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뇌물 수수 혐의' 경찰관, 1심서 징역 6년…"비난 가능성 커"

기사등록 2025/12/09 15:02:57 최종수정 2025/12/09 15:44:24

피의자에게 억대 뇌물 받은 혐의

法 "공무원 신뢰 훼손…비난 가능성"

함께 기소된 피의자도 징역형 선고

[서울=뉴시스] 사건을 무마해 주고 수억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당시 경기 의정부경찰서 소속 경위가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사진=뉴시스DB) 2025.12.09.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소헌 기자 = 사건을 무마해 주고 수억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당시 경기 의정부경찰서 소속 경위가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우인성)는 9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죄 등 혐의를 받는 경위 정모씨에게 징역 6년과 벌금 2억5000여만원을 선고했다. 또 추징금 2억5150여만원도 명했다.

정씨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대출중개업자 A씨는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또 정씨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사건 관계인 3명 중 2명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나머지 한 명은 벌금 400만원을 선고받았다. 뇌물 수수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감 김모씨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정씨에 대해 "(뇌물로 받은) 일부 금액을 반환하고 아들 치료비 때문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뇌물을 받은 점 등은 유리한 양형으로 감안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경찰공무원은 누구보다 관련 법령의 준수 의무가 있는데 다른 피고인들에게 뇌물을 수수하고 범행을 감추기 위해 여러 범행을 저지르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며 "공무원의 신뢰를 훼손해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에 대해서는 "자신의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정씨에 대한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점은 유리한 양형 사유지만, 여러 피해자를 기망해 3억원 넘는 돈을 편취하고 피해자들에게 용서받지 못했으며 피해 상당 부분이 회복되지 못했다"고 판시했다.

뇌물수수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경감 김모씨에 대해서는 "정씨가 뇌물수수를 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을 보면 결과적으로 부주의하게 정씨를 돕게 됐다는 것으로 보일 뿐 공동정범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라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정씨는 지난 2020년 6월부터 2021년 2월께 사건을 무마하는 대가로 피의자 A씨로부터 22회에 걸쳐 총 2억 112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검찰 수사 결과 정씨는 여러 건의 사기 사건으로 경찰 수사를 받던 A씨에게 "사건을 모아서 모두 불기소해 주겠다"며 적극적으로 뇌물을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씨는 A씨의 주소지를 자신이 근무하는 경찰서 관할로 옮기게 한 뒤, A씨가 연루된 사기 사건들을 이송받거나 재배당받아서 불송치 또는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정씨는 A씨에게 수사 중인 그의 사건 기록 3건을 유출했고, A씨가 경찰서에 출석하지 않았음에도 조사를 받은 것처럼 피의자신문조서를 허위로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사건기록을 조작해 수년간 기록을 은닉한 혐의, 사건기록을 검찰에 송부하지 않고 캐비닛에 방치한 혐의 등도 드러났다. 정씨는 A씨에 대한 고소장을 자기가 변조한 고소장으로 바꾸고, 계좌 거래 내역이 확인되는 서류를 빼버리는 등 기록을 조작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정씨가 A씨에게 뇌물을 요구하면서 수사권 조정으로 사법경찰관에게 수사종결권이 부여되는 등 수사 권한이 확대된다고 과시한 정황을 나타내는 문자메시지 등을 확보했다고도 밝혔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5월 정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후 "증거를 인멸할 염려와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지난 6월 정씨를 구속기소하고, A씨를 불구속기소 했다.

이후 검찰은 정씨가 또 다른 뇌물을 수수한 정황을 포착해 지난 7월 추가 기소했다. 이 과정에서 정씨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를 받은 사건관계인 3명과 정씨의 뇌물수수 과정에 가담했다는 혐의를 받은 김씨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honey@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