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5월 오스트리아서 70주년 행사
우크라 침공 러시아는 출전 금지 중
4일(현지 시간) 외신들에 따르면 아일랜드와 스페인, 슬로베니아, 네덜란드는 이스라엘 참가를 승인한 유럽방송연맹(EBU)의 결정에 반발해 내년 5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70주년 대회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행사를 주관하는 EBU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전쟁으로 이스라엘 참가를 배제해야 한다는 일부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총회에서 이스라엘 참가 여부에 대해 표결을 진행하지 않았다.
RTVE 등 8개국 방송국은 이스라엘 참가에 대한 비밀 투표를 공식 요청했지만, EBU 의장국은 이를 거부했다.
다만 EBU는 투표 시스템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강화하는 새 규정을 도입했다. 이스라엘이 올해 5월 대회에서 시청자 투표 1위를 차지한 이후, 홍보 활동의 '부당한 영향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대의원 65%는 새 규정 도입과 함께 이스라엘 참가에 대한 표결이 필요 없다는 데 찬성표를 던졌고 23%는 반대, 10%는 기권했다.
EBU는 성명에서 "대다수 회원국은 추가적인 참가 표결은 필요 없으며, 강화된 안전장치를 전제로 2026년 대회를 예정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아일랜드 방송사 RTE와 스페인 국영방송 RTVE는 대회에 불참하고 중계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RTE는 "가자지구에서 발생한 끔찍한 인명 피해와 수많은 민간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인도주의적 위기 상황을 고려할 때, 함께 참가하는 것은 양심에 반한다"고 비판했다.
스페인 문화부 장관은 보이콧을 지지하면서 "가자지구 집단학살을 외면한 채 이스라엘을 미화할 수는 없다"며 "문화는 평화와 정의의 편에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덜란드 방송사 아브로트로스(Avrotros)는 "현재 상황에서 참가하는 것은 우리의 근본적인 공적 가치와 양립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비판했고, 여름에 첫 보이콧을 언급했던 슬로베니아 방송 RTVSLO는 "참가는 평화, 평등, 존증이라는 가치에 반한다"며 불참을 선언했다.
반면 영국 BBC는 EBU의 결정을 지지하며 내년 대회를 중계하겠다고 했고, 독일 방송사 SWR도 참가 방침을 확정했다.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은 "이스라엘은 전 세계 모든 무대에서 대표될 자격이 있다"며 참가 승인 결정을 환영했다.
러시아는 2022년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유로비전 출전이 금지됐다.
유로비전은 EBU가 매년 주최하는 유럽 최대 규모 국가 대항 가요제다. EBU는 56개국 113개 회원사로 구성돼 있다. 2차 세계대전 후 유럽 화해와 통합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1956년부터 시작됐다. 이스라엘, 호주 등 일부 비(非)유럽 국가도 참가하고 있다. 매년 5월 열리며, 전년도 우승 국가가 다음 대화를 주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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