중동 국가들은 대체 수입원을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과 중국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국가로 부상했다.

히스 연구원은 무기 수출을 희망하는 기업들이 직면하는 주요 장애물 중에는 정치적인 문제, 즉 무기 거래의 ’외교적 결과‘가 잇다.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이어서 이란처럼 중국과 러시아에 우호적인 국가에 무기를 판매하기 어려울 것이 대표적인 예다.

반대로 중국은 사우디아라비아처럼 미국의 동맹국에 무기와 장비를 판매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달 한국수출입은행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중동 무기 수출액은 5년 만에 3배 이상 늘었다. 2019년 약 2억 4100만 달러에서 지난해 약 7억 4700만 달러로 추산됐다.

중국의 주요 강점 분야 중 하나는 군용 드론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에 윙룽 시리즈와 CH-4를 공급하고 있다. 알제리와 이라크에도 CH-4를 공급한 바 있다.

한국은 군용 드론을 수출한 적은 없지만 이라크에 FA-50 경전투기 24대를 인도했다.

이집트군은 한국산 K9 자주포로 무장하고 있는데 이 자주포는 전 세계 판매량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의 경쟁사인 PLZ-45 자주포의 고객으로는 알제리,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이 있다.

한국은 터키가 자체 포병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도록 기술을 제공하기도 했다.

양국은 이 지역의 여러 국가에 지대공 미사일을 공급해 왔는데, 중국산 HQ-9는 이집트와 모로코에 판매됐고 이라크와 아랍에미리트는 한국산 청궁-2를 구매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다른 국가들도 양국의 미사일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 “韓-中 경쟁, 다른 요소없으면 결국 품질과 가격이 주요 경쟁력”

히스 연구원은 한중의 경쟁은 미국이나 중국과 강력한 유대 관계가 없는 국가에서 더욱 직접적일 수 있으며 품질과 가격이 주요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히스 연구원은 “한국은 검증된 품질과 신뢰성 덕분에 항공기 등 몇몇 핵심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춰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반면 중국은 매우 다양한 종류의 무기와 장비를 제공해 유일한 선택지가 될 수 있는 분야는 항상 존재한다는 것이다.

히스 연구원은 드론을 예로 들었다. 한국은 드론을 많이 생산하지 않는 반면 중국은 다양한 종류의 드론을 판매한다.

다만 중국 무기 체계를 주로 서방에서 공급받은 방산 체계와 통합하는 것은 정치적 우려와 더불어 주요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네메스 소장은 “이는 미국의 안보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향후 미국의 지원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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