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무룡과 컴필레이션 음반 커버에 등장하기도
김지미가 부른 것으로 알려진 '임이여 나의 곁에', 뒤늦게 실제 가창자가 밝혀지기도
11일 가요계·영화계에 따르면 테일러는 '리틀 우먼(Little Women)'(1949)의 '메리 크리스마스 이즈 히어(Merry Christmastime Is Here)'와 '잇츠 케임 어폰 어 미드나잇(It Came Upon a Midnight)', 영화 '어 리틀 나이트 뮤직(A Little Night Music)'(1977)의 '유 머스트 미트 마이 와이프(You Must Meet My Wife)' '센드 인 더 클라운스(Send in the Clowns)' 등 OST를 가창했다.
박성서 대중음악 평론가에 따르면, 김지미도 자신이 출연한 영화의 주제가를 취입했다.
1962년 개봉한 '붉은 장미의 추억'(감독 노필) 주제가가 그것이다. 누명을 쓴 탈옥수와 아버지를 찾는 여가수의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신영균이 악사 '성철', 김지미가 가수 '현주' 역을 맡았다. 이 영화를 만든 노필 감독은 '검은 상처의 부르스'(1964), '밤하늘의 부르스'(1966) 등을 만들어 한국 '음악영화의 대가'로 통한다.
김지미는 이 영화의 주제가 '사랑한 죄로'(작사 조남사·작곡 한상기)를 직접 불렀다. 현재 유튜브에서 들을 수 있는데 김지미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애절하다. "사랑한 죄로 한없이 당신만을 당신만을 사랑한 죄로 / 지금은 흐느끼며 외로운 장미 눈물로 어린 외로운 장미" 등의 가사가 인상적이다.
김지미가 '사랑한 죄로'를 부른 사실은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음악 애호가들에게 낯설지는 않다. 상당수 영화 주제가 음반 커버가 영화 스틸사진이었기 때문이다.
박성서 평론가가 특기한 또 다른 음반은 김지미가 전 남편이기도 한 배우 최무룡과 함께 참여한 컴필레이션 음반 '연분홍 핸케취'(행커치프·handkerchief)다. 김지미는 '임이여 나의 곁에'를 홀로 불렀다.
1964년에 발표된 음반인데 이 무렵은 당대 두 톱스타인 김지미·최무룡의 로맨스가 정점에 달했을 때다. 이러한 이슈를 극대화한 제작자가 나타나 음반을 기획한 것이다. 해당 음반은 김지미·최무룡이 함께 있는 모습을 커버로 내세웠다.
이 음반이 뒤늦게 화제가 된 건 1978년 가수 조경수를 일약 스타로 만든 '행복이란' 노래 때문이다. 이 곡은 김지미의 '임이여 나의 곁에'와 거의 가사, 멜로디가 같다.
조경수의 '행복이란'은 발표 당시부터 화제가 됐다. 조경수는 젊은이들이 많이 몰리는 서울 신촌의 한 라이브카페에서 우연히 이 노래를 듣고 악보를 채보해 음반을 취입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원작자를 알 수 없어 작자 미상으로 발표하려고 했다. 그러다 음반사 측의 건의로 자신의 딸 이름인 서연을 작사·작곡자 명단에 넣었다. 조경수는 뮤지컬배우 조서연·조승우 남매의 부친이다.
이 과정에서 박 평론가는 또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김지미가 1962년 발표한 '사랑한 죄로'와 그녀의 이름으로 발매된 '임이여 나의 곁에'의 음색과 가창력이 판이하게 달랐던 것이다.
당시 음반사 측이 선택한 건 대리 취입이었다. 지금으로서는 절대 불가한 일이었지만 당시 시스템에선 해당 작업이 이뤄졌다. 결국 김지미의 사촌 동생 김영자 씨가 '임이여 나의 곁에'를 불렀다. 해당 곡은 이준례 여사가 작사, 작곡했다. 1979년부터 이 곡의 크레디트엔 '이준례 작사·작곡'이 표기됐다.
박 평론가는 "김영자 씨는 2009년 저와 인터뷰 당시 취입 제의를 받고 여러 곡을 연습하던 중 어릴 때 배운 노래가 생각나서 작곡가에게 들려줬는데 '임이여 나의 곁에'를 좋다고 해서 취입한 것이라고 기억했다. 또 비교적 상세히 이준례 인형연구소와 당시 이준례 여사의 모습을 아직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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