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고객들 "재미난 게임 좀 없나요"

기사등록 2025/12/08 15:16:58 최종수정 2025/12/08 15:48:24

트렌디한 슬롯·전략형 테이블 선호 기대감 높아

"낡은 규제가 즐거움 가로막아" 고객들 메시지

'희망 슬롯·테이블 게임' 고객 설문 업계 첫 눈길

필리핀 마닐라의 글로벌 카지노에 설치되어 인기가 높은 버팔로 슬롯머신.(사진=뉴시스) *재판매 및 DB 금지

[정선=뉴시스]홍춘봉 기자 = 국내 유일의 내국인 카지노 강원랜드에서 고객을 대상으로 한 '희망 슬롯·테이블 게임' 설문조사가 사실상 처음으로 실시되며 그 결과에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번 설문조사는 단순 만족도 조사가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게임 라인업을 직접 묻는 조사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강원랜드 실시간 잭팟 현황을 제공하는 '잡수다' 앱 개발자 '땡원장'은 최근 1개월간 슬롯·테이블 게임 이용객 300여 명을 대상으로 슬롯머신과 테이블 게임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고 8일 밝혔다.

이 결과는 그간 정책·규제로 좌우되던 국내 카지노 운영에 '고객 선택권'이라는 새로운 기준이 등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설문에서 가장 두드러진 흐름은 해외 인기 슬롯머신에 대한 도입 요구가 폭발적으로 높았다는 점으로 고객들은 단조로운 게임 환경을 넘어 트렌디한 레저형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의 변화를 기대하며, 다양한 선택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조사에 따르면 IGT사의 대표작 '버팔로', 중장년 여성층 선호도가 높은 '골드 릴' 시리즈, 글로벌 콘텐츠 기반의 '오징어 게임' 슬롯 등이 거론되며, 기존에 없는 게임을 통해 더 역동적이고 트렌디한 경험을 즐기고 싶다는 요구가 강하게 드러났다.

그러나 강원랜드 내부 현실은 이 같은 고객 기대와 괴리가 크다. 2000원 베팅 한도, 잭팟 상한제 등 낡은 규제로 인해 글로벌 제작사들이 입찰 참여를 포기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강원랜드에서 인기가 높은 왕서방 슬롯머신.(사진=독자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여기에 10년 넘게 사랑받았던 '왕서방', '드레곤88' 등 인기 기종마저 부품 단종으로 철수가 예고되며 고객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고객들은 "새로운 기종 도입은커녕 기존 인기 머신조차 차례로 사라지고 있다"며 선택권 축소를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테이블 게임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현재 운영 중인 테이블 구성이 전략형·몰입형 게임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필리핀 클라크 등 해외 카지노에서 인기를 끄는 '식스카드'(쓰리카드와 캐리비언 포커의 융합 방식)게임에 대한 요구가 특히 컸으며 기존 홀덤과 쓰리카드는 좌석 부족으로 제대로 즐기기 어려운 상태다.

쓰리카드의 경우 일부 유튜버들의 '고객 승률이 높다'' 방송 이후 시니어층이 대거 몰리면서 젊은 고객들은 ARS 번호가 1000번대를 넘으면 게임 자체가 어려운 기형적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불편은 좌석 구조 문제와 결합하며 더 심각해지고 있다. 강원랜드에는 하루 평균 6500명이 찾지만 슬롯 1360대, 테이블 200대(실제 운영 160대)뿐이어서 실질 수용 인원은 3000명 미만이다.

고객들은 "취향에 맞는 게임을 고르는 게 아니라 빈자리부터 찾는 것이 가장 큰 스트레스"라고 토로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규제가 강원랜드의 경쟁력 약화를 넘어 고객 이탈과 국부 유출을 초래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한국게이밍관광전문인협회 이기원 고문은 "현행 규제는 폐광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설립 취지를 되레 흔들고 있다"며 "잭팟 상한·베팅 한도 현실화와 첨단 게임기 도입이 강원랜드를 살릴 본질적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땡원장 역시 "슬롯 마니아 상당수가 동남아·라스베이거스 등 해외 게임 경험이 있는 고객들"이라며 "고객 의견이 진지하게 반영돼야 강원랜드가 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카오의 한 카지노에서 바카라 게임을 즐기고 있는 모습. 24시간 영업과 고객편의 위주로 된 카지노 환경은 세계 공통이지만 강원랜드는 20시간 영업과 턱없이 부족한 게임공간으로 고객들의 불편이 상대적으로 높다.(사진=뉴시스)  *재판매 및 DB 금지


이에 강원랜드 관계자는 "고객 만족도 제고를 위해 다양한 신규 기종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나 규제 등 정책적 문제 때문에 해외 우수 기종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왕서방 등은 단종 머신이어서 부품조달이 어려워 교체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고객 A씨는 "고객들은 더 세련된 레저 경험, 다양한 선택권, 세계적 수준의 콘텐츠를 원하고 있다"며 "게임장을 넘어선 ‘엔터테인먼트 카지노’로 전환해 새로운 즐거움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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