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 세터' 전환하자"…한일 6조 경제 블록, 효과는

기사등록 2025/12/08 13:38:06 최종수정 2025/12/08 13:44:24

14회 한일상의 회장단 회의서 특별대담

'무역 중심국' 한일, 세계 4위 경제권 형성

"저출생, 즉효약 없어…양국 총력전 나서야"

[서귀포=뉴시스]대한상공회의소는 8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일본상공회의소와 함께‘제14회 한일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를 개최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사진=대한상의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귀포=뉴시스]이인준 기자 = 한국과 일본이 협력해 6조 달러 규모 경제 블록을 구축하자는 '한일 경제연대'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일본상공회의소가 8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개최한 '제14회 한일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에서는 양국 양국 협력의 틀을 경제연대 수준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비전을 논의하는 특별대담이 마련됐다.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미래 경제협력 100년을 향한 비전'을 주제로 열린 대담에서 전문가들은 산업·통상구조 재편 속에서 한일 양국이 경제연대를 통해 공동시장으로서 외연을 확대해나갈 것을 제안했다.

대한상의가 지난 6월 발간한 '새로운 질서 새로운 성장' 제언집에 따르면 일본 시장 규모는 4조2000억달러, 한국은 1조8000억달러 수준으로 양국 시장을 합하면 6조 달러다. 이는 세계 4위 경제권 수준이다.

미국, 중국 등의 무역 갈등 이후 자유무역 기조의 혼란 상황에서 무역 중심국가인 한국과 일본이 손을 잡으면 '룰 세터(Rule-setter·규칙 제정자)'로의 역할 전환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고바야시 켄 일본상공회의소 회장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한일경제는 기존의 '씨피티티피(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와 '알셉(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이라는 다자간경제협력체제를 중시하며 자유롭고 열린 국제경제질서를 지켜야만 한다"고 강조헀다.

한국과 일본은 무엇보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에너지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경쟁력이 높아 협력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특허 출원 역시 일본이 세계 3위, 한국이 4위다. AI를 활용한 스마트 공장이나 AI 반도체 제조, 수소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접점을 모색할 수 있다.

유혁 노무라종합연구소 서울 대표는 "한국은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 압도적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며 "규모와 속도 면에서 단일 국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한일 공동 AI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일 양국은 LNG(액화천연가스) 수입 2, 3위국으로, 공동 구매에 나설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 협력이 높아지는 등 저비용 구조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기대감도 언급됐다. 김동욱 현대자동차㈜ 부사장은 "한국과 일본이 그린 수소를 발전시키기 위해, 수소 산업의 부품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데 협력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선행 경험을 한국이 '반면교사' 삼을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주인 아츠시 일본경제 연구센터 수석연구원은 "TSMC의 일본 구마모토 공장 유치는 지역 내 환영의 목소리가 크지만 전력 문제가 생기고 급격한 임금 상승이 나타나는 등 당혹감도 크다"며 한 산업의 급격한 성장이 다른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네덜란드 병(Dutch Disease)'을 경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저출생·고령화 등 한일뿐 아니라 아시아 등 전 세계에서 나타나는 사회적 문제에 양국이 총력전을 벌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야마사키 시로 일본 내각관방 참여는 "저출생·고령화 흐름을 바꿀 '즉효약'은 없다"며 "복지, 고용, 경제, 국토 등 종합적으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ijoino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