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걸 평가원장, 임기 약 반년 남겨두고 사퇴
역대 13명의 평가원장 중 9명이 임기 못 채워
10일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2026학년도 수능 출제와 관련해 영어 영역 난이도 조절 실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수능 복수 정답이나 정답없음과 같은 출제 오류가 아닌 난이도 조절 실패의 사유로 사퇴하는 첫 사례다.
한국교육과정평가은 "영어 영역의 출제가 절대평가 취지에 부합하지 못해 수험생과 학부모님들께 심려를 끼쳐 드리고, 입시에 혼란을 야기한 점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며 평가원장직을 사임했다"고 밝혔다.
올해 수능에서는 특히 영어가 어렵게 출제됐는데, 절대평가인 영어는 1등급을 받은 수험생이 1만5154명으로 전체의 3.11%다. 이는 2018학년도 절대평가 전환 이후 역대 최저 수치로, 기존 최저 수치는 2024학년도 4.71%였다. 상대평가 체제에서 1등급이 상위 4%에게 부여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사실상 역대 최저치다.
오 원장은 2023년 8월 부임했다. 평가원장 임기는 3년이며 1회에 한해 연임이 가능하지만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물러나게 됐다.
초대 박도순 평가원장 이후 연임 1회를 포함해 13대까지 총 12명의 평가원장이 있었지만 임기를 모두 채운 건 1대, 4대 정강정 전 원장, 7대 성태제 전 원장, 10대 성기선 전 원장 등 4명 뿐이다. 이마저도 정강정 전 원장은 연임 후 5대 원장을 지내다가 2008학년도 수능 출제 오류로 낙마했다.
전임자들의 경우 대부분 수능 출제 오류와 관련해 중도 사퇴를 했다. 3대 이종승 전 원장은 2004학년도 수능 국어 영역 출제 오류, 6대 김성열 전 원장은 2010학년도 지구과학Ⅰ 복수 정답 사태, 8대 김성훈 전 원장은 2015학년도 수능 복수 출제 오류, 9대 김영수 전 원장은 2017학년도 수능 물리Ⅱ 출제 오류, 11대 강태중 전 원장은 2022학년도 수능 생명과학Ⅱ 출제 오류 등이 원인이었다.
2대 김성동 전 원장은 한국근현대사 검정교과서 편향기술과 관련한 정부 대책문건 유출 혐의 등을 받던 중에 중도 사퇴했고, 12대 이규민 전 원장은 2023년 6월 모의평가에서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논란이 일면서 물러났다.
평가원은 "이번 수능을 계기로 출제 전 과정에 대한 검토와 개선안을 마련해 향후 수능 문제가 안정적으로 출제돼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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